▲ 김성우 대동평화사상연구원 연구원
한국 정치 미디어 지형에서 김어준이라는 이름은 커다란 지각변동이다. 과거 주류 보수 언론이 의제를 독점하고 권위주의 정권이 이를 이용해 시민을 억압하던 시절, 그가 던진 '쫄지마'라는 메시지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딴지일보'와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로 대변되는 그의 초기 행보는 소수자의 편에서 주류 권력을 조롱하고 폭로하는 저항 언론의 아이콘 그 자체였다. 기성 언론이 다루지 못하던 금기를 깨부수며 민주시민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던 그는 주류 미디어가 은폐한 진실을 파헤치는 대안 스피커로 추앙받았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지금, 그 저항의 아이콘은 자신이 그토록 혐오하던 기성 언론을 능가하는 독점 권력이자, 미디어 생태계를 뒤흔드는 뉴미디어 파워브로커로 변질하였다.
김어준의 성공을 견인한 핵심은 그가 정치뉴스의 오락화라는 새로운 장르를 창조한 영리한 인물이라는 점에 있다. 복잡한 정치 영역을 선과 악, 우리와 그들의 이분법적 구도로 단순화하여 대중이 직관적이고 재미있게 소비하는 미디어 문법을 창안했다. 정치를 하나의 예능이자 참여형 게임으로 만들어낸 그의 기획력은 천재적이었다.
대중의 정치 참여를 폭발적으로 끌어올린 이 영리한 전략은 객관적 사실보다 감정적 연대와 맹목적 팬덤을 양산하는 양날의 검이 되었다. 이 강력한 팬덤을 기반으로 그는 마침내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성공하며 킹메이커의 반열에 올랐다. 기성 언론의 의제 설정 능력을 압도하는 성공을 거둔 순간, 언론의 본령인 감시자의 역할은 변질되었다. 그는 자신이 만든 권력을 수호하고 확장하는 플레이어로 정치에 뛰어들었고, 정치인들을 자신의 방송에 줄세우며 공천과 당선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권력의 맛에 중독되었다.
더 큰 문제는 탁월한 대중 선동력을 지닌 파워브로커가 된 이후에도 반복되는, 그가 초창기부터 보여준 잘못과 무책임한 태도의 흑역사이다. 과거 전 국민을 기만했던 황우석 사태 당시 맹목적 지지를 보냈고, 이후 문재인 정부 초기에 조국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을 검찰개혁의 적임자이자 의로운 검사로 치켜세우며 옹호했던 결정적 과오들이 있다. 무엇보다 그는 데이터와 과학의 탈을 쓰고 선거 조작설을 기획·유포한 대표적인 부정선거 음모론자다.
김어준이 설정한 프레임들이 결과적으로 사회적 혼란을 일으키고 민주 진영 내부에 치명적인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음에도, 이러한 과오에 대해 단 한 번도 진정성 있는 반성을 하지 않았다. 이 사과하지 않는 특유의 오만함으로 인해 김어준은 합리적인 언론인이 아닌 하나의 종교적 교주로 등극했다. 사실 검증과 정정 보도가 생명인 언론의 책임감을 저버린 채, 오직 팬덤의 결속만을 위해 자신의 오류를 침묵으로 덮어버린 것이다.
김어준의 독선은 현재 이재명 정부를 대하는 태도에서 극에 달하고 있다. 과거 자신이 권력의 중심에 서서 정권의 스피커 역할을 했을 때와 달리, 현재의 정부가 자신의 입맛과 프레임대로 움직이지 않자 가짜뉴스로 정부를 흔들며 민주 진영에 분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에게 진실이란 객관적 사실이 아니라, '내 편에 유리한가, 불리한가'로 재단되는 도구에 불과한 듯하다. 팬덤이 듣고 싶어 하는 자극적인 서사만을 편집하여 제공하고, 이를 통해 유튜브 조회수와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확증 편향의 비즈니스 모델일 뿐이다.
'괴물과 싸우던 자가 스스로 괴물이 된다'는 격언은 김어준의 궤적에서 고스란히 입증된다. 주류 미디어의 왜곡에 맞서기 위해 탄생한 뉴미디어가, 기성 권력보다 더 폐쇄적이고 독점적인 '내 편 논리'의 성벽이 되어버렸다. 쫄지 않던 저항 언론인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권력의 단맛에 취해 자기 편의 이익을 위해 의제를 설정하는 노련한 정치 브로커만 남았다.
/김성우 대동평화사상연구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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