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 전북대 조류질병연구소 교수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AI 확산 양상 변화…기존 방역 대응 한계
백신 도임 농쟁 넘어 장기 방어 전략 필요
질병 환경 변화 대응위한 정책 수단 검토
가금산업 안정성 높이는 현실적 접근을
매년 겨울이 되면 가금산업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라는 같은 질문 앞에 서게 된다. 올해 역시 여러 유형의 H5 계열 바이러스가 동시에 검출되며 발생 양상이 복잡해지고 있다. 일부 바이러스는 기존 유행주보다 감염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면서 확산 위험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단순히 ‘이번 겨울을 어떻게 넘길 것인가’가 아니라 AI라는 질병을 앞으로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보다 장기적인 질문이다. 최근 몇 년 사이 H5 계열 바이러스는 유럽과 미주, 아시아 전역에서 지속적으로 순환하며 장기적인 유행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AI를 일시적인 발생 사건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관리해야 할 질병으로 바라보게 만들고 있다.
이와 함께 국제 방역 정책에서도 점진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세계동물보건기구(WOAH)는 AI 통제에서 백신을 기존 방역을 대체하는 수단이 아니라 차단방역과 살처분을 보완하는 관리 수단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백신은 질병을 완전히 제거하는 도구라기보다 위험을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낮추기 위한 정책적 옵션으로 인식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이러한 정책 변화가 비교적 구체적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백신 사용 여부 자체를 둘러싼 논쟁을 넘어서 백신 접종 이후의 감시·진단 체계와 이동·거래 관리까지 포함한 제도적 틀을 마련해 왔다. 프랑스는 오리 산업을 중심으로 국가 단위 예방접종 프로그램을 실제로 시행하고 있으며 다른 국가들도 다양한 방식의 도입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도 유사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일본은 최근 AI의 장기 유행 가능성을 고려해 백신 활용 가능성에 대한 정책적 검토를 시작했으며 연구기관과 산업계가 참여하는 다양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백신을 즉각적인 해결책으로 도입하려는 움직임이라기보다 장기적인 방역 전략 속에서 활용 가능성을 검토하려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물론 가금용 AI 백신을 둘러싼 논쟁이 과거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백신 사용이 바이러스 순환을 장기화시키거나 인체 감염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 또는 무역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그러나 최근 축적된 경험과 연구 결과는 이러한 문제들이 관리 가능한 범위 내에서 논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이다. 중국은 2017년 이후 가금류에 대한 AI 백신 상시 접종 정책을 시행해 왔으며 그 결과 가금류에서의 바이러스 검출률뿐 아니라 인체 감염 사례도 크게 감소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는 적절한 백신 프로그램이 바이러스 확산 자체를 줄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근거로 평가된다.
무역 문제 역시 과거보다 절대적인 장벽으로 보기 어려워졌다. 한때 백신 사용 국가의 가금 제품이 국제 무역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컸지만 실제로는 많은 국가들이 이미 반복적인 AI 발생을 경험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최근 수년간 거의 매년 발생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백신 사용 여부만을 무역 경쟁력의 핵심 변수로 보는 시각은 점차 설득력을 잃고 있다. 오히려 백신 사용을 통한 질병통제와 입증을 통한 청정국 지위 확보가 더 현실적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백신을 도입할 것 인가의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변화하는 질병 환경 속에서 어떤 정책 옵션을 준비해 둘 것인가에 있다. 유럽에서도 전국 단위 일괄 접종보다는 특정 축종이나 산업 구조를 고려한 단계적 접근이 검토되고 있으며 백신은 여러 방역 수단 중 하나의 관리 도구로 논의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국제적 흐름을 차분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백신 도입 여부를 둘러싼 찬반 논쟁에 머물기보다, 실제 질병 발생 양상과 산업 구조를 고려한 다양한 정책 옵션을 미리 검토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AI의 유행 양상은 이미 과거와 다른 단계에 들어섰다. 변화하는 질병 환경 속에서 장기적인 방역 전략을 준비하는 것, 그리고 필요할 경우 활용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을 미리 검토해 두는 것. 그것이 앞으로 우리 가금산업의 안정성을 높이는 현실적인 접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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