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AI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골든타임
2026.06.30 17:47
2026.07.01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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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2035' 조기 완성하고
호남 클러스터 동시 착수해야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석학교수·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
반도체 클러스터 논쟁의 본질은 지역이 아니라 시간이다. 인공지능(AI)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공급 능력을 앞지르고 있다. 신규 팹은 입지 선정부터 토지 보상, 전력·용수 인허가, 송전망과 초순수 설비 구축, 클린룸 완공까지 최소 7년이 걸린다. 지금 결정하지 않으면 2030년대 후반 한국 반도체는 수요가 있어도 물과 전기와 땅이 없어 생산하지 못하는 병목에 직면할 수 있다.
첫 번째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신속한 조기 가동이다. 삼성전자는 평택 P5와 용인국가산단을 추진 중이고, SK하이닉스는 용인 첫 D램 팹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AI 가속기와 서버용 메모리는 이미 공급자 우위 시장으로 바뀌었다. 고객사의 D램 수요 충족률은 50~60%, 서버 D램은 50% 미만이다. 수요는 앞서가는데 생산능력은 제때 늘어나지 못하는 구조다.
따라서 용인 클러스터를 최대한 앞당겨 완성해야 한다. 전문기관 전망치를 종합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현재 D램과 낸드플래시 생산에 투입하는 300㎜ 웨이퍼는 월 180만 장가량이다. 메모리 웨이퍼 수요는 2030년 1.8배, 2035년 2.3배, 2040년 2.9배, 2045년 3.7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 2035년에는 양사 합산 월 410만 장 이상의 생산능력이 필요하다. 이를 맞추려면 SK하이닉스 용인 팹과 삼성전자 용인국가산단 조성을 계획보다 더 앞당겨야 한다.
용인권 인프라는 반도체특별법 시행령을 활용해 관계 부처의 예산과 인허가를 한데 묶는 패스트트랙으로 추진해야 한다. 하루 150만t의 용수와 15GW 안팎의 전력을 제때 확보하지 못하면 팹을 지어도 생산은 늦어진다. 반도체는 타이밍 산업이다. 수요가 확인된 뒤 전력망, 용수, 장비, 인력을 준비하면 늦다.
용인만으로 2040년대 수요까지 감당하기는 어렵다. AI의 성격이 학습 중심에서 추론과 행동 중심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피지컬 AI, 휴머노이드 로봇, 자율주행차, 온디바이스 AI가 확산되면 로봇과 자동차는 AI 가속기와 메모리를 장착한 ‘움직이는 데이터센터’가 된다. 데이터는 더 많이 저장되고 더 가까운 곳에서, 더 빠르게 처리돼야 한다. 이는 HBM뿐 아니라 LPDDR, DDR5·DDR6, 엔터프라이즈 SSD, UFS 수요를 동시에 키운다.
2036~2045년 AI 메모리 수요는 다시 약 1.6배 늘어날 전망이다. 2045년에는 현재보다 월 480만 장가량 많은 300㎜ 웨이퍼가 필요하고, 2038년 이후에도 월 250만 장 규모의 추가 생산능력이 요구된다. 용인권만으로는 용수와 전력, 송전망, 정주 여건을 감당하기 어렵다.
이 지점에서 호남 클러스터의 의미가 생긴다. 호남은 용인의 대체재가 아니라 2040년대 한국 메모리 초격차를 지키기 위한 제2 성장축이다. 태양광과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잠재력이 커 글로벌 고객사가 요구하는 RE100 실현에도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올해부터 입지 선정, 전력·용수 노선, 초순수 공급, 폐수 처리, 도로·철도·항만 연계 계획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성공 조건은 지역 이름이 아니다. 양질의 용수, 안정적 전력, 숙련 인력,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생태계, 정주 여건이다. 정부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소부장 기업, 대학과 출연연이 공동 로드맵을 세워 용인과 호남을 국가 AI 메모리 전략 거점으로 완성해야 한다. 지금 결단하지 않으면 수요는 있으나 팹을 지을 땅과 물, 전기가 없는 병목에 갇힌다. 필요한 것은 논쟁이 아니라 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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