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 올림픽훼밀리타운 재건축사업 예상 조감도. 사진 제공=서울시
서울 강남구 대치미도아파트와 송파구 올림픽훼밀리타운 등 주요 재건축 단지에서 시공사 선정에 앞서 설계 수주전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대형 사업장마다 10여곳의 건축사사무소가 몰리면서 과장 홍보와 선정 절차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도 잇따르는 모습이다.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강남권의 대표 재건축 사업지 중 한 곳인 대치미도의 설계자 입찰에는 무려 11곳의 건축사사무소가 참여했다. 사업 초기 설계권을 따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부 업체가 전직 공무원의 경력이나 행정기관과의 인적 네트워크를 내세워 인허가 과정에서 유리한 것처럼 홍보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강남구는 이달 13일 참여 업체들에 공정한 경쟁을 당부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설계 역량보다 인허가 영향력을 앞세운 홍보가 경쟁 질서를 흐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설계 경쟁이 업체 선정 무산과 공정성 논란으로 이어진 경우도 발생했다. 올림픽훼밀리타운 입찰에는 18개사가 뛰어들었지만 주민총회에서 표가 여러 업체로 나뉘면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았다. 이후 일부 참여 업체들은 총회 홍보요원과 서면결의서 징구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유리한 안내가 이뤄졌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이달 추진위원회 측에 조사를 요구했다.
많은 건축사사무소가 입찰에 참여하자 조합이나 추진위원회가 사전에 후보군을 압축해 설계업체를 확정하기도 한다. 용산구 청화아파트 설계자 입찰에는 16개사가 참여했지만 추진위원회가 적격심사를 거쳐 주민총회에 상정할 후보를 5곳으로 줄였고, 총회 투표 결과 올해 5월 건원이 최종 설계자로 선정됐다. 다수 업체를 모두 총회에 올린 올림픽훼밀리타운과 달리 후보를 선별해 표 분산 가능성을 낮춘 셈이다.
건축사사무소들이 정비사업 시장으로 몰리는 배경에는 대형 재건축 설계 물량이 한꺼번에 몰린 탓이다.
공공 설계 발주가 줄어든 상황에서 재건축 사업은 한번 수주하면 정비계획 수립부터 각종 인허가까지 수년간 용역을 이어갈 수 있는 데다 대형 주거단지 설계 실적도 확보할 수 있어 건축사사무소들의 관심이 높다.
시공사 입찰보다 보증금 등 초기 진입 부담이 낮은 점도 다수 업체를 끌어들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A설계사무소 관계자는 “설계가 재건축 사업성과 자산가치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떠오르면서 조합원들의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며 “초기 설계안에 따라 동 배치와 조망권, 평면, 커뮤니티 구성은 물론 가구 수와 일반분양 물량까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다수 업체가 주민총회에 한꺼번에 상정되면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선정 절차가 반복되거나 과장 홍보 경쟁이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선정이 무산될 경우 재입찰이나 총회 재개최로 사업 일정과 비용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적격심사를 통한 후보 압축, 설계 제안의 실현 가능성 검증, 업체별 홍보 기준 강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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