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프로골프 시장이 막대한 자본 수혈과 과감한 구조 개편을 앞세워 판을 키우고 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가 2028년 대대적인 리그 개편을 예고하며 수익성 극대화에 나섰고,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역시 거대한 외부 투자를 유치하며 부활을 선언했다. 반면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는 메인 스폰서 이탈과 대회 취소 악재가 겹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글로벌 생태계의 지각변동 속에 한국 남자골프만 격차가 벌어지며 도태될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체질 개선 나선 글로벌 투어
PGA 투어는 지난 26일 2028년부터 적용할 대대적인 리그 개편안을 발표했다. 현행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1~3차전을 폐지하고, 시즌 포인트 상위 90명이 겨루는 ‘챔피언십 시리즈 피날레’를 신설한다. 이 중 상위 32명은 ‘왕중왕전’ 성격의 투어 챔피언십에 진출해 2주간 매치플레이(1주 차 조별리그, 2주 차 16강 토너먼트)로 최종 우승자를 가린다. 앞서 지난 6월 1부(챔피언십 시리즈)와 2부(챌린저 시리즈) 간 승강제 도입을 확정한 데 이어, 포스트시즌마저 매치플레이로 손질해 흥행 요소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체질 개선의 핵심 목표는 ‘미디어 가치 극대화’다. 골프다이제스트, 스포츠비즈니스저널(SBJ) 등 미국 주요 매체에 따르면 PGA 투어는 승강제와 매치플레이 카드를 앞세워 중계권료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현재 주요 방송사와 2030년까지 맺은 연간 7억 달러(약 93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조기 재협상해,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 간의 입찰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의 JGTO는 거대 자본을 끌어들여 재도약을 꾀한다. 최근 일본 사모펀드인 일본산업추진기구(NSSK)로부터 향후 5~10년간 150억~200억 엔(약 1300억~17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NSSK 측은 투어 운영을 전담할 신규 법인 ‘J-투어(J-Tour)’를 설립해 미디어 권리 사업을 본격화하고, 총상금 규모를 대폭 늘릴 청사진을 제시했다. 올 시즌 JGTO는 23개 대회, 총상금 약 30억5800만 엔(약 264억 원) 규모로 개최되고 있으나, 이번 투자 유치로 향후 대회 수와 상금 규모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韓 남자골프는 생존 갈림길
글로벌 투어가 확장되는 가운데 KPGA 투어는 생존 갈림길에 섰다. LG전자, KB금융그룹, SK텔레콤 등 주요 대기업 후원사가 최근 몇 년 새 잇달아 손을 뗐고 오는 10월 예정된 대회마저 취소되며 올 시즌 대회 수는 19개로 줄어들었다. 2024년 22개에서 2년 연속 감소세다. 같은 기간 총상금 규모도 약 276억원에서 약 251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설상가상으로 주관 방송사인 SBS골프가 중계권을 포기할 수 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일정 파행은 생계를 걱정하는 선수들의 ‘해외 탈출’로 번지고 있다. 긴 여름 휴식기 이후에도 파행 일정이 이어지자, 김홍택, 송민혁, 함정우, 정한밀 등 정상급 선수가 대거 JGTO 퀄리파잉 토너먼트(QT)와 아시안 투어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정한밀은 당장 다음달 1일 열리는 QT 1차 예선부터 참가한다. 아마추어 국가대표 유민혁도 내년 JGTO 데뷔를 1순위 목표로 삼아 올해 QT에 도전할 예정이다.
골프업계 한 관계자는 “휴식기가 길어지며 갈 곳을 잃은 선수들이 내년 투어 축소 우려까지 겹치자 이탈을 서두르고 있다”며 “간판선수가 대거 떠나고 유망주마저 일본 투어에 뺏기면 KPGA 투어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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