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정 실적 미달, 앱티브 의존 부각…"기술력과 별개"
스트라드비젼 서라운드비젼. (사진=스트라드비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전문기업 스트라드비젼이 증권신고서를 정정했다. 시장 내 경쟁 현황과 기술력 등 요소를 보강했다. 7000억원대 시가총액에 도전하는 만큼 공모를 완주하기 위해 집중하는 모습이다. 올해 상반기 마지막 코스닥 대어가 유력한 점에서 투자자들도 유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스트라드비젼의 신고서 수정에도 부정적인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추정 실적과 거리가 먼 성적표를 거둬서다. 특정 고객사 의존도와 몸값 고평가 등 공모 초반 제기됐던 우려 사항들도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밸류에이션 신뢰도에 대한 의문도 커지는 상황에서 계획대로 공모를 완주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공모 일정 한 달 연기…기술력 강조 집중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스트라드비젼은 최근 정정신고서를 제출하고 공모 일정을 연기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6일 마감할 예정이었던 기관 수요예측은 6월 초로 미뤄졌다. 일반 공모청약도 한 달가량 순연했다. 공모 주식(700만주)과 공모가 희망밴드(1만2400~1만4800원) 등 공모 구조 변화는 없다. 대표 주관사는 KB증권이다.
증권신고서 수정은 전방산업에 대한 설명과 스트라드비젼의 경쟁력 강조에 초점이 맞춰졌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티어(Tier)-1 부품사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단 점을 추가했다. 아울러 모빌아이와 퀄컴 등 소프트웨어 전문기업들과의 경쟁이 치열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아울러 아르고 AI와 크루즈, 고스트 오노토미 등 대규모 외부 자본을 유치했던 자율주행 관련 스타트업이 수익 악화와 후속 투자 부담 등으로 구조 조정된 사례를 기재했다. 전방시장 성장과 별개로 수익 기반이 없다면 생존을 담보할 수 없는 셈이다. 자칫 공모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나 위험 요소를 상세화했단 점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부정적인 내용만 있는 것은 아니다. 스트라드비젼은 자사 솔루션이 범용 SoC 채택 시장에서 확고한 수요 기반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대량 양산되는 보급형 승용차 세그먼트, 규제 대응용 첨단운전자 보조시스템(ADAS) 탑재가 필수적인 상용차 등 영역에서 원가 효율성과 기술 차별성을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다.
스트라드비젼, 모빌아이 비교표. (자료=증권신고서)
고객 테스트 결과 스트라드비젼의 주력 제품인 SVNet가 글로벌 선도기업인 모빌아이의 솔루션보다 높은 정밀도·재현율을 기록했다고도 밝혔다. SVNet을 적용한 양산 차량이 유럽 신차 안전성 평가 프로그램 EURO NCAP에서 5스타(1~5성) 획득에 기여한 점도 상세히 썼다. 르노·KIAPI NCAP 자체평가 결과는 제외했다.
이어 유럽 완성차 업계에서 자동차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세스 품질·역량을 평가하기 위해 제정한 ASPICE(Automotive SPICE) CL2 등 다양한 글로벌 기준을 충족했단 점도 추가했다. 기술 신뢰성 확보로 신규 프로젝트에서 우위를 점할 뿐 아니라 후발 주자 진입 장벽으로도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시장은 스트라드비젼의 신고서 수정 방향은 기술적 우위를 내세워 공모주 투심을 끌어내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기술력이 신규 계약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강조하는 것은 물론, 앞서 시장에서 종적을 감춘 업체들과 다르다는 근거가 될 수 있는 까닭이다. 임상 진입 계획을 강조하는 바이오 업체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다.
◇ 1분기 실적 부진…고밸류·앱티브 의존도 과도 우려 ‘여전’
투자자들도 스트라드비젼의 기술이 유망하다는 점에는 공감한다. 그런데 밸류에이션은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긋고 있다. 단순 가능성만으로 8000억원에 가까운 기업가치를 인정하기에는 리스크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전날 상장한 채비도 앞선 수요예측 과정에서 유사한 지적을 받았었다.
스트라드비젼 실적. (자료=사업보고서)
당장 추정 실적 달성 여부가 불투명하다. 스트라드비젼의 1분기 매출은 3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억원 늘었다. 예상치(308억원)를 달성하기 위해선 남은 3분기 270억원을 추가해야 한다. 작년 1분기 매출 비중(약 20%)이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올해 예상 매출은 180억원 안팎에 그친다.
수주잔고가 충분하다면 실적 가시성은 높아질 수 있다. 스트라드비젼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잔고는 82억원이다. 연내 176억원의 일감이 필요하다. 작년 전체 수주액(170억원)을 3분기 만에 초과하는 것을 넘어 매출 인식까지 마치는 셈이다. 현재 상황으로는 추정치와 기업가치에 대한 신뢰도 하락 여지가 있다.
최대주주인 앱티브(Aptiv)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다는 우려를 해소하지 못한 점도 부담이다. 스트라드비젼의 향후 실적을 책임질 로열티(MP) 매출은 올해 24억원에서 2029년 1304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앱티브와의 거래 비중은 66.3%에서 2029년 86.8%까지 상승한다.
그런데 신고서 정정 과정에서 앱티브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유의미한 움직임은 없었다. 오히려 우선 협력권과 경쟁사 사업 지원 시 앱티브 동의를 비롯한 절차상 장벽이 부각됐다. 스트라드비젼은 상장 이후 해당 계약의 효력이 상실되면서 새로운 영업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봤지만, 수주 확률은 10%가 되지 않는다.
스트라드비젼 사업진척 현황. (자료=증권신고서)
즉 스트라드비젼은 당분간 기술·영업력과 관계없이 앱티브의 사업 상황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과거 특정 고객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이 공모 과정에서 애먹었던 이유 중 하나다. 이들 중 다수는 상장 이후 주가 흐름도 기대치를 밑돌았다. 탑런토탈솔루션(LG), 도우인시스(삼성) 등이 대표 사례다.
IB업계 관계자는 ”스트라드비젼은 실적 추정치뿐 아니라 향후 주가 흐름도 앱티브 사업 상황에 종속되는 구조“라며 ”앱티브뿐 아니라 모빌아이 등 상위 업체 주가가 올 들어 10% 이상 하락한 부분도 투심을 위축시키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적 추정에 관한 부분은 발행사-시장 간 간극이 존재하는 게 당연하나 1분기 성적만 놓고 봤을 땐 사업 전망을 낙관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며 ”자체 기술·영업력으로 향후 밸류업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겠지만, 이미 선도기업이 시장을 과점하고 있고 후발 주자 진입 등 경쟁마저 심화하는 점은 부담“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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