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조작·현장 확인 없이 8급 주무관 임의 판단
허용범위 초과도 … 주민·상인 반발-특혜의혹 제기
충북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두진하트리움 아파트 정문 앞에 지정된 어린이보호구역./이형모 선임기자
[충청타임즈] 충북 청주시가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지정·해제 과정에서 관련 법규와 자체 검토 보고서를 위반하고 주먹구구식 행정을 펼쳐 빈축을 사고 있다.
행정 편의주의와 절차적 허점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주민과 상인들의 거센 반발과 함께 특혜 의혹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문제가 된 도로는 청주시 흥덕구 공단로 직지초등학교 주변 어린이 보호구역이다.
시의 부실 행정은 과거 스쿨존 지정 과정부터 고스란히 드러난다.
청주시는 지난 2009년 3월 직지초등학교 주변 도로를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최초 지정했다.
당시 보호구역은 법적 허용 범위(500m)를 무려 100m나 초과한 600m 구간으로 설정됐다. 이후 법적 범위를 초과해 잘못 지정됐다는 민원이 제기되자 시는 지난 2024년 10월에야 마지못해 초과 구간을 자진 해제했다.
문제는 해제했던 스쿨존을 불과 수개월이 올해 6월8일 다시 지정했다는 점이다. 시는 직지초 인근 금호어울림 어린이집을 기준으로 주변 100~120m씩 2곳을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재지정하고 주차 단속을 재개했다.
심지어 보호구역 재지정을 유도하기 위해 해당 어린이집 측에 보호구역 지정이 필요하다는 민원을 제기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가 스쿨존 지정의 명분이 없자 억지식 민원을 유도한 것이다.
행정 절차는 총체적인 난맥상을 드러냈다. 인근 두진하트리움 아파트에서 민원이 제기됐다는 이유로 지정을 추진했으나 실제 행정예고 기간 수렴된 주민 의견은 단 한 건도 없었고 근거가 된 민원 서류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또 경찰 등 관계기관과 협의를 거쳤다고 주장했으나 해당 아파트에서 어린이집으로 통학하는 아동들의 실제 통행량 확인 절차는 생략됐다.
특히 담당 주무관이 작성한 사전검토보고서에는 반경 250m 이내로 구역을 설정하겠다고 명시됐으나 실제 최종 고시 및 노면 표시는 이를 훌쩍 넘어선 약 400m 지점까지 확장됐다.
시 관계자는 실제 고시된 거리가 보고서와 다르다는 지적에 대해 “도면이나 다른 서류에는 정상적으로 표기됐으나 사전검토보고서에는 착오가 있었거나 잘못 표기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현장 확인이나 정밀 조사 없이 민원 요구에 떠밀려 무리하게 구역을 넓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한 주민은 “법적 기준을 초과해 잘못 그려졌음을 시인하고 스스로 지웠던 구역을 뚜렷한 환경 변화나 사고 위험 증가도 없이 8급 주무관의 임의 판단과 허술한 서류로 다시 부활시켰다”라며 “이는 명백한 행정 권한 남용이자 졸속 행정의 극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특정인이 개입해 무리하게 행정력이 동원된 것 아니냐는 특혜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청주시 관계자는 “어린이들의 안전한 통행을 위해 법에 따라 관련 절차를 이행한 뒤 어린이 보호구역을 지정했다”며 “행정 절차상 일부 아쉬움이 있지만 관련 법적 절차를 거쳐 지정된 어린이 보호구역은 앞으로도 지속해서 유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형모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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