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순혈 대신 '글로벌 DNA'..정의선, '소프트웨어 원팀' 본격

삼성전자의 '테크 포럼'과 LG그룹의 '테크 컨퍼런스'에 이어 현대차까지 현지 행사를 정례화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인재가 곧 기술이고, 기술이 곧 생존인 시대이기 때문이다. 한 명의 'A급 석학'을 모시기 위해 백지수표를...

순혈 대신 '글로벌 DNA'..정의선, '소프트웨어 원팀' 본격

실리콘밸리서 ‘HMG 테크 탤런트 포럼’ 개최

SW 중심 ‘원팀’ 선언… 계열사 칸막이 허문 그룹 첫 통합 채용

경영진 총출동해 현지서 최종 면접까지.. ‘외부 수혈’ 리더십 전면에

HMG 테크 탤런트 포럼 포스터/사진=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이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처음으로 '9개 계열사 통합 채용' 카드를 꺼내 들었다. 순혈주의를 타파한 글로벌 외부 수혈 리더들이 전면에 나서 실리콘밸리 현지 인재를 직접 챙기며 완성차 제조사를 넘어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으로의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낸다.

현대자동차그룹은  9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그룹 역량을 총동원한 글로벌 인재 유치전 ‘HMG 테크 탤런트 포럼’을 개최한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행사에선 현대차를 비롯해 기아, 보스턴다이나믹스, 포티투닷 등 그룹 내 주요 9개 계열사가 사상 처음으로 ‘통합 채용’을 실시한다. 이는 계열사 간 칸막이를 허물고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시대를 향한 ‘원팀’ 체제를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적 포석이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의 채용은 계열사별 직무에 맞춰 개별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AI,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 7대 핵심 분야에 대해 그룹 차원의 통합 채용 카드를 꺼내 들었다.

차량 제어 소프트웨어와 자율주행 알고리즘은 이제 특정 계열사만의 전유물이 아닌, 그룹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자산이다.

박민우 AVP본부장(사장)이 “기술 연구자 간의 깊은 연결이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강조한 것도, 파편화된 기술력을 하나로 묶어 ‘소프트웨어 원팀’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계열사 간 경계를 허물고 인재 풀을 통합 관리함으로써 기술 표준화를 앞당기고 연구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계산이다.

포럼의 기조연설자 라인업은 현대차그룹의 ‘기술 혈통’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과거 내부 승진 위주의 보수적 경영 문화를 가졌던 현대차가 이제는 애플, BMW 등 글로벌 빅테크 출신의 리더들이 기술 심장부를 지휘하는 ‘테크 자이언트’로 변모했음을 공식화한 것이다.

우선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사장)의 역할이 눈길을 끈다. 북미 시장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끈 그가 직접 실리콘밸리 인재 포섭에 나선 것은 현대차가 단순한 제조사를 넘어 현지의 소프트웨어 역량을 흡수해 북미 시장의 지배력을 ‘테크 리더십’으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다.

여기에 애플 출신의 박민우 사장과 BMW 출신의 만프레드 하러 사장이 힘을 보탠다.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된 외부 인재들이 현대차의 기술 언어를 글로벌 스탠다드로 빠르게 재편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파격적인 행보의 중심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인재라면 국적과 출신을 가리지 않고 모셔오라”는 정의선 회장의 인재 경영 철학이 자리 잡고 있다. 정 회장은 취임 이후 꾸준히 ‘순혈주의’를 경계하며 글로벌 인재 영입에 직접 공을 들여왔다.

특히 이번 포럼은 ‘현지 최종 면접’이라는 파격적인 형식을 도입했다. 서류와 1차 면접을 통과한 인재들을 실리콘밸리 현장으로 초청해 경영진이 직접 마주 앉아 담판을 짓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구글, 애플, 테슬라 등 글로벌 빅테크와 인재 확보를 두고 정면 승부를 벌여야 하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이라는 틀을 벗어나 ‘글로벌 모빌리티 리더’로서의 비전을 현지에서 즉각 공유하기 위함이다. 이제 실리콘밸리는 현대차에게 먼 타국이 아니라 핵심 두뇌를 수혈하는 ‘안방’이나 다름없게 됐다.

대한민국 산업계는 현재 심각한 ‘두뇌 유출’과 ‘국내 이공계 인력 부족’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 삼성전자의 ‘테크 포럼’과 LG그룹의 ‘테크 컨퍼런스’에 이어 현대차까지 현지 행사를 정례화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인재가 곧 기술이고, 기술이 곧 생존인 시대이기 때문이다.

한 명의 ‘A급 석학’을 모시기 위해 백지수표를 제안하던 시대를 넘어, 이제는 기업의 리더십 자체가 글로벌 인재들이 선망하는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이번 통합 채용은 단순한 머릿수 채우기가 아니라, 실리콘밸리의 기술 생태계를 그룹 내부로 이식하려는 시도”라며 “대한민국 대기업들의 채용 패러다임이 ‘공채’에서 ‘기술 교류형 영입’으로 완전히 바뀌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고 했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