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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순정 시인' 오명자의 "인생은 언제나 시작"

이 시집을 펴낸 'AI 놀자' 최경환 대표는 "저자와 함께 시를 정리하며 몇 번이고 멈춰야 했다. 어릴 적 기억 하나에 주저앉고 단어 하나에 멍해져야 했다. 내 기억과 겹쳐질 땐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고 감정이 공감할 땐...

'순정 시인' 오명자의 "인생은 언제나 시작"

시집 [닻] 저자 오명자 /출판사 에이아이놀자 /펴낸이 최경환

인생의 황혼기 70세 ‘고희’에 시인이 된 오명자 시인의 첫 시집 「닻」이 지난 2025년 신록의 계절 5월에 출간됐다. 이번 시집은 평생을 학문과 예술에 투신했던 한 지식인의 삶의 파편들을 모아 역어 낸 고백이자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의 메세지다.

책의 흐름을 이끄는 낯설지 않은 세 단어 ‘닻돛덫’은 작가의 입장에서 살아온 인생의 궤적과도 같다. 동시에 저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세 가지 시선을 상징한다. 작가에게 ‘닻돛덫’은 삶의 여명이며 순환의 연결고리다.

‘닻’은 배를 한곳에 멈추게 하기위해 줄을 매어 물 밑바닥으로 가라 앉히는 갈고리다. 이런 닻은 흔들리는 삶속에서도 중심을 잡게 해주는 ‘기억’과 ‘뿌리’를 상징한다.

‘돛’은 바람을 가르며 배를 앞으로 전진하게 해 준다. 저자의 입장에서는 나이가 들어서도 포기하지 않는 삶에 대한 ‘의지’와 미래를 향한 ‘전진’을 의미한다.

‘덫’은 살아가며 피할 수 없는 고통, 상실, 그리고 인간관계의 굴레를 상징한다. 작가는 닻으로 기억을 내리고 돛으로 다시 떠오르며 덫으로 마주한 고통마저 품었다. 삶의 어두운 단면 까지도 자신의 일부로 수용하겠다는 노년의 완숙한 태도를 엿보이는 부분이다.

오명자 시인은 유독 1부인 ‘닻.’과 3부인 ‘덫.’에 방점을 찍어 흔적을 남겼다. 어찌 할 수 없는 체념과 명료한 기억의 의미다.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누구나 예측 할 수 있는 결과로 이끌어 주는 삶의 마침표이기도 하다. 이는 덫에 걸린 인생이라도 언제든지 풀어낼 수 있는 해법이 있음을 의미한다.

유년부터 현재까지의 긴 여정

‘시’를 통해 들여다 본 작가의 ‘내면’ 세계

시집은 작가의 유년 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긴 여정을 관통한다. 어린 시절 기다리던 사탕처럼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기억들을 되짚어간다. 특히 여성으로서의 정체성,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겪어야 했던 희생과 사랑, 그리고 소중한 것들을 떠나보낸 뒤의 상실감은 독자들의 마음을 깊게 파고든다. 심리학자로서 타인의 마음을 치유해 온 작가지만 정작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과정은 ‘시’라는 언어를 통해서야 비로소 완성했다.

특히 시인 오명자의 시는 간결하면서도 따뜻하고 힘이 넘친다. 현상을 분석하던 심리학자의 정교한 시선은 삶의 본질을 꿰뚫는 운율로 치환됐고 캔버스를 채우던 화가의 감정은 선명한 이미지가 되어 시속에 녹아들었다. 독자들은 시를 읽으며 하나의 ‘풍경화’나 ‘정물화’를 보는 듯한 시각적 경험을 하게 된다.

시집은 읽는 이의 기억과 감정을 부드럽게 끌어올려 다시 한번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만들어 준다. 특히 70세라는 나이가 생물학적인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과 창조적 에너지는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을 몸소 증명해 낸 작품이다.

‘인생의 덫’이 어느새 ‘희망의 돛’으로

평범 하면서도 위대한 진리 일깨워줘

삶이 무겁게 느껴질 때, 혹은 지난 세월이 덧없이 느껴질 때 소복이 쌓여 있는 시 구절을 음미하면 ‘인생의 덫’을 어떻게 ‘희망의 돛’으로 바꿀 수 있는지 안내받을 수 있다. 70세 순정 시인이 던지는 ‘닻’이라는 화두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인생은 언제나 시작’이라는 가장 평범하면서도 위대한 진리를 다시금 일깨워 준다.

한편, 시인 오명자는 젊은 시절 교육학 박사로서 제자들을 양성했으며 65세가 되는 나이에 처음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개인전을 포함한 수차례 전시를 열어 왔다. 삶의 여정 속에서 무의식을 예술로 승화하는 삶을 살고 있는 오명자는 현재 인문학연구소장으로 활동하면서 강연과 강의를 통해 감정의 힘, 예술의 치유력, 삶의 철학을 독자들과 공유 중이다. 의식보다 무의식, 언어보다 감정의 과정을 전하는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가족들은 그를 기억한다. 항상 일을 내는 사람이라고. 이번에는 시인으로 일을 냈다고. 늦은 나이에 박사 학위를 취득해 가족의 자부심이 되었던 그는 어느 날 화가로 변신해 전시회를 열고 주면서 사람들의 삶까지 풍요롭게 만든 인물이라고 회고한다. 그는 호기심 많은 시골 소녀였고, 여전히 그 호기심은 깊어진 성찰과 함께 농익어 가고 있음을 증명하고 살고 있다고 전한다. 이번 시집은 끊임없이 도전하는 그의 삶 속의 일부라고 전하며, 70의 나이에도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일상 속 희로애락이 그만의 언어로 오롯이 풀어냈다고 전했다.

이 시집을 펴낸 ‘AI 놀자’ 최경환 대표는 “저자와 함께 시를 정리하며 몇 번이고 멈춰야 했다. 어릴 적 기억 하나에 주저앉고 단어 하나에 멍해져야 했다. 내 기억과 겹쳐질 땐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고 감정이 공감할 땐 울컥하기도 했다. 누군가는 남들이 만들어준 포장지를 입고 그 안에 자신을 꼭꼭 숨기며 살아간다. 하지만 이 시집은 정반대였다. 감정이 튀어나오고 고백이 비집고 나왔다. 내가 이토록 진심 앞에서 부끄러움을 느낀 적은 드물다. 나라면 이만큼 솔직해질 수 있을까. 이 시집은 그냥 시가 아니다. 누군가의 닻이고 기억이고 우림모두의 마음을 다시 끌어올리는 따뜻한 손길이다”는 진심 어린 서평을 건넸다.

한편 저자는 시를 펴내면서 “시는 내면에 있던 은밀한 목소리가 퍼져 나오는 것이다. 작은 창문을 통과하고 오솔길을 지나서 햇빛을 불러온다. 마음속 파편들이 꿰어져 한 줄의 목걸이가 되고 팔찌가 된다. 이쁘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며 대견하기도 하다. 때로는 영롱하게 튀어 올라 보석이 되어 가슴에 박힌다. 시를 쓰면서 새롭게 느끼고 시를 보고 감탄하고 시를 다시 음미한다. 하나의 세계가 열리면서 무르익고 성숙해 간다. 다시 사랑할 힘이 충전된다. 고단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서 숲 속의 옹달샘을 찾은  느낌이다. 가슴속 알알이 박힌 조각들이 태어날 준비를 한다. 진솔하게 만나야 진정성의 옷을 입는다. 살아 있음이 축복이 될 때 죽음도 아름답다. 언제 이별이 오더라도 아름다운 시를 쓰자. 영롱한 시를 쓰자. 가슴 메이는 시를 쓰자. 너에게 다가가는 시를 쓰자”라고 전했다.

이 시집은 접한 독자 A 씨는 “시집 <닻>의 3부 덫의 내용 중 ‘나는 왜’에서 나오는 시구 절 중에 하나인 ‘마음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초라한 내 모습을 보겠습니다. 초라한 나를 보듬겠습니다. 나를 바라보겠습니다’를 읽으면서 마음의 울림을 얻었다. 결국 모든 것은 나를 알고 이해하는 데서 시작되는 듯하다. 나를 안 후에는 바라봐줘야 한다. 내가 나를 말이다. 이 사실은 초년에도 중년에도 말년에도 예외 없는 사실이다. 내 못남을, 내 초라함을 받아들이고 보듬는 것, 내게서 보이는 여러 변화들을 이해해줘야 한다”는 서평을 남겼다.

이 시집과 함께 읽을 만한 도서로는 저자 임찬희의 「그때의 나, 그때의 너」 , 저자 문순태의 「타오르는 영산강」 , 저자 이재무의 「즐거운 소란」 , 저자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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