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T 3사, 인력·투자·속도 '삼중 부담' 직면
레거시는 수익, AI는 미래…두 마리 토끼의 무게
그룹 안에 갇힌 AX…대외 레퍼런스는 축적 중
삼성SDS 타워. 사진=삼성SDS
[포인트데일리 손지하 기자] 삼성SDS·LG CNS·SK AX가 일제히 인공지능 전환(AX)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며 조직과 사업 구조를 대대적으로 바꾸고 있다. 업계에서는 겉으로는 'AI 특수'를 누리는 듯 보이지만 세 회사 모두 인력 재배치와 레거시 사업 충돌, 대규모 투자 부담이라는 구조적 과제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통 딜레마…AI 올인의 다섯 가지 부담
=업계에서는 세 회사가 공통적으로 직면한 과제로 다섯 가지를 꼽는다. 인력 재배치·재교육 비용, 레거시 사업과의 충돌, 그룹 내부거래 의존, AI 풀스택 구축에 따른 투자 부담, 고객 수요·규제와의 속도 차다.
AI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기존 SI·운영 인력의 전환 교육이 대규모로 필요하다. 비용이 늘어나는 구조다. 삼성SDS는 2026년 정기 인사에서 AI 플랫폼·에이전트, 클라우드, 디지털 물류 분야 리더 10명을 전면 배치했다. SK AX는 전 구성원을 대상으로 AI 리터러시 인증과 부트캠프를 진행하며 실무 기반 역량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기존 인력에게는 전환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룹 내부 수요에 의존하면서 대외 매출을 동시에 늘려야 하는 모순도 공통 과제다. 삼성SDS와 SK AX 모두 각자의 그룹사 AI 전환 수요를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그룹 밖에서 레퍼런스를 얼마나 빠르게 쌓느냐가 중장기 성장성을 가른다는 분석이다.
고객의 AI 도입 속도도 변수다. IT 서비스사들이 원하는 속도로 AX 프로젝트가 확대되지 않는 '속도 차이'가 실적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삼성SDS 'AI 총사령부' 이후의 내외부 과제
=삼성SDS는 AI·클라우드 인력을 전면에 세우며 'AI 풀스택 기업' 전환을 공식화했다. 올해 초에는 AX 센터를 신설하고 데이터센터 투자를 2배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클라우드 서비스와 디지털트윈 시너지를 결합한 차별화 전략이다.
그러나 AI 중심 인사는 기존 레거시 사업 인력에게 전환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룹 내부 프로젝트와 대외 AX 사업의 수익성 격차를 어떻게 메울지가 향후 2~3년의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LG CNS 본사 전경. 사진=LG CNS
◇LG CNS 피지컬 AI, 화려한 테스트베드와 긴 상용화의 길
=LG CNS는 제조·물류 현장에서 로봇이 스스로 판단하고 협업하는 '피지컬 AI'를 앞세워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현재 10여 개 고객사의 공장과 물류센터에서 개념 검증(PoC)을 진행 중이다. 조선 분야 부품 조립 검사, 물류센터 박스 적재 등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 실증도 추진하고 있다.
현신균 LG CNS 대표는 CES 2026에서 "2028년부터 다양한 형태의 로봇이 생산 현장에 투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스킬드 AI의 기술과 중국 유니트리의 로봇 하드웨어를 결합해 현장 데이터 학습을 진행 중이라고도 했다.
다만 조선·물류·제조 현장은 안전 규제와 품질 책임, 노동 이슈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PoC에서 대규모 상용화로 넘어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피지컬 AI 선도'라는 이미지와 달리 실제 매출 기여가 본격화되기까지 수년간 투자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구조다.
◇SK AX, 사명까지 바꾼 'AX 올인'의 전환 비용
=SK C&C는 2025년 사명을 'SK AX'로 변경하고 10년 안에 글로벌 상위 10위권 AX 전문 기업이 되겠다는 비전을 내놨다. 2030년까지 전체 업무 프로세스를 AI 워크포스로 전환하고 생산성을 50% 이상 높이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도 제시했다.
기술 측면에서는 SK텔레콤과 협력해 클라우드 인프라, 대형 언어 모델(LLM), 오케스트레이션 플랫폼, 라지 액션 모델 등 에이전틱 AI 풀스택을 자체 구축했다. 그러나 특정 아키텍처에 선제 투자한 만큼 글로벌 빅테크 솔루션의 변화에 따라 추가 투자나 방향 전환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리스크도 존재한다.
사명 변경과 전사적 AX 선언은 기존 시스템·조직·업무 방식을 AI 중심으로 재설계하는 데 따른 단기 생산성 저하와 변화 피로도를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ROI 기반 AX를 강조하는 만큼 실제로 고객이 체감하는 비용 절감과 생산성 개선 효과를 수치로 증명해야 하는 과제도 커지고 있다.
SK AX CI. 사진=SK AX
◇"누가 전환 비용 감수하며 수익 모델 증명하느냐"
=세 회사는 각기 다른 간판을 내걸었지만 마주한 과제는 닮아 있다. AI 인력 재배치와 레거시 충돌, 내부거래 의존, 풀스택 투자, 고객 수요와의 속도 차가 공통 분모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2~3년은 누가 더 많은 전환 비용을 감수하면서도 수익 모델을 증명해 내느냐를 가르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AI 전환을 선언하는 순간부터 기존 사업과 신규 투자를 동시에 떠안는 이중 부담이 시작된다"며 "인력을 재배치하면 레거시 사업이 흔들리고 레거시를 지키면 AI 전환 속도가 늦어지는 구조다. 결국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데 그 비용을 버텨낼 체력이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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