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생 한국수산회 수산정책연구소장
[현대해양]
2026년, 블루테크(Blue-Tech)가 여는 새로운 수산 시대
2026년 현재 글로벌 산업 지형은 기술 간 경계가 무너지는 대 융복합 시대를 지나고 있다. 수산업 역시 예외는 아니다. 과거의 수산업이 단순히 수산물을 채취하고 가공하는 1차 산업에 머물렀다면, 오늘날은 인공지능(AI) 기반의 스마트 양식, 수산 생명 자원을 활용한 화이트 바이오, 푸드테크가 결합된 고부가가치 ‘블루테크(Blue-Tech)’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역동적인 기술적 진보와는 대조적으로, 수산 현장의 금융 환경은 여전히 과거의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모태펀드를 통해 혁신 벤처 생태계를 견인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수산업은 여전히 독립적인 투자 분야로서 자본 시장에 충분히 정착하지 못한 실정이다. 수산업은 생산과 가공, 유통 및 수출을 아우르는 전후방 연계 효과가 매우 큰 산업이지만, 담보와 현금흐름만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접근 방식이 민간 자본의 유입을 가로막는 구조적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이제는 수산 정책의 근간을 단순한 ‘재정 지원’에서 탈피해, 자본의 선순환을 이끄는 ‘투자 연계형 산업 정책’으로 과감하게 전환해야 할 골든타임이다.
시스템 표준화와 범정부 협업형 모델 구축
수산 투자 활성화를 위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는 바로 투자 시스템의 ‘표준화’이다. 현재 수산 분야의 유망 벤처들이 겪는 자금 조달의 어려움은 단순히 재원의 절대적인 부족 때문이라기보다, 정책과 금융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줄 ‘중간 매개 구조’가 부재한 데서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적인 대안으로 기존 중소벤처기업부 소관의 모태펀드 체계에 수산업 분야를 단계적으로 편입하고 연계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중기부의 선진화된 벤처투자 표준 시스템을 수산 분야에 이식한다면, 불필요한 행정 부담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대형 벤처캐피털(VC)과 글로벌 펀드가 수산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안심하고 진입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가 마련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주무 부처인 해양수산부의 역할 또한 막중하다. 해수부는 산업 구조와 정책 수요를 정밀하게 분석하여 투자 대상을 명확히 정의하고, 전체적인 투자 정책을 설계하며 부처 간 의견을 조율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이러한 범정부 협업형 모델이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파편화되어 있던 기존의 지원 사업들이 하나로 통합되고 투자 효율성이 극대화되는 강력한 촉매제가 될 것이다.
민관 협력 허브와 정보의 비대칭성 해소
자본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수산 기업에 선뜻 손을 내밀지 못하는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는 기업의 실질적인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정보의 비대칭성’에 있다. 현장과 자본 시장 사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갖춘 민간 연계 기관을 ‘투자 허브(Hub)’로 육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 투자 허브는 특정 단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차원을 넘어, 수산 현장의 혁신 DNA와 자본 시장의 투명성을 잇는 ‘혈맥’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핵심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다.
•상시 발굴 및 검증: 현장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을 지닌 유망 기업을 상시 발굴
•정보의 표준화: 발굴된 기업의 기술력과 투자 적합성을 철저히 검증하고, 이를 투자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표준화된 정보 형태로 제공
•성장 패키지 지원: 모태펀드 운용사와 유망 기업 간의 매칭을 돕는 것은 물론, 투자 이후에도 판로 개척, 수출 지원, 각종 정책 사업 연계 등을 패키지 형태로 제공하여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
이러한 유기적인 실행 체계가 구축될 때, 수산 모태펀드 정책은 비로소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며 산업 전반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TIPS 모델 도입과 자생적 생태계 조성
우리가 나아가야 할 수산 정책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명확합니다. 그것은 바로 ‘보조금 중심’의 정책 기조를 ‘민간 투자 주도’의 성장 모델로 바꾸는 것이다.
특히 민간 투자사가 기술력을 가진 팀을 먼저 선발하고 투자를 집행하면 정부가 R&D 자금을 매칭하여 뒷받침하는 ‘TIPS(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모델을 수산 분야에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최근 수산업 내에서 스마트 양식, 수산 바이오, 물류 및 유통 신산업 영역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점은 이러한 투자 모델의 성공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혁신적인 수산 기업들이 유형의 자산이나 담보가 없더라도, 오직 독보적인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만으로 충분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수산업이 스스로 혁신을 거듭하는 자생적인 생태계를 갖추게 된다면, 이는 단순한 재정 투입보다 훨씬 강력한 산업 육성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나아가 이는 국가 경제 전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강력한 모멘텀이 될 것이다.
2026년, 수산 벤처 유니콘 시대를 향한 서막
수산분야 모태펀드의 효율적인 운영과 선진적인 투자 체계 구축은 단순히 금융 기법을 하나 추가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수산업이라는 전통적인 산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미래 첨단 산업으로 도약하게 만드는 역사적인 작업이다.
우리가 구축하고자 하는 새로운 투자 모델은 수산업만의 고유한 특성을 존중하면서도, 글로벌 벤처 투자 시장의 냉철한 문법에 부합해야 한다. 정부 당국의 정교한 정책 설계, 민간 전문 기관의 탁월한 실행력, 그리고 투자 시장의 풍부한 자본이 삼박자를 이루며 맞물려 돌아갈 때, 비로소 대한민국의 수산 기업들도 글로벌 시장을 리딩하는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2026년은 우리 수산업이 오랜 세월 지탱해 온 전통의 틀을 깨고, 미래 첨단 산업으로서 당당히 자리매김하는 원년이 되기를 바라며, ‘투자’라는 든든한 돛을 달고 수산 산업이라는 거대한 배가 더 넓고 깊은 대양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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