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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수백년 된 나무들 폭염에 고사

기록적 폭염 등 기후 변화와 환경 오염 등으로 고향 마을 중심에 버티고 서 있던 나이 많은 보호수들이 고사하면서 보다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백년 된 나무들 폭염에 고사

수백년 된 나무들 폭염에 고사

기후 변화·오염·콘크리트 포장…전남 보호수 잇따라 쓰러져

600년 된 진도 비자나무 위기…영암 보호수 등 43그루 ‘주의’

전국 보호수 30% 몰린 전남광주, 체계적 관리 대책 목소리 높아

2026년 08월 23일(일) 21:00

담양군 대덕면의 108년 된 느티나무가 밑동 생육공간이 콘크리트로 포장된 채로 기울어 있다. <담양군 제공>

기록적 폭염 등 기후 변화와 환경 오염 등으로 고향 마을 중심에 버티고 서 있던 나이 많은 보호수들이 고사하면서 보다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전남광주시 각 지자체에 따르면 지난 한 달 사이 담양, 영암, 무안, 함평, 곡성군에서 보호수가 고사해 보호수 지정 해제됐다.

담양군은 최근 대덕면 성곡리 318-1번지에 있는 보호수 느티나무 3그루 중 1그루(수령 108년)를 보호수에서 해제, 제거키로 했다.

나무의사 진단 결과, 나무는 수년 전부터 생육공간의 95% 이상이 콘크리트로 포장돼 수분과 영양분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면서 몸통이 심하게 기울고 끝내 고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호수 인근에 콘크리트를 덮는 행위는 불법이지만, 담양군은 콘크리트 포장이 언제, 어떤 과정으로 이뤄졌는지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현행 산림보호법은 개발 등 보호수 훼손행위를 금지·제한하고 있다.

담양군 관계자는 “보호수를 매년 점검하고 있지만 증상이 수년에 걸쳐 뒤늦게 나타났고 고사 피해 이후에 원인을 찾은 것으로, 병해충 등 추가적인 원인이 있을 수도 있다”고 해명했다.

앞서 지난 1일에는 영암군 서호면 화송리 433번지에 있는 군 지정 보호수 팽나무가 부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1982년 보호수로 지정된 이 나무는 올해 기준 수령 192년으로, 영암군은 지난 13일 보호수 지정을 해제했다.

나무병원 점검 결과 더위와 추위 등 이상기후가 반복되면서 수관이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했고, 그 여파로 나무 내부에 구멍(동공) 등이 반복적으로 발생해 지지력이 약해진 것으로 확인됐다.

무안군도 지난 13일 무안군 운남면 성내리 891번지에 있는 팽나무(수령 443년)를 보호수에서 해제한다고 공고했다.

나무는 최근 낙뢰로 큰 가지가 부러진 이후 점차 고사가 진행돼 왔으며, 주민들이 이용하는 운동기구가 나무 아래 설치돼 있어 안전사고 우려에 따라 제거할 예정이다.

함평군도 지난 10일 학교면 고막리 689번지에 있는 팽나무(수령 321년)에 대해 보호수 해제 공고를 냈다. 이 나무는 지난 7월 21일 집중호우와 낙뢰 피해를 입어 줄기가 대부분 파손·고사돼 수세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로 확인됐다.

지난달 24일에는 곡성군 죽곡면 남양리 271번지 보호수 소나무(수령 177년)가 고사함에 따라 지정 해제 공고가 났다.

천연기념물 나무도 고사 위기에 놓였다. 진도군에 따르면 올 여름 들어 임회면 상만리 비자나무(수령 600여년, 천연기념물 제111호)의 잔가지(맹아)가 자라나고 잎과 가지가 마르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진도군은 올 여름 폭염 등 극한 기후에 따라 나무가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올해 전남광주 지역의 최고기온이 40도에 육박하는 등 나무의 적정 생육 기온(35도 이하)을 넘어서면서 내년부터 보호수 등 생육 피해가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영암군 서호면의 150년 된 보호수가 밑동째 부러져 쓰러져 있다. <영암군 제공>

영암군의 경우 지역 내 보호수 다수가 고사 위험에 놓여 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영암군이 지난 11일부터 19일까지 군 내 보호수 126그루와 노거수(당산나무) 3그루를 대상으로 실시한 전수조사 결과, 33%에 해당하는 43그루(보호수 40그루·당산나무 3그루)가 ‘주의’ 단계로 분류됐다.

주의 단계로 분류된 나무들은 줄기(수간)가 부패하거나 구멍(동공)이 발생해 외과수술이 필요한 나무 7주, 전도 위험 등으로 지지대 설치가 필요한 나무 1주를 비롯해, 병해충 방제(12주), 가지치기(5주), 풀베기(11주) 등 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남광주 지역은 전국에서 보호수가 가장 많이 몰려 있는 지역으로 꼽혀 관리 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보호수 1만3833그루 중 전남 지역에 있는 보호수는 4148그루, 광주는 84그루로 집계됐다. 전국 보호수의 30.6%가 전남광주 지역에 몰려 있는 상황이다.

고규홍 나무 칼럼니스트는 “보호수는 마을의 이야기를 간직한 오래된 상징일 수도 있고, 생태계의 상징일 수도 있는데 관리 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단순히 보호수를 지정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그 가치를 다음 세대까지 이어갈 수 있도록 지자체의 관심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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