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시 동탄역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전월세난이 촉발한 매수세로 서울 및 서울 인접 수도권 주요 지역의 아파트값 상승세가 연중 내내 이어진 가운데 상대적으로 가격 오름세가 더뎠던 경기 외곽 지역의 집값도 꿈틀대고 있다. 반도체 산업 종사자들의 수요가 집중되는 수원·성남·용인·의왕시 등 경기 남부권 도시에서 매매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 상황에서 비규제지역인 오산·군포·부천시 등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1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경기도 아파트값 상승률은 0.18%로 집계돼 전주 0.15% 대비 오름폭을 키웠다. 올 들어 서울 전월세난 악화로 서울과 경기도 집값이 동반 오름세를 보인 가운데 서울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줄곧 경기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9월부터는 분위기가 바뀌었다. 고가 아파트에 대한 보유세 인상 등을 골자로 하는 ‘8.3 세제개편안’ 등의 영향으로 서울 집값이 주춤한 반면 경기도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유동성과 주택 매수세 유입이 계속되면서 매주 0.15~0.23%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경기 남부 집값 오름세를 이끌었던 화성 동탄, 수원 영통, 용인 기흥 등 ‘반세권’ 주변 지역으로도 매수세가 번지는 양상이다. 매매가가 비교적 덜 오른 데다 비규제지역이라 대출 조건이 유리하고 세 낀 매물 거래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수요자들에게 매력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지난 7월 화성 동탄구와 용인 기흥구, 구리시를 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하면서 수도권 규제지역을 서울 25개 자치구 전역과 경기 15개 지역으로 확대했다.
일례로 화성시와 맞닿은 오산시의 경우 9월부터 매주 0.1% 이상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으며 지난주는 0.19%까지 오름폭이 커졌다. 오산시는 7월까지 누적 매매가 변동률이 -0.22%를 기록하는 등 침체 분위기가 짙었지만 7월 정부가 화성 동탄을 규제지역으로 묶은 후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 효과가 뚜렷하다. 화성 병점구 역시 7월부터 매주 0.2~0.4%씩 매매가가 오르면서 7월 이후 약 3개월간 누적 변동률이 4.43%에 달해 동탄(4.27%)에 육박하고 있다. 화성 효행구도 9월 중순까지 매매가에 거의 변동이 없었지만 최근 3주 연속 0.1% 안팎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사업장이 있는 수원시 영통구와 인접한 비규제지역인 수원 권선구도 풍선 효과가 두드러지는 곳이다. 권선구의 아파트 매매가는 올 상반기 0.1~0.2%의 주간 상승률을 보이다 정부가 규제지역을 한 차례 확대한 7월 이후 주간 매매가 오름폭이 0.4~0.6% 수준까지 올라섰다. 7월 이후 누적 상승률은 5.31%에 이른다. 인근 중개업소 한 관계자는 “권선구도 곧 규제지역으로 묶일 수 있다는 생각에 매매를 서두른 수요자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부천시도 비슷한 양상이다. 부천시의 아파트 매매가 누적 상승률은 올해 7월까지 1.81%에 그쳤지만 이후 3개월 동안은 2.11% 오르며 상승 폭을 키웠다. 서울 접근성이 높은 부천시 원미구는 8월 중순부터 매주 0.3%씩 상승하면서 3개월 누적 상승률이 3.27%에 달했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잠잠했던 소사구도 지난주 0.12%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군포시도 올 초부터 7월까지 누적 상승률은 3.95% 수준이었지만 지난 3개월간 4.36% 오르면서 상승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규제지역 전반에서 매매가가 상승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지역들의 집값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시장 흐름의 변화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현재 부동산 시장을 이끄는 힘 중 하나는 삼성전자 사내대출 등에서 비롯된 경기 남부지역의 유동성”이라며 “집값 안정을 위한 정부 규제와 공급 대책이 이어지고 있지만 유동성 및 수요 확대는 시장의 가격 하방 경직성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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