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솜방망이 처벌로 '데이터 주권' 못 지켜

SK텔레콤, 카카오 등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 수백억 원대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것 역시 국민의 일상을 담보로 수익을 창출하면서 정작 그 정보를 지키기 위한 심층 방어 전략에는 소홀했음을 보여준다. 폭증한 과징금...

솜방망이 처벌로 '데이터 주권' 못 지켜

디지털 전환(DX)의 가속화 속에 데이터가 곧 국가 경쟁력이자 기업의 핵심 자산인 시대다. 그러나 ‘데이터 강국’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만큼 우리 사회의 개인정보 관리 실태는 참담한 수준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자료는 그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지난 5년간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기관 처분이 508건에 달하고, 과징금 규모는 2021년 약 15억 원에서 지난해 약 1580억 원으로 100배 이상 폭증했다. 이는 단순히 위반 사례가 늘어난 것을 넘어, 우리 사회의 보안 불감증이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알리는 엄중한 경고음이다.

더욱 심각한 지점은 유출 원인이다. 흔히 개인정보 유출이라 하면 고도로 훈련된 해커의 공격을 떠올리기 쉽지만, 실상은 내부 관리 소홀과 업무 과실이라는 인재(人災)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경우 업무 과실로 인한 유출이 해킹보다 두 배 이상 많았고, 민간 영역에서도 내부 통제 미흡이 해킹과 비등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쿠팡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앱 내 화면 오류로 타인의 배송 정보와 성명, 주소가 노출된 사고는 기본적인 보안 거버넌스 부재가 낳은 결과였다. SK텔레콤, 카카오 등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 수백억 원대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것 역시 국민의 일상을 담보로 수익을 창출하면서 정작 그 정보를 지키기 위한 심층 방어 전략에는 소홀했음을 보여준다.

폭증한 과징금 수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나라의 처벌 체계가 ‘솜방망이’에 불과한 상황이다. 유럽연합(EU)의 일반 개인정보 보호법(GDPR)은 위반 시 전 세계 연간 매출액의 최대 4% 또는 2천만 유로 중 높은 금액을 과징금으로 부과한다. 실제 지난 2021년 당시 아마존이 유럽연합(EU)에서 7억 4600만 유로(약 1조 2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아 논란이 된 바 있다. 미국의 경우도 위반 건당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여 보안 비용이 유출 사고 처리비보다 훨씬 비싸게 먹힌다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최근 법 개정을 통해 과징금 산정 기준을 ‘위반행위 관련 매출액’에서 ‘전체 매출액’으로 확대했지만, 실제 집행 과정에서는 각종 감경 사유가 적용되어 실효성이 반감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입장에서 보안 인프라 구축과 CISO(최고정보보호책임자)의 권한 강화에 드는 비용이 과징금보다 크다고 판단하는 한, 개인정보 유출의 악순환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단순히 사후약방문식의 과징금 부과를 넘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설 필요가 있다.

정부와 국회는 글로벌 표준에 걸맞은 수준으로 처벌 수위를 현실화하고, 기업들은 보안을 ‘비용’이 아닌 ‘생존을 위한 투자’로 인식해야 한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