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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속도·품질 한계 넘는 AI-RAN, 차세대 통신 인프라 '부상'

이 협력체는 엔비디아, 에릭슨, 노키아, 삼성전자, 소프트뱅크, T-모바일 등 전 세계 통신·전자 분야 주요 기업들이 참여한 가운데 AI 기술을 무선접속망에 적용하기 위한 공동 연구와 기술 표준 논의를 추진하고...

속도·품질 한계 넘는 AI-RAN, 차세대 통신 인프라 '부상'

인공지능(AI) 기술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는 추세에서, 통신 인프라 역시 변화의 기로에 놓여 있다. 대규모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AI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기존 이동통신망 구조만으로는 트래픽 증가와 네트워크 운영 복잡성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이런 흐름 속 무선접속망(RAN)에 AI를 직접 적용하는 ‘AI-RAN(AI Radio Access Network)’이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AI 전환 시대, 통신망 지능화 요구

RAN은 이동통신 네트워크에서 기지국과 단말기를 무선으로 연결하는 핵심 인프라로서 단말기의 초기 접속, 기지국과 단말기 간의 데이터 전송, 핵심망과 단말기 간 사용자 데이터와 제어 명령 송수신, 각 단말기의 서비스별 품질(QoS) 제어 등을 처리한다.

기존 RAN 구조에서는 트래픽 관리와 자원 배분이 주로 사전에 설정된 알고리즘이나 운영자의 관리에 의해 이뤄졌다. 그러나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서비스가 확산하며 네트워크 환경이 변화하자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생성형 AI와 영상 스트리밍,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이동통신망에서 처리해야 할 데이터양이 빠르게 늘었기 때문이다. 글로벌 통신 장비 기업들은 향후 네트워크 트래픽의 상당 부분이 AI 관련 데이터 처리에서 발생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제시된 개념이 AI-RAN이다. RAN 운영에 AI를 활용해 무선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네트워크 성능과 품질 및 에너지 효율을 향상하겠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로, AI는 트래픽 패턴을 학습해 주파수, 시간, 전력 등 무선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데이터 처리량(Throughput)을 개선하며 RAN이 더 많은 사용자를 수용할 수 있게 한다.

또한 기지국과 휴대전화 간 데이터 전송 경로를 분석하고 최적화해 속도와 품질을 높인다. AI는 지연 시간이 짧은 데이터 처리 기술을 적용해 이동통신 환경에서 더 빠른 통신을 지원하며, 신호 품질 분석을 토대로 혼·간섭을 줄이는 데 이바지할 수 있다.

AI-RAN 개선 사항 비교

아울러 AI는 네트워크 트래픽이 적은 시간대나 위치를 예측해 기지국의 전력 소모를 줄인다. 통신망의 문제를 스스로 진단하고, 네트워크 상태에 맞춰 최적의 파라미터를 설정하기도 한다. 이로써 RAN 운영 비용을 절감하는 데도 기여한다.

이밖에 AI-RAN은 통신과 AI를 결합한 컴퓨팅 인프라 역할도 할 수 있다. AI-RAN에 탑재된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AI 컴퓨팅 자산의 유휴 자원을 활용해 기지국이 통신뿐만 아니라 고객에게 직접 AI 학습·추론 서비스를 제공한다.

향후 6세대 이동통신(6G) 서비스는 그 자체가 AI 기반으로 운영되는 ‘AI 네티이브’ 개념을 내포할 전망이며, 이에 AI-RAN은 기존 통신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고 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의 차세대 이동통신을 구현할 핵심 인프라로 여겨진다.

AI 인프라 가세, 경쟁·협력 다각화

AI-RAN이 이동통신 시장은 물론 ICT가 융복합해 창출되는 디지털·AI 전환 흐름의 필수 인프라로 인식됨에 따라, AI-RAN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전 세계 기업·정부의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통신업계는 AI 컴퓨팅용 GPU를 독점하고 있는 엔비디아와 협력해 AI-RAN 표준화·상용화를 도모하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 지난 2024년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는 ‘AI-RAN 얼라이언스(Alliance)’가 출범했다. 이 협력체는 엔비디아, 에릭슨, 노키아, 삼성전자, 소프트뱅크, T-모바일 등 전 세계 통신·전자 분야 주요 기업들이 참여한 가운데 AI 기술을 무선접속망에 적용하기 위한 공동 연구와 기술 표준 논의를 추진하고 있다.

GPU 기업인 엔비디아의 적극적인 가세로 AI-RAN은 통신 산업뿐 아니라 AI 인프라 산업과도 밀접하게 연결되고 있다. 엔비디아는 자사의 GPU 기반 컴퓨팅 플랫폼을 활용해 네트워크 데이터 처리와 AI 연산을 동시에 수행하는 구조를 제시하고, 전 세계 이동통신 기업들과의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3월 초 열린 MWC 2026에서 엔비디아는 통신업계 협력사들과 AI 네이티브 6G 협력, 에이전틱 AI 기반 자율 네트워크 기술 등을 발표했으며, 자사 플랫폼을 활용한 AI-RAN 상용화 동향도 밝히며 관심을 모았다.

특히 주요 협력사인 T-모바일은 노키아의 쿠다(CUDA) 가속 RAN 소프트웨어(SW)를 탑재한 엔비디아의 AI-RAN 플랫폼에서 AI 워크로드와 RAN 처리를 동시에 수행하는 기술을 시연했다. 노키아의 에어스케일 대규모 다중입출력(MIMO) 라디오로 3.7기가헤르츠(㎓) 대역에서 상용 기기를 지원했으며, 5G 영상 스트리밍, AI 기반 영상 자막 생성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구동됨을 보여줬다.

소프트뱅크는 엔비디아 AI-RAN 플랫폼에서 실행되는 SW 정의 5G를 기반으로 16레이어의 대규모 MIMO를 구현했다.

엔비디아 외에도 AI-RAN 표준화를 위한 업계 내 협력과 경쟁이 전개되고 있다. 최근 에릭슨은 AT&T 및 인텔과 협력해 제온 6 시스템온칩(SoC) 기반의 클라우드 RAN 환경에서 AI 네이티브 링크 적응 기술을 시연하며 관심을 모았다. 이 기술은 실시간 AI 모델을 활용해 채널 환경 변화와 다양한 간섭 상황에 대응하며 특정 시점에 전송할 데이터양을 동적으로 결정한다. 규칙 기반 링크 적응 방식 대비 최대 20%의 처리율 증가를 달성, 이에 상응하는 스펙트럼 효율 개선을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국내 AI 네트워크 전략 본격화

국내에서도 AI 기반 네트워크 기술 연구개발(R&D)이 진행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 연구에서 AI 기반 네트워크 자동화와 RAN 지능화 기술을 주요 과제로 제시한 바 있고, 이동통신사들도 네트워크 운영에 AI를 적용하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동통신사들은 네트워크 트래픽 분석과 장애 예측 등에 AI 기술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업 간 협업도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삼성전자와 KT는 상용망에서 사용자 맞춤 네트워크 최적화 등 AI-RAN 응용 기술을 검증한 바 있고, 지난달에는 SK텔레콤이 노키아, HFR 등 국내외 기업과 협력해 엔비디아 GPU 기반 범용 서버를 활용한 AI-RAN의 다양한 장비 구조를 개발·실증하기도 했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은 6G 상용화에 앞서 사용자 체감 통신 품질 유지·개선, AI 서비스 안정성 등 AI-RAN의 상용망 활용 가능성과 적합성을 확인해 나가고 있다.

삼성리서치 차세대통신연구센터와 KT 연구진이 AI 무선망 기반 사용자 맞춤 네트워크 최적화 기술 적용 효과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정부도 국내 업계가 AI-RAN을 비롯한 AI 기반 네트워크 기술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AI 기지국을 확산하기 위해 통신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확충하는 내용을 담은 ‘하이퍼 AI 네트워크 전략’을 지난해 말 발표한 바 있으며, MWC 2026에서는 국내외 통신 장비·서비스 기업 및 학계·연구계가 참여하는 ‘AI 네트워크 얼라이언스’를 출범하며 관련 기술 개발과 산업 생태계 조성에 나섰다.

한편, 정보통신 인프라 업계는 기지국 장비와 데이터센터·클라우드 인프라를 연결하는 고용량 전송망 구축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기존 이동통신망이 기지국 장비 중심으로 구축돼 온 것과 달리, AI-RAN 환경에서는 데이터 처리 인프라와 고성능 연산 자원 및 네트워크 SW가 결합된 구조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또한 AI 기반 네트워크 운영이 확대되면서 기지국 장비와 서버, GPU 등 다양한 컴퓨팅 장비를 통합하는 인프라 설계 역량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통신 인프라 구축 사업이 단순 장비 설치를 넘어 네트워크·컴퓨팅·SW를 융합하는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AI 서비스 확산으로 네트워크 운영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며 “AI-RAN은 네트워크를 단순한 데이터 전달 인프라가 아니라 지능형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기술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통신 네트워크와 AI 컴퓨팅의 융합이 가속화할 것”이라며 “AI 전환이라는 패러다임 변화를 선도할 통신 인프라 업계 전략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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