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삼성SDS·효성중공업 등 ‘시차 임기제’ 활용
롯데에너지머티·유니드 등은 전자주주총회 배제 추진
효성티앤씨는 이사 후보 추천 제한 정관 시도
국민연금 “주주권 침해 정관 변경엔 원칙적 반대”
2026년 3월18일 오전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겸 DS부문장이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이현민 기자
올해 하반기 개정 상법 시행을 앞두고 일부 상장사들이 이사 임기를 쪼개거나 전자투표를 막는 등의 방식으로 집중투표제를 사실상 무력화하려 한다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스튜어트십코드를 강화하려는 국민연금기금운영본부는 “상법 취지를 훼손하는 꼼수”라며 정면 대응에 나서고 있다.
19일 각사 공시에 따르면, 올해 9월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를 대상으로 집중투표제 도입이 의무화되면서, 일부 상장사들은 소액주주 추천 사외이사 진입을 막고 이사회 장악력을 유지하기 위한 대응 전략 마련에 나서고 있다.
집중투표제는 이사 선임 시 주주가 보유한 주식 수에 선임 인원 수를 곱한 의결권을 특정 후보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소수 주주의 이사회 진입을 확대하기 위한 장치다.
일부 상장사들은 이사 임기를 ‘3년 이내’로 유연화하거나 이사 수를 축소하는 정관 변경안을 잇달아 상정했다.
이사의 임기 만료 시점을 서로 다르게 설정하는 ‘시차 임기제’를 통해 한 번에 선임되는 이사 수를 최소화하면, 집중투표제의 핵심 효과인 ‘동시 선출’을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법의 취지를 우회하는 전형적인 꼼수”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기금운용본부는 “개정 상법 취지에 반하는 정관 변경에는 원칙적으로 반대한다”며 실제 의결권 행사로 이를 구체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사외이사 임기를 기존 ‘3년’에서 ‘3년 이내’로 변경하는 안건을 상정했지만, 국민연금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임기를 단축하거나 연장할 수 있다”며 반대표를 행사했다.
삼성SDS 역시 동일한 방식의 정관 변경을 추진했지만 같은 이유로 반대에 직면했다.
효성중공업은 이사 정원을 3명 이상 16명 이하에서 3명 이상 9명 이하로 축소하고, 임기를 유연화하는 안건을 상정했으나 국민연금 등의 반대로 주주총회에서 부결됐다.
국민연금은 “이사 수 상한 축소는 일반 주주의 주주제안과 집중투표제 청구 가능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반대 사유를 밝혔다.
또 “다양한 경력과 능력을 가진 이사 선임을 제한하고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와 유니드 등은 전자주주총회 배제 안건, 효성티앤씨는 이사 후보 추천 제한 정관 변경안을 상정했다가 국민연금의 반대표를 받았다.
국민연금은 이번 주총 시즌에서 집중적으로 점검하는 기준을 명확한 상태다.
이사·감사 수 상한 축소를 통한 주주제안 봉쇄 시도, 이사 임기 다양화를 통한 시차 임기제 악용, 자사주 소각 없는 보유·처분 근거 마련 등이 대표적이다.
의결권 행사 방향 사전 공개 기준을 기존 지분 10% 이상에서 5% 이상 보유 기업으로 확대하며 감시 수위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이 단순한 정관 변경 문제가 아니라 국내 자본시장 신뢰와 직결된 사안이라고 지적한다.
일부 상장사의 시차 임기제 도입 움직임은 국제적 거버넌스 기준에 역행하는 행위이며, 오히려 이사 임기를 1년으로 단축해 매년 주주의 평가를 받는 구조가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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