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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소비자' 치켜든 김헌수호(號), 보험업계 "또 하나의 감시기관"

보험사들은 연구원이 AI 활용 사례나 해외 진출 전략, 자산운용 규제 완화처럼 당장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경영 전략'에 더 힘을 실어주길 원한다. 경영 효율화와 신사업 확대 방안 같은 연구가 소비자 보호 담론에 묻히지...

'소비자' 치켜든 김헌수호(號), 보험업계 "또 하나의 감시기관"

"씽크탱크인가, 또 하나의 규제 감시기관인가."

1일 김헌수 신임 보험연구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소비자 보호'와 '포용금융'을 전면에 내세우자 보험업계 기류가 묘하게 흘렀다. 겉으로는 축하 인사를 건네면서도 내부적으로는 보험산업의 수익성을 고민해야 할 연구원이 자칫 '소비자보호정책' 부속 연구기관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보험사들의 냉소가 터져 나온다.

◆보험산업의 '성장'보다 '감시'에 방점 찍혔나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2026년 사업계획을 뜯어보면 업계의 불안이 엄살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연구원은 올해 3대 연구 축 중 하나로 ‘소비자 보호’를 명시하며, 판매수수료율 비교공시 실효성 점검,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편익 분석, 공시제도 평가 등을 핵심 과제로 올렸다.

보험사들이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목은 ‘판매수수료율 비교공시’와 ‘실손보험 과잉의료 책임 규명’이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IFRS17 도입 이후 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연구원이 보험사 개선 사항만 부각하는 연구에 집중하는 것이 산업 성장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반문한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가 보험연구원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만큼, 보험연구원의 역할 수행과 결과물에 대한 기대치가 크다"면서 "건전성과 혁신을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보험사 입장을 연구원이 대변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보험업계에서는 김헌수 신임 보험연구원장이 기업보다 소비자 보호와 권리 강화 중심의 연구를 해온 교수라는 점을 지목한다.

보험사 입장에선 든든한 우군이어야 할 보험연구원이 오히려 자신들의 치부를 실증적으로 증명해 규제 당국의 '펜'으로 작용하는 상황이 걱정되는 것이다.

김 원장이 강조한 '한국형 포용보험'과 '지역사회 통합돌봄에서 보험의 역할' 역시 논란의 중심이다. 취약계층과 고령층을 아우르는 안전망 구축이라는 명분은 훌륭하지만,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민간 보험사에 이를 ‘사회적 역할’이라는 이름으로 강요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보험사 "어쩌면…'포용'이라는 이름의 유무형적 압박?"

현재 보험산업은 저성장과 저금리,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로 인해 건전성과 수익성이 동시에 위협받는 '복합 위기' 단계에 진입해 있다.

이런 시점에 연구원이 '보장 수요 발굴'이라는 프레임으로 보험사의 지출이나 공공성 기여를 압박하는 연구 결과를 내놓는다면, 이는 민간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정책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보험사들의 우려다.

물론 김 원장의 논리는 단호하다. "보험은 신뢰 기반 산업이며, 정보 비대칭 해소가 곧 미래 성장의 기반"이라는 것이다. 소비자 보호가 뒷받침되지 않은 성장은 모래성일 뿐이며, 장기적으로는 산업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보험사의 실익과 직결된다는 신념이다.

하지만 보험사 현장의 온도는 차갑다. 보험사들은 연구원이 AI 활용 사례나 해외 진출 전략, 자산운용 규제 완화처럼 당장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경영 전략'에 더 힘을 실어주길 원한다.

경영 효율화와 신사업 확대 방안 같은 연구가 소비자 보호 담론에 묻히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결론 '대안 제시'인가 '정부 입장 두둔하는 전략연구소'인가

김 원장은 "보험사와 정책당국에 실질적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약속이 지켜지려면 보험연구원은 소비자 보호라는 '명분'에만 매몰되어 보험사를 압박하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진정한 보험 씽크탱크라면 소비자 보호가 어떻게 보험사의 신규 수익원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 규제 비용을 어떻게 혁신의 기회로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한 ‘정교한 수익 모델’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보험업계의 이런 우려를 '기업 이기주의'로 치부하기엔 현재의 경영 환경이 너무나 혹독하기 때문이다.

김헌수 호(號) 연구원이 '소비자 편향적'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보험 산업 전반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을지, 보험업계의 의구심 섞인 시선은 당분간 거두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김남희 금융증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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