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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세대공감] 육아와 새벽배송을 생각하며

아직 돌이 안 된 아기를 품에 안고 하루를 버텨내다 보면, 세상이 얼마나 빠르게 돌아가는지 피부로 실감하게 됩니다. 요즘 육아를 하고 있는 주변 엄마들을 만나보면 “쿠팡 새벽배송이 없으면 어떻게 아기를 키울 수 있을지 상상할 수 없다”는 말이 당연하게 오갑니다.

[세대공감] 육아와 새벽배송을 생각하며

편리함·속도 추구 부작용 커

노동자에게 밤에 잠 잘 권리를

김경민 ‘싸우는 노동자를 기록하는 사람들’ 활동가

아직 돌이 안 된 아기를 품에 안고 하루를 버텨내다 보면, 세상이 얼마나 빠르게 돌아가는지 피부로 실감하게 됩니다. 요즘 육아를 하고 있는 주변 엄마들을 만나보면 “쿠팡 새벽배송이 없으면 어떻게 아기를 키울 수 있을지 상상할 수 없다”는 말이 당연하게 오갑니다. 저 역시 치열한 육아전쟁 속에서 그 편리함의 유혹을 수없이 느낍니다. 하지만 저는 조금 불편하더라도 새벽배송을 이용하지 않고 아기를 키워보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적어도 쿠팡 새벽배송 없이 아기를 키울 수 있다고 증명해내고 싶다는 이상한 오기도 생깁니다. 새벽배송이라는 그 편리함의 이면에 가려진 묵직한 질문들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갑자기 이유식에 필요한 식재료가 생각나거나 정신없이 생활하다 똑 떨어진 분유통을 보면 마음이 다급해집니다. 결국 그 다음 날 아침에 급하게 아기랑 피곤한 눈으로 대형마트에 가거나 동네 마트에 가서 재료를 사오거나 분유를 구매합니다. 그럼에도 부끄럽게 고백하자면 가끔 쿠팡이 아닌 다른 새벽배송을 이용하긴 했습니다.

새벽배송 시스템은 편리함을 선사하는 대신, 그 물류를 떠받치는 노동하는 당사자들의 일상을 갉아먹습니다.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슬로건이 얼마나 모순적인지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언제부터 택배는 그 다음 날 바로 도착해야 하는 것이었나 싶습니다. 쿠팡이라는 회사가 없었을 때도 우리는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해나갔습니다. 나아가 쿠팡의 새벽배송은 우리 사회 전체가 심각한 장시간 노동구조를 당연하게 여기도록 길들이는 데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순간순간 잊게 됩니다.

생각해보면 참 씁쓸합니다. 어떤 직업이든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든 아기를 키우는 가정이라면 필요한 물건을 직접 마트에 가서 눈으로 보고 고를 수 있는 여유와 시간적 복지가 주어져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워킹대디·워킹맘은 물론이고 전업주부들마저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육아전쟁 탓에 당연하다는 듯 새벽배송 어플을 켤 수밖에 없습니다. 이 모든 바쁨과 각박함은 결국 우리 사회가 떠안고 있는 장시간 고강도의 노동체제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매일 아침에 배송 완료라는 알림이, 문 앞에 놓여진 택배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맨 처음부터 사람의 손길을 거쳐 나왔을 것이라는 사실을 쉽게 잊곤 합니다. 이러한 편리함과 속도의 추구는 단순히 개인의 생활방식을 바꾸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회 전체를 좀먹는 거대한 부작용을 낳을 것입니다. 누군가의 밤과 노동이 희생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기 시작할 때, 우리는 타인의 노동 가치를 함부로 등급 매기고 차별하기 쉽습니다. 더 나아가 나와 다른 조건을 가진 누군가를 쉽게 무시하고 미워하며, 경계하고 혐오하는 풍조가 자라나는 바탕이 됩니다. 나 하나 편하기 위해 누군가의 밤이 통째로 지워져도 된다는 생각은 결국 우리 사회의 공감 능력을 바닥내고 말 것입니다.

이제는 멈춰 서서 돌아봐야 합니다. 대형마트는 물론이고 쿠팡 같은 대기업 유통업체, 심지어 책을 전해주는 인터넷 서점들까지 모두 새벽 배송과 물류 작업을 멈추고 깊은 잠을 잘 수 있어야 합니다. 노동자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밤에 온전히 잠을 잘 수 있는 시스템이 예외적인 특권이 아니라 상식으로 자리 잡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밤에 잠잘 권리는 인권의 가장 기본적인 기준입니다. 누군가의 희생을 발판 삼지 않는 세상, 서로의 일상과 노동을 존중하는 게 기본이 되는 따뜻한 사회를 우리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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