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소비하는 K-컬처에서, 세계가 따르는 K-컬처로
지난 3월21일 서울 광화문 일대는 지구촌의 눈길이 모인 하나의 거대한 공연장이 됐다. BTS의 컴백공연은 그 순간, K-컬처의 위상을 지구촌 곳곳에 압축적으로 입증했다. 수십만의 관객이 운집하고, 온라인으로는 전 세계 수백만이 동시에 접속하는 장면은 감동적이었다. BTS의 컴백과 대형 공연은 단순한 음악 이벤트를 넘어 국가 브랜드, 관광, 소비, 플랫폼 산업까지 파급되는 복합 경제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의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글로벌 플랫폼에서 폭발적 시청을 기록한 K-드라마의 확산 등 K-컬처현상은 한국 문화예술이 ‘유행’이 아니라 ‘구조적 경쟁력’으로 전환됐음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문화예술 분야의 놀라운 성취를 어떻게 지속 가능한 생태계로 전환할 것인가?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정규 5집 '아리랑'(ARIRANG) 발매를 기념해 무료 공연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BTS THE COMEBACK LIVE|ARIRANG)'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빅히트 뮤직/넷플릭스 제공)
K-컬처, 리스크 요인 줄이고 구조적 경쟁력 갖춰야
K-컬처의 구조적 경쟁력은 세 가지 축으로 작동한다. 첫째, 콘텐츠-플랫폼 결합 모델이다. 음악, 영화, 드라마는 더 이상 개별 산업이 아니라 유통 플랫폼과 결합된 하나의 가치사슬이다. K-팝은 팬덤 플랫폼과 커머스를 통해 수익을 다변화했고, 드라마는 OTT를 통해 글로벌 동시 배급을 구현했다. 이 결합 구조는 향후에도 유지되고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 스토리텔링의 지역성과 보편성의 결합이다. ‘기생충’은 한국 사회의 계층 문제를 다루면서도 전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서사를 구현했다. K-드라마는 가족, 경쟁, 사랑이라는 보편적 정서를 지역적 맥락 속에서 풀어낸다. 이 전략은 문화 번역 비용을 낮추고 글로벌 확산 속도를 높인다. 셋째, 집중된 인재와 훈련 시스템이다. K-팝 산업의 트레이닝 시스템, 영화·드라마 제작 인력의 높은 숙련도, 그리고 작가 중심 창작 구조는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안정적으로 공급한다.
그러나 현재 구조에는 ‘과열과 편중’이라는 분명한 위험요인도 존재한다. 대형 IP 중심의 과도한 집중 현상이 대표적이다. 일부 대형 기획사와 제작사에 자본과 인재가 쏠리면서 중소 창작 생태계가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플랫폼에 대한 종속성도 문제다. OTT와 글로벌 음원 플랫폼에 대한 의존이 심화될 경우, 수익 배분 구조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 창작 다양성의 축소도 우려할 부분이다. 흥행 공식이 반복되면서 실험적 콘텐츠가 줄어들 위험이 있고, 창작력이 제한될 수 있다. 이 세 가지 요인은 장기적으로 K-컬처의 혁신 속도를 둔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주목해야 한다.
정부, ‘직접 보조’에서 ‘환경 설계’로 창작력 지원해야
여기서 중요한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향후 정책 방향은 단순 보조금 중심에서 벗어나, 시장 환경의 설계와 간섭 없는 지원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투자 구조의 혁신이 필요하다. 콘텐츠 펀드 확대 및 민간 투자 유도, 지식재산 담보 대출과 수익배분형 투자 등 IP 기반 금융의 활성화, 중소 제작사 대상 리스크 분산 장치 구축 등이 이뤄져야 한다. 공정한 유통 구조 확립도 필수적이다. 글로벌 플랫폼과의 협상력 강화를 위한 공동 대응 체계를 마련하고, 저작권 보호 및 수익 배분 투명성 강화도 이뤄져야 할 부분이다.
인재 육성 시스템도 고도화해야 한다. AI, VFX, 게임 엔진 등 예술·기술 융합 교육을 확대하고, 지역 기반 창작 허브 구축으로 수도권 편중 현상을 완화시켜야 한다. 세계를 겨냥한 문화 외교 전략 재정립과 문화 콘텐츠의 외교 자산 활용, 그리고 해외 문화 거점 확대 및 공동 제작 지원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K-컬처의 성장에는 국민적 지지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향후에는 단순 소비를 넘어 참여형 문화 생태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팬덤의 콘텐츠 생산 참여 확대, 지역 문화 프로젝트 활성화, 공공 문화시설의 디지털 전환 등이 필요하다. 이는 문화 소비를 ‘경제 활동’에서 ‘사회적 자산 형성’으로 확장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한국의 창작 예술은 향후 ‘기술과 서사의 재결합’이라는 방향성을 가져야 한다. 첫째, AI와 창작의 결합이다. AI는 제작 효율을 높이지만, 핵심 경쟁력은 여전히 인간의 서사 창출 능력에 있다. 기술은 보조 수단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둘째, 멀티 IP의 확장이다. 하나의 IP가 음악, 드라마, 게임, 웹툰으로 확장되는 구조를 일반화시켜야 한다. 이는 수익성과 지속성을 동시에 강화한다. 셋째, 로컬 기반 글로벌 콘텐츠의 필요성이다. 지역의 역사, 문화, 언어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 요소로 작용한다.
세계가 주목하고 따라오는 문화 생태계 구축해야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K-컬처가 지속성을 갖기 위해선 ▲다양성 확보: 중소 창작자 지원 확대 ▲플랫폼 협상력 강화: 국가·산업 차원의 공동 대응 ▲기술 투자 확대: AI·XR 기반 제작 역량 확보 ▲문화 외교 연계: 콘텐츠를 국가 전략 자산으로 활용 ▲지역 균형 발전: 수도권 중심 구조 완화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K-컬처는 이미 세계 시장에서 검증된 경쟁력을 확보했다. 그러나 지금의 성취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히트작 중심’에서 ‘생태계 중심’으로 전략을 전환해야 한다. 광화문을 가득 채운 공연의 열기, 세계를 사로잡은 영화와 드라마, 문학을 포함한 예술 분야의 최고 권위까지, 이 모든 성과는 시작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긴 호흡으로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전략적 협력과 성취다.
K-컬처가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장기적 산업으로 자리 잡으려면 정부, 산업, 시민이 함께 문화예술 생태계의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그 설계가 성공할 때, K-컬처는 ‘세계가 주목하는 콘텐츠’를 넘어 ‘세계가 따라오는 표준’이 될 것이다. 자랑스러운 BTS, 케데헌, 기생충, 한강의 후예를 지속적으로 배출하는 K-컬처가 쉼 없이 꽃피길 기대한다.
김홍국
은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 지도자의 국정운영과 리더십, 협상력과 조정력, 국가보훈 등을 연구하고 현실정치에서 실천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의 경기도지사 시절 경기도 대변인을 지냈다. 언론인으로 청와대를 비롯 주요 영역을 취재했고, 대학에서는 국제정치학 박사로서, 정치학, 언론학, 정치커뮤니케이션과 스피치 등을 강의해왔다. <리더의 말하기> <넬슨 만델라 위대한 조정자>, <오바마 2.0>, <미국의 거장들> 등의 저서와 <대통령의 국정어젠다와 對 국회 협상에 관한 연구> 등 다수의 논문이 있다.
※ 뉴스버스 외부 필자와 <오피니언> 기고글은 뉴스버스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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