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제작한 이미지.)
성호전자가 광통신 장비 기업 인수를 마무리하며 기존 전자부품 제조업 중심 사업 구조를 인공지능(AI) 인프라 장비 영역까지 넓히고 있다. 오너 2세 박성재 대표 체제에서 단행된 첫 대형 인수합병(M&A)으로, 단순 외형 확대보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꾸는 거래라는 평가가 나온다. 본업에서 축적한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성장 산업으로 진입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성호전자는 지난해 12월 광통신 장비 업체 에이디에스테크 지분 87.5%를 28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뒤 올해 2월 거래를 종결했다. 거래 규모는 2024년 말 기준 성호전자 총자산 3673억원의 76.23%, 자기자본 1535억원의 182.44%에 해당한다. 중견 전자부품사가 자기 체급을 크게 웃도는 거래를 실행했다는 점에서 박성재 체제의 투자 기조 변화가 분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금 조달 구조도 단순하지 않았다. 전체 거래대금 가운데 1500억원은 산업은행과 금융권이 참여한 인수금융으로 마련했고, 나머지는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기존 주주 재투자가 결합됐다. 단일 차입에 의존하지 않고 자기자본과 외부 자금을 혼합해 부담을 분산한 구조다. 중견 제조업체가 대형 딜을 실행할 때 활용하는 레버리지 구조를 적절하게 활용했다는 분석이다.
에이디에스테크는 광트랜시버 생산 공정에 필요한 액티브 얼라인먼트 장비를 생산한다. 광모듈 내부에서 레이저와 렌즈, 광섬유를 미세 정렬하는 장비로 수율과 생산성을 좌우하는 핵심 설비다. 장비 난도가 높아 고객 승인 이후 거래 지속성이 강하고 후발 진입 장벽도 높다. 공급망 진입 자체가 경쟁력으로 평가되는 이유다.
이번 M&A는 외연 확장이라기보다 전력·전자부품 기반 제조 역량을 고도화하는 작업으로 해석된다. 성호전자가 주력으로 생산하는 필름콘덴서와 전원공급장치는 산업용 전력 안정화와 전력 효율 관리 영역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광통신 장비 역시 고속 데이터 전송 과정에서 전력 안정성과 열 관리가 핵심이어서 제조 공정과 품질관리 체계 측면에서 일정 부분 공통 기반을 공유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AI 데이터센터는 광모듈뿐 아니라 전력변환 장치와 냉각 설비가 동시에 요구되는 구조다. 성호전자가 최근 반도체 공정용 냉각장비 업체 디이에스 투자까지 병행한 점을 감안하면 광통신 장비와 냉각장비, 전원부품을 하나의 인프라 밸류체인으로 묶으려는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단순히 성장성이 높은 회사를 사들이는 수준이 아니라 향후 데이터센터 관련 부품군으로 외연을 넓히려는 사전 포석이라는 평가다.
광트랜시버는 AI 데이터센터와 고속 서버 네트워크에서 필수 부품이다. 엔비디아 중심 AI 서버 증설이 이어지면서 광통신 장비 중요성도 함께 커지는 추세다. 데이터 전송 효율이 성능 경쟁의 핵심 변수로 자리잡으면서 관련 장비 공급망의 전략적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박 대표의 다음 투자 역시 연관 산업 중심 볼트온(Bolt-on) 전략에 가까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광통신 장비와 냉각장비를 확보한 만큼 향후에는 반도체 후공정 장비나 서버 전력관리 부품처럼 기존 제조 기반과 접점이 있는 영역이 우선 검토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박 대표가 공개적으로 AI 인프라 중심 데이터센터 밸류체인 확대를 언급해온 점도 같은 흐름을 뒷받침한다. 시장 일각에서는 성호전자가 본업 현금흐름을 유지하며 고성장 장비 기업을 추가 편입하는 구조가 반복되면 단순 전자부품 제조업체보다 중견 산업 플랫폼에 가까운 형태로 재편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광통신 장비는 한번 공급망에 들어가면 방어력이 높은 산업"이라며 "성호전자는 기존 제조업 기반 위에서 AI 인프라 장비까지 외연을 넓히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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