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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전망치 급락… 더 절실한 노동개혁[포럼]

그런데 ‘반도체 착시’ 효과로 이러한 구조적인 위기를 체감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은 호조지만 그 효과가 다른 산업으로 충분히 확산하지 못하고 있다. 수출 대기업이 잘나가도...

성장 전망치 급락… 더 절실한 노동개혁[포럼]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

경제성장은 자본 축적, 기술 혁신, 노동 투입이라는 세 바퀴로 굴러간다. 한국은 압축성장기에 이 세 바퀴를 동시에 굴리며 세계가 놀랄 만한 속도로 달려왔다. 그러나 지금은 세 바퀴가 모두 심각한 이상 징후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1.0%에 그쳤다. OECD는 최근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불과 3개월 만에 2.1%에서 1.7%로 낮췄다. 중동 전쟁 중에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2.9%)는 유지했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주요 20개국(G20) 중 2번째로 큰 하향 전망치를 내놨다. 해외 투자은행도, 씨티는 2.4%에서 2.2%로, 바클리는 2.1%에서 2.0%로 내렸다.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와 고환율의 단기적인 영향이란 시각이 있지만, 그렇지 않다.

지금의 저성장은 구조적인 측면이 강하다. 우리의 잠재성장률은 1990년대 7.8%에서 2020년대 2%대로 추락했으며, 산업구조 개혁 없이 현 추세가 계속 되면 이 수치는 더 낮아질 것이다. 성장률 하락의 원인은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노동력 감소, 투자 부진, 혁신 역량 약화, 산업구조 전환 지연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설상가상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고, 가계신용 잔액은 1978조 원이나 돼 통화정책을 통한 내수 부양에도 한계가 뚜렷하다. 이처럼 대내외 악재가 겹겹이 쌓이고 있다.

그런데 ‘반도체 착시’ 효과로 이러한 구조적인 위기를 체감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은 호조지만 그 효과가 다른 산업으로 충분히 확산하지 못하고 있다. 수출 대기업이 잘나가도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살림이 나아지지 않는 것이 지금 우리 경제의 민낯인데 코스피지수 상승이 경제의 위기를 가리고 있는 형국이다.

경제 위기 국면에 정치권은 재정 확대와 복지 강화를 해결책으로 내세운다. 그러나 성장 동력 없는 재정 지출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확장 재정은 단기 충격을 완화하는 수단이지 구조적 저성장을 치유하는 처방이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지방선거를 겨냥한 단기 부양책이 아니라, 10년 뒤를 내다보는 구조 개혁의 의지와 정치적 결단이다.

첫째, 가장 시급한 것은 노동시장의 구조 개혁이다. 근로시간 단축은 그 자체로 정책 목표가 되기보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수단이 돼야 한다. 노란봉투법과 근로자추정제 같은 노사 간 갈등을 초래하는 정책이 아닌 노사 상생 방안에 집중해야 한다. 직무와 역량 기반의 임금체계로 바꾸고, 산업 간 노동 이동을 가로막는 경직된 규제를 혁파해야 한다. 둘째, 미래 산업으로의 자원 재배분이다. 지난해 11월 한국은행은 구조조정이 적시에 됐더라면 팬데믹 이후 국내 투자는 2.8% 증가하고 GDP는 0.4% 추가 성장했을 것이란 분석 결과를 내놨다. 구조조정 지연의 비용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 셋째, 외국인 노동력의 전략적 활용이다. 고숙련 외국인 근로자 유입은 기업의 투자 증가와 인력난 해소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인구 감소라는 거스를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이민정책의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

성장이 멈추면 분배도 없다. 지금 한국 경제에 필요한 것은, ‘누구에게 얼마를 나누어줄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응답 이전에, ‘어떻게 다시 성장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담대한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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