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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성과급 논쟁' 삼성전자 노사 갈등…총파업 앞두고 공정성 충돌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삼성전자에서 파업이 예고됐다.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며 사측과 정면 충돌하자 '배부른 파업'이라는 프레임이 빠르게 여론을 잠식했다. 그러나 정작 현장...

'성과급 논쟁' 삼성전자 노사 갈등…총파업 앞두고 공정성 충돌

성과급 40조 요구에 투자 여력 위축·주주 형평성 논란도 확산

EVA 중심 보상 체계 한계 지적…공정성 및 투명성 문제 제기

인재 유출 심화과 파업 가능성 속 반도체 산업 전반 영향 주목

사진=이지경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삼성전자에서 파업이 예고됐다.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며 사측과 정면 충돌하자 ‘배부른 파업’이라는 프레임이 빠르게 여론을 잠식했다. 그러나 정작 현장 안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결이 달랐다. 이번 갈등은 단순 보상 확대가 아닌 성과급 기준과 조직 운영 전반의 문제라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57조2000억원의 잠정 영업이익을 발표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이를 근거로 연간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요구하고 있다. 연간 반도체 영업이익을 약 270조원 기준으로 가정할 경우 성과급 규모는 40조원을 웃돈다. 사측은 이 금액이 지난해 연구개발 투자액 37조7000억원보다 많고 최신 반도체 공장 하나를 짓는 비용과 맞먹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과도한 요구라는 입장이다. 주주들 사이에서도 지난해 배당 총액 11조1000억원의 4배에 달하는 성과급이 직원에게 돌아가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반발이 나온다.

이처럼 외부에서는 이번 사안을 ‘과도한 성과급 요구’로 해석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현장에서는 다른 문제의식이 제기된다. 현행 삼성전자 성과급 체계는 영업이익이 아닌 EVA(경제적 부가가치)를 기준으로 산정돼 실적과의 연동성이 떨어지고 지급 구조 역시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VA로 산정 시 실적이 좋아도 성과급이 체감만큼 오르지 않는 구조가 될 수 있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반도체 업황이 크게 개선된 해에도 기대에 못 미치는 보상을 받았다는 인식이 쌓여왔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임원과 직원 간 보상 격차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지며 성과급 규모보다 ‘어떻게 나누느냐’에 대한 불만이 핵심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인재 유출 문제도 이번 갈등과 맞닿아 있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로의 이직이 반복되는 현상을 두고 삼성이 키운 인재를 경쟁사로 내보내는 ‘삼성 아카데미’라는 자조 섞인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연동하는 구조를 운영하고 있어 보상 체계 비교가 이직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시각이다. 보상 경쟁력이 약화될 경우 인재 유출이 가속화되고 이는 장기적으로 기업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홈페이지

현장에서는 보상 구조에 대한 불만이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되고 있다.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밖으로 보여지는 것보다 안 보여지는 것에 차별이 심하다”, “적자 났을 때 직원들은 성과급 한 푼도 없었는데 임원들은 주식으로 수백억을 가져갔다”는 반응이 나온다. ▲복지 축소 ▲평가 체계에 대한 불신 ▲내부 소통 부재 등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며 외부의 시각에 반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일각에선 단순한 감정 표출이 아닌 오랜 시간 누적된 조직 내 불만이 이번 성과급 논쟁을 계기로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분석이다.

노조의 조직력도 주목할 만하다.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에 따르면 13일 14시 기준 조합원 수는 7만4550명에 달한다. 노조는 오는 23일 경기 평택캠퍼스에서 투쟁 결의대회를 예고한 상태로 같은 날 10시 기준 참석 예상 인원만 3만4000명을 훌쩍 넘어섰다. ▲OPI 상한 폐지 ▲성과급 투명화 ▲임금 7% 인상 등을 내걸고 있어 요구사항도 단순 성과급을 넘어 보상 체계 전반으로 확장되는 양상이다.

파업 현실화 여부는 경제적 파급 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노조는 파업 찬반 투표에서 93%의 찬성률을 기록했으며 교섭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이다. 3월 기준 반도체 수출액이 처음으로 300억 달러를 넘어 전체 수출의 38.1%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가동 차질은 기업 차원을 넘어 국가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공정 자동화 수준을 고려하면 단기 생산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보면서도 글로벌 고객사에 공급 안정성에 대한 불확실성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번 갈등이 삼성전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고성과 기업일수록 구성원의 기여와 보상 사이의 연결고리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가 중요한 경영 과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등 주요국 기업들이 성과 연동형 보상 체계를 정착시켜온 흐름 속에서 한국 대기업의 보상 구조가 여전히 구성원의 기여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느냐는 질문이 이번 논쟁을 계기로 다시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성과급 산정 기준을 둘러싼 노사 간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한 이번 갈등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결국 양측 모두 납득할 수 있는 투명한 기준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성과급 논쟁의 핵심은 단순한 숫자에 그치는 것이 아닌, 성과를 어떤 기준으로 측정하고 그 결과를 누가 얼마만큼 나눌 것인가에 대한 합의가 없다는 데 있다. ‘배부른 파업’이라는 외부 시선과 ‘정당한 분배’를 요구하는 내부 목소리 사이의 간극은 노사 협상 결과와 관계없이 한국 기업의 보상 체계 전반에 던지는 질문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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