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이민준, 이태건 학생 맞아요?” “이민준은 개명하기 전의 이름이고 지금은 이태건입니다.” “내가 누군지 알겠어요? 대구교동초등학교….” “김영호 교장 선생님이시지요. 저 이태건입니다.” “태건아 반갑구나. 목소리가 의젓하네. 어느 학교 다니고 있지?” “영신고등학교 1학년에 다니고 있어요.” “영신고등학교, 좋은 학교 다니고 있네. 씨름부와 유도부가 있는 명문 고등학교잖아. 태건이 공부 열심히 했구나.” “예, 중학교 때부터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랬구나. 선생님은 태건이가 공부를 잘할 거라고 믿고 있었어.” “교장 선생님하고 수업하던 것도 생각이 납니다.”
2026년 8월 7일 금요일 온종일 500여 킬로미터를 운전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삼총사가 떠올랐다. 개와 늑대의 시간이 되어서 화양연화 농장에 도착하자마자 전화번호가 있는 이태건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태건은 영호가 대구교동초등학교 교장으로 근무하던 2019학년도에 3학년이었다. 처음 수업을 들어간 날 인사를 마치자마자 “저는 교장 선생님하고 수업하기 싫어요.”라고 한 학생이다. 같은 반에 삼총사라고 불렀던 세 학생이 너무나 활발해서 담임선생님이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었다. 삼총사는 교장실에서도 공부하고 부모님 면담도 하고 맨발 축구도 하면서 시나브로 학교생활이 나아지고 정도 들었다. 영호가 2020년 9월 1일 자로 대구교육대학교대구부설초등학교로 옮기고, 태건이도 그 뒤에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서 두어 번 전화 통화를 한 게 다였다.
20여 분의 전화 통화를 마치고 2019년 대구교동초등학교 교장으로 근무하면서 수업한 것을 찾아보았다. 2019년 4월부터 12월까지 전 학년 전 학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반별 4시간, 총 60시간의 소통과 공감의 수업 나눔을 했다. 영호가 직접 수업을 하고, 학반 담임과 다른 교원들이 수업을 참관했다. 수업은 창의적체험활동 시간에 용기, 행복, 칭찬, 사랑의 네 가지 주제로 학년성에 맞게 다양한 방법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첫 번째 수업 주제는 ‘용기’이다. ‘두려움, 이순신, 이불’ 등의 낱말을 유추해서 ‘용기’라는 주제를 찾고, “용기와 두려움은 한 이불을 덮고 잔다.”라는 문장도 만들었다. 두 번째 수업 주제는 ‘행복’이다. ‘왕, 신하, 중병, 속옷, 농사꾼 부부’의 낱말로 이야기를 만들고, 제재 글인 ‘속옷 없는 행복’을 읽고 의미를 새겨 보았다. 세 번째 수업 주제는 ‘칭찬’이다. ‘기분, 고래, 꾸중, 잘했어’라는 낱말로 ‘칭찬’이라는 주제를 찾고,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말도 알아보았다. 1, 2, 3학년은 운동장에서 맨발 수업으로 진행했다. 네 번째 수업 주제는‘사랑’이다. ‘BTS, 교동, 인사, ♡’로 ‘사랑’이라는 주제를 찾았다. BTS의 ‘아이돌’ 노래를 듣고 함께 불렀다.
전화 통화 뒷부분이다. “태건아, 삼총사 친구들은 연락하고 지내나.” “제가 초등학교 때 전학을 가고부터는 연락이 없었어요.” “그랬구나. 할머니는 잘 계시지?” “예, 같이 살지는 않는데 자주 뵙고 있어요.” “그래, 전화도 자주 드리고 뵐 때는 말동무도 해드리고 해라.” “예, 잘 알겠습니다.” “태건아, 키는 얼마나 되지?” “지금 176입니다.” “선생님은 180인데, 태건이는 얼마나 되고 싶어.” “예, 180은 되어야지요.” “카톡 프로필에 얼굴 사진은 없던데 아버지를 닮아서 미남이지?” “예, 잘 생겼어요.”“선생님이 삼총사가 비 그친 운동장에 쪼그리고 앉아서 모래 놀이를 하는 사진을 제일 좋아하는데.” “저는 그 사진은 없는데 가끔 교동초등학교 생각이 나면 구글에 들어가서 학교 소식을 알아봅니다.”
마지막에는 강의 때마다 인용하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태건아, 선물 이야기하고 마칠게. 이 우주에서 우리에게 두 가지 선물을 준다고 해. 사랑하는 능력과 질문하는 능력, 그 두 가지 선물은 우리를 따뜻하게 해주는 불인 동시에 우리를 태우는 불이 되기도 한다고 해. 미국의 시인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메리 올리버(Mary Oliver)의 산문집 『휘파람 부는 사람』의 서문에 나오는 글이야. 태건이가 어떤 일을 할 때 그것이 따뜻한 불이거나 태우는 불이거나 스스로 질문을 해보면 좋겠어.” “선생님,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이태건 사랑합니다. 화이팅.” “교장 선생님, 교동초등학교에서 많이 들었던 말이네요. 교장 선생님 사랑합니다.” 전화를 마치고 비 그친 운동장에서 삼총사가 맨발 놀이에 한창인 사진을 찾아서 태건이에게 보냈다. 2019년 6월 28일 금요일 오후 12시 56분 점심시간에 찍은 사진이다. 이태건이 사랑하는 능력과 질문하는 능력을 갈고닦아서 자신은 물론 세상 사람들을 따뜻하게 해주는 불을 선물하기를 소망한다.
(전) 대구교육대학교대구부설초등학교 교장 김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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