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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선과 악의 기준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북스&]

길을 가다 여러 사람이 약자를 괴롭히는 장면을 목격하거나 뉴스에서 인면수심의 범죄를 접하면 우리 안에서는 악을 단죄하고 싶은 욕구가 솟아오른다. 이런 감정은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본능일까.

선과 악의 기준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북스&]

선악의 발명

길을 가다 여러 사람이 약자를 괴롭히는 장면을 목격하거나 뉴스에서 인면수심의 범죄를 접하면 우리 안에서는 악을 단죄하고 싶은 욕구가 솟아오른다. 이런 감정은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본능일까.

신간 ‘선악의 발명’은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인간 도덕성의 기원을 500만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저자는 도덕을 고정불변의 진리가 아니라 인간 사회가 협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만들어낸 문화적 ‘발명품’으로 분석한다. 우리가 선하거나 악하다고 판단하는 행동의 상당수는 실상 사회에 적응하고 집단에 소속되려는 욕구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책에 따르면 초기 인류는 가족과 씨족 중심의 작은 공동체에서 살아남기 위해 협력 능력을 발전시켰다.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규범을 만들고 이를 어긴 사람을 처벌하는 관습도 이 과정에서 등장했다.

인구가 늘고 사회 규모가 커지면서 도덕 기준 역시 변했다. 농업혁명과 문명의 발전은 부와 권력을 집중시키며 불평등을 낳았다. 저자는 이러한 갈등이 단순히 경제적 문제에 그치지 않고 사회 구성원들이 무엇이 정의롭고 올바른가를 둘러싸고 경쟁하는 도덕적 논쟁으로 발전했다고 설명한다.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는 각종 범죄와 혐오 정서를 접하면서 흔히 요즘 세상에서 도덕이 사라졌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오늘날의 도덕적 위기가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고 분석한다. 사람들은 자신과 같은 신념을 가진 집단에는 신뢰와 연대를 보내지만, 다른 집단에는 의심과 적대감을 드러낸다. 상대 진영을 타협할 수 없는 ‘악’으로 규정하는 것 역시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치적 입장과 문화적 차이가 겉으로는 커 보이지만 인간이 중요하게 여기는 근본적 가치에는 공통점이 많기 때문이다. 안전과 자유, 행복, 배려, 관용, 자율성 같은 가치들은 문화와 국가를 초월해 널리 공유된다. 저자는 이러한 보편적 가치가 갈등과 분열을 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공존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고 강조한다.

책은 철학서이면서 동시에 인류학과 역사, 사회과학을 넘나드는 대중 교양서다. 왜 우리는 끊임없이 서로를 비난하고 갈등하는지, 그리고 그럼에도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독일 논픽션상과 트락타투스상 최종 후보에 오르고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올해의 책으로 선정한 화제작이기도 하다. 풍부한 역사적 사례를 바탕으로 도덕의 기원과 변화를 쉽게 풀어낸, 흥미롭게 읽을 만한 도덕책이다. 2만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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