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선거판에 들어온 AI, 유권자의 눈을 속이기 시작했다

AI) 기반으로 의심되는 영상과 이미지가 잇따라 등장하면서 선거관리위원회가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한 후보는 정책 홍보 영상을 올렸다가 삭제했고, 또 다른 후보는 관광 공약 영상을 공개했다. 캠프는 "실수였다", "AI...

선거판에 들어온 AI, 유권자의 눈을 속이기 시작했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선거판에 낯설지만 위험한 장면이 반복되고 있다. 일부 안동시장 예비후보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홍보물에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반으로 의심되는 영상과 이미지가 잇따라 등장하면서 선거관리위원회가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한 후보는 정책 홍보 영상을 올렸다가 삭제했고, 또 다른 후보는 관광 공약 영상을 공개했다.

캠프는 “실수였다”, “AI가 아니다”, “실제 사진을 활용했다”고 해명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해명의 문장에 있지 않다.

선거는 유권자의 판단으로 결정된다. 그 판단은 사실과 인식 위에서 형성된다. 그런데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AI 생성 영상이나 이미지가 선거 홍보에 쓰이는 순간, 유권자의 판단 기반 자체가 흔들린다.

더 이상 단순한 홍보 기법이 아니라 공정선거를 위협할 수 있는 기술이 되는 이유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이미 이 위험을 분명히 경고하고 있다.

선거일 90일 전부터 선거일까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만든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가상의 음향·이미지·영상 등을 이용한 선거운동은 금지된다.

이번 지방선거 기준으로는 지난 3월 5일부터 적용 중이다. 위반 시 중형까지 가능하다.

법이 엄격한 것은 그만큼 선거의 공정성과 유권자 판단을 지키기 위해서다. 문제는 일부 캠프가 여전히 AI를 ‘그럴듯한 연출 도구’쯤으로 여긴다는 점이다.

화려한 관광 장면, 현실보다 더 매끈한 도시 이미지, 실제 촬영처럼 보이지만 어딘가 어색한 배경과 인물. 이런 장면이 공약 영상 안에 들어가는 순간, 그것은 설명이 아니라 착시가 된다.

아직 존재하지 않는 미래를 이미 가능한 현실처럼 포장하는 시각적 유도다.

정치는 원래 이미지 경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연출과 조작은 다르다.

후보가 비전을 설명하는 것은 자유지만, 존재하지 않는 장면을 실제처럼 꾸며 유권자의 감각을 우회해 인상을 심는다면 그것은 설득이 아니라 왜곡에 가깝다. 특히 지방선거는 대선처럼 전국 단위 검증 시스템이 촘촘하지 않다.

지역 선거는 후보 개인의 SNS와 지인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가 빠르게 퍼진다. 한 번 뿌려진 AI 홍보물은 삭제로 끝나지 않는다. 캡처와 재유포, 2차 확산으로 남는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책임 회피다. “테스트 중이었다”, “실무자 실수였다”, “AI가 아니다”라는 해명은 선거판에서 너무 익숙하다.

그러나 후보 이름으로 나간 콘텐츠라면 후보와 캠프가 책임져야 한다. 외주업체가 만들었든, 실무자가 올렸든, 그것은 내부 통제 실패다.

공직을 맡겠다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보여줘야 할 것은 기술 감각이 아니라 책임 감각이다.

선관위도 더 분명해야 한다. 단순히 삭제 여부만 볼 일이 아니다.

게시 시점, 제작 방식, 원본 파일, 편집 과정, 유포 범위까지 들여다봐야 한다. 이번에 흐리게 넘어가면 정치권은 곧바로 학습한다.

“이 정도는 괜찮다”는 잘못된 신호를 주는 순간, 다음에는 더 교묘한 AI 선거물이 쏟아질 것이다.

유권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선거는 영화가 아니다. 예고편이 화려하다고 본편이 좋은 것은 아니다. 지금 봐야 할 것은 영상의 화질이 아니라 그 영상 뒤에 숨은 정치의 품질이다.

현실을 보여주지 못하는 정치가 가상 이미지 뒤에 숨기 시작했다면, 그 선거는 이미 공론장이 아니라 착시의 시장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