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그리스 수교 65주년 기념
국립인천해양박물관 국제교류전
‘그리스, 바다가 빚은 위대한 문명’
그리스 국·공립박물관 348점 전시
전시실 입구에서 만나는 쿠로스(kuros·왼쪽)와 코레(kore). 2026. 8.10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고대 그리스 영웅 신화를 소재로 만든 영화가 요즘 인기입니다. 그러한 가운데 그리스의 해양문명사(史)를 압축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바로 오는 11일부터 국립인천해양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진행될 11일부터 열리는 ‘그리스, 바다가 빚은 위대한 문명’ 전시 얘기입니다.
그리스와 우리나라는 닮은 구석이 참 많습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수많은 섬을 품고 있으며, 바다를 터전 삼아 화려한 문명을 꽃피웠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무엇보다 해양도시 인천에서 6천 년 동안 이어진 바다 건너 그리스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는 사실이 반갑게 다가옵니다.
기원후 3~4세기경 타일을 정교하게 이어 붙여 바다를 의인화한 형상이 표현된 모자이크. 바다가 고대 그리스인의 삶과 신앙, 예술의 중심이었음을 보여주는 유물이다. 2026. 8.10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이번 전시는 한국과 그리스 수교 65주년을 기념해 그리스 문화부와 우리나라 해양수산부가 공동으로 개최합니다. ‘국내 최대 규모의 그리스 특별전’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참여 기관의 면면도 화려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국립인천해양박물관과 국립해양유산연구소, 손기정기념관 등 3곳이, 그리스에서는 고대아고라박물관, 낙소스고고학박물관 등 무려 15곳의 국·공립박물관이 뜻을 모았습니다.
전시되는 유물은 한국 소장품 6점과 그리스 소장품 342점을 합쳐 총 348점에 달합니다. 특히 고대 그리스의 보물급 유물들이 대거 건너왔는데요. 이해를 돕기 위해 돈으로 환산하면 유물 가액만 무려 1천182억 원에 이른다는 것이 고미경 박물관 전시기획부장의 설명입니다.
정식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10일, 언론 매체를 위한 사전 공개 행사가 열렸습니다. 전누리 박물관 전시기획부 선임학예연구사의 친절한 안내를 따라 전시실을 둘러봤습니다.
고대 그리스 군함인 트라이림의 20분의1 축소 모형. 2026. 8.10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우선 전시실 입구 지붕을 떠받치는 웅장한 기둥이 구조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한 눈에 봐도 ‘그리스 분위기’가 물씬 풍깁니다. 이번 전시는 그리스 신전에서 모티브를 따와 전체 전시 공간을 디자인했다고 합니다.
전시실 내부로 들어서면 그리스 조각 예술의 출발점으로 여겨지는 아르카익 시대를 대표하는 소년 조각상 ‘쿠로스(Kourous)’와 옷을 입은 여인인 ‘코레(Kore)’ 조각상이 눈길을 끕니다. 주로 신전에 봉헌되는 기념물로 제작된 조각상입니다.
이렇게 프롤로그를 지나면 키클라데스·미노아·미케네 문명의 대표 유물을 살펴보는 1부 ‘에개해, ’이동성‘과 그리스 세계의 탄생’으로 이어집니다. 전시 2부 ‘바다를 건넌 신화’, 4부 ‘올림피아와 범그리스 성소’는 그리스 신화와 올림픽이 지닌 해양적 세계관을, 5부 ‘바다와 대륙을 넘어’에서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원정과 헬레니즘 세계의 해상 교역망을 조명합니다.
사진 왼쪽부터, 고대 그리 군함 트라이림에 장착됐던 충각과 트라이림의 눈, 해양생물 머리모양 충각. 2026. 8.10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특히 3부 ‘전쟁과 민주주의’에서는 고대 그리스 아테네 해군력과 해전을 깊이 있게 살핍니다. 특히 삼층으로 노가 달린 배인 삼단노선 트라이림(Trireme) 모형과 이 트라이림의 뱃머리에 장착된 청동 충각(ram)의 실물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스 전역을 통틀어 실제 전시가 가능한 상태의 충각은 단 두 점뿐이라고 합니다. 그 귀한 두 점이 이곳에 모두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리스 고고학 위원회는 반출을 만류했지만, 국립인천해양박물관의 간곡한 요청에 따라 이번 한국 전시가 성사됐다고 합니다. 또 국가 의전용 삼단노선으로 추정되는 배가 새겨진 비석 일부인 ‘렌토르망(Lenorman)’ 봉헌비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공개되는 유물이라고 합니다.
BC 350~325년에 제작된 아프로디테 여산에게 봉헌된 황금 은매화꽃 화관. 2026. 8.10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개인적으로 이번 전시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유물은 아프로디테 여신에게 봉헌된 ‘황금 은매화(꽃 이름) 화관’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신라 금관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말할 수 없이 화려하고 섬세한 자태가 인상 깊었습니다.
전시 여정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유물은 잠든 사랑의 신 에로스를 표현한 손바닥 만한 작은 조각입니다. 전누리 학예연구사는 “우리가 보통 사랑의 신으로 많이 알고 있는 에로스가 고대 그리스인에게는 더 나은 미래와 더 밝은 세상, 그리고 진리를 향해 나아가게 하는 힘을 주는 존재였다”고 의미를 설명했습니다.
잠든 사랑의 신 에로스를 표현한 조각상. 몸을 웅크린 태아 자세를 취하고 있으며, 머리카락은 등불의 불꽃처럼 묘사됐다. 2026. 8.10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이번 전시가 바다 건너 그리스의 유물을 인천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참 설레고, 흔치 않은 기회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시간을 내어 국립인천해양박물관에서 ‘그리스 문화 산책’에 나서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김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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