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한여중 자유기고가
‘애플 인 차이나’, 10여년만에 ‘붉게 물든 사과’ 이야기
세계 최고 인재들이 기술 전수, 3천만명 숙련공 양성
‘중국 제조 2025’ 최대 공헌… 부메랑 되어 서구 위협
자본주의 정수 기업의 사회주의 국가를 위한 헌신 ‘역설’
애플 인 차이나 책 표지. 저자인 패트릭 맥기는 애플 전담 기자로 일하며 중국의 애플 공급업체들을 누볐다. 현장에서 애플의 기술 전수와 이를 기반으로한 중국 기업들의 약진을 보며 문제 의식을 가졌다. 팀 쿡이 중국에 2천억 달러가 넘는 투자를 약속한 비밀 문서를 보고 집필을 결심했다. 2년간 집중 저술했고, 200명이 넘는 애플 관계자를 만났다. 그의 홈페이지에서 여러 자료를 볼 수 있다.
https://patrick-mcgee.com/
.[사진= 대덕넷]
중국이 세계 최고 공장이 됐다. 중국 제조력에 의문을 갖는 사람들은 이제 없다. 저가품이 아니라 애플 아이폰으로 대표되는 최고급 이미지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불과 10년만의 변신이다. 그동안 무슨 일이 일었기에 이런 천지개벽이 가능했을까? 그 한 단면을 알 수 있는 책이 있다. ‘애플 인 차이나’. 월스트리트 저널과 파이낸셜 타임스란 세계 3대 경제지 중 2대 경제지에서 일한 패트릭 맥기 기자가 현장 탐방 등을 기반으로 썼다.
책의 결론에 앞서 인상적인 문구가 있다. 2010년 인텔 창업자인 앤디 그로브가 블룸버그에 쓴 기고문 가운데 일부이다.
“우리가 각각의 사업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제조와 많은 엔지니어링 작업을 해외로 이전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그 결과 국내에서 대규모 혁신을 이끌 역량이 약화됐다. 대규모 생산능력이 없다면 우리는 단지 일자리를 잃는 것이 아니라 신기술에 대한 주도권을 잃게 된다. 대규모 생산능력의 상실은 궁극적으로 우리의 혁신 역량 자체를 훼손하게 될 것이다.”
제조 역량 약화는 공동체 존립을 위협한다는 주장이다. 1980년대 GE의 잭 웰치에서 비롯된 제조 저평가는 2천년대 들어서며 더욱 가속화된다. 제조업은 3D이고, 부가가치도 낮으므로 개도국으로 보내고, 머리 쓰는 일과 금융만 챙기면 부가가치를 훨씬 크게 올릴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오피니언 리더들은 제조업을 낡은 산업으로 평가절하했고, 인건비가 낮은 곳으로 보낼수록 이득이라는 견해가 상식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피터 드러커나 앤디 그로브 등 일부 인사들은 이에 반대되는 이야기를 했다. 피터 드러커는 제조는 지식산업이라며, 제조 현장에서 암묵지가 쌓이며 혁신이 나온다고 강조했다. 앤디 그로브도 엔지니어만 있고 노동자가 없으면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다며 대량생산이 혁신의 원천이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고액 연봉자만 존재하고, 보통 사람들의 일자리가 없어지면 이 사회가 어떻게 유지가능하겠느냐고 생태계 관점에서도 제조업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하지만 모두가 아는 것처럼 미국의 제조업은 일본으로, 한국으로, 중국으로 옮겨갔다. 2000년대 들어 특히 중국이 저임금에 국가의 전략적 제조업 육성에 따라 전세계 공장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2010년 무렵부터 비약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단순 가공에서 디자인이 덧붙여진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발전했고,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이 2015년부터 시작한 ‘중국 제조 2025’이다.
중국 제조 도약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기업이 하나 있다. 우리가 모두 아는 애플이 그 주인공이다. 국가를 거추장스럽게 여기기도 하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그 상징격인 회사가 국가와 당을 최우선 순위로 생각하는 국가자본주의의 선봉 역할을 했다. ‘애플 패러독스’라고 할까.
애플의 중국 기술 이전은 헌신적이었다. 물론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라고 한 일이지만 결과적으로 중국을 위해 온갖 정성을 다 기울인 셈이 됐다.
“애플이 채용한 MIT, 칼텍, 스탠포드 출신의 엔지니어들, 또는 테슬라, 델, 모토로라에서 영입한 기술자들은 언제나 중국 공급업체들이 빠르게 따라오도록 훈련시켰다. 한 애플 베테랑이 말했듯, 애플은 “가장 똑똑한 사람 중에서도 가장 똑똑한 사람들”을 중국에 대규모로 투입할 수 있었으며, 이는 어떤 정부 프로그램도 흉내 낼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애플의 문화는 엔지니어들아 하루 최대 18시간씩 일하도록 했다.”
“애플은 새로운 공정 신소재 새로운 도구와 기계를 연구하는 것을 전담하는 직무 전문가 팀을 따로 두고 있었다 직무 전문가 팀이 유럽이나 일본에 가서 새로운 기술을 찾아냈다. 새로운 기술, 새로운 연구소, 새로운 설비 등 무엇이든 찾아내면 그 기술을 중국에 이전하려 했고 기존 기술로는 만들 수 없던 것을 중국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했다. 스위스 독일 오스트리아의 시계산업과 보석산업에서 많은 기술을 발굴했는데 그곳에 가서 정밀한 고급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특수 기계와 기술을 찾아내고 그것을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맥 생산에 맞게 응용하려 했다.”
“테스트 중이던 생산 라인 하나를 일부러 완전히 무너지게 놔뒀어요. 무엇이 필요한지 스스로 배우게 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마치 물고기를 잡아 주는 것보다는 잡는 법을 가르치려는 오래된 비유와 같았다. 이제 많은 협력업체가 애플 제품을 개발하는데 무엇이 필요한지 이미 이해할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한 발 물러서더라도 이미 작동하고 있는 시스템이 있고 제품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도 알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빅테크 기업이 스스로 프로메테우스의 역할을 자처하며 중국에 불을 선물하듯 기술과 지식을 전해 주었다. 애플이 촉진한 기술전은 시진핑이 외국 기술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야심차게 추진한 ‘중국제조 2025’를 가장 강력하게 뒷받침했다.”
애플이 선생이라면 학생인 중국 기업들도 열심히 했다. 어떤 면에서는 선생 보다도 더 엄격한 제자였다. 기술 습득을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다.
“공장들은 이익을 포기하면서까지 애플의 운용 전문가들이 와서 효율성을 가르쳐 주기를 원했습니다 애플 스퀴즈라고 불린 명시적인 거래를 통해 애플의 엔지니어들과 운영팀은 파트너들을 철저히 교육하고 그 과정에서 제조 지식을 넘겨주었다 특히 최고 수준의 품질 기준을 유지하면서도 효율적으로 대량 생선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을 공유했다 이렇게 획득한 기술을 바탕으로 다른 고객사의 주문을 따내 같은 작업에 대해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도 있었다. 애플 최고의 엔지니어들로부터 수업료 없이 제품 출시 전 몇 주 또는 몇 달 동안 현장에서 매일 몇 시간씩 집중훈련을 받을 수 있었다.”
선생과 학생은 힘을 합쳐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제조 생태계가 구축됐고, 실력도 쑥쑥 늘었다.
“개발 과정이나 생산 문제가 발생하면 전화를 호출의 5분만에 회의실에서 만나는 문제를 논의할 수 있어요. 풍부한 노동력, 유연한 근무 형태, 바로 옆에 있는 공급 업체들. 그리고 맞춤형 수출 정책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문제나 변경 사항이 생기면 언제든지 수많은 사람을 이끌고 엑스레이실이나 실험실 자재 조달, 소재나 부품을 가져오게 하거나 가공 작업 따위를 시킬 수 있었습니다. 이 모든 일을 손만 뻗어도 닿는 곳에서 할 수 있었어요. 우리가 원하는 건 뭐든지 구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거기 없으면 그냥 사러도 갔어요. 심지어 새벽 2시에 측정 장비나 어떤 소재를 구하러 상점에 가기도 했죠. 무언가를 제거하거나 더 잘 작동하게 하도록 하기에 필요한 것들이었습니다.”
“폭스콘은 (애플) 산업디자인팀과 아무런 교류도 없이 LG가 만든 아이맥을 분해해 부품 하나하나를 분석하고 조립 방식을 파악한 다음 필요한 부품을 제작하거나 외부에서 조달해 자체 버전을 완성했다. 여기에는 CRT까지 설치되어 있었다. 그 제품에 들어간 모든 부품은 LG를 대체하기 위해 폭스콘이 역설계하고 자체 조달한 것이었다. 그 시체품은 완벽하진 않았지만 폭스콘의 역량을 입증하기에는 충분했다.
폭스콘 경쟁사들이 애플의 복잡한 설계를 도전으로 받아들였다면, 궈타이밍은 그것을 기회로 여겼다. 궈타이밍은 애플과 협력하는 것에 진정한 가치는 수익이 아니라 배움에 있다는 점을 누구보다 먼저 알아차렸다. 그는 LG보다 한 대당 40달러 저렴한 가격으로 아이맥을 만들겠다고 애플에 제안했다. 궈타이밍은 비전을 갖고 있었다…심지어 애플보다도 먼저 애플의 장기적 성공을 보았던 것 같습니다.”
“애플은 공급 업체를 선정할 때는 가격이 아니라 품질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그 수준의 품질을 달성하기 위해 새로운 제조 공정을 직접 구현하였다. 애플이 새로운 디자인을 채택하기 전까지는 이러한 공정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따라서 공급 업체들과 더욱 긴밀하게 협력할 수밖에 없었다. 애플은 그들이 하는 일이 워낙 독창적이었기 때문에 전체 제조 공정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중국 정부도 적극적으로 애플 등 미국 기업들을 받아들이며 기술을 전수하도록 했다.
“ 2018년 상하이 당국은 테슬라가 현지 파트너 없이 중국의 제조 공장을 설립하는 것을 최초로 허가했다. 머스크가 공장을 2년 안에 완공하겠다고 제안했을 때 상하이 시장은 그 일정을 12개월로 단축하자고 설득하며 저렴한 부지 제공과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약속했다.”
애플과 중국 공급기업, 중국 정부 등이 2인 3각으로 함께 뛰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아이폰 출하량이 급증함에 따라 중국의 공급 업체들이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들의 부품도 공급하도록 장려했다. 그 결과 애플은 중국 스마트폰 산업의 탄생을 촉진하게 되었다. 2009년만해도 중국에서 판매된 스마트폰의 대수는 노키아 삼성 HTC 블랙베리가 생산했다. 그러나 애플이 터치스크린 유리 등 아이폰에 들어가는 수천가지 부품의 제작법을 가르치는 동안 애플의 공급 업체들은 그 기술을 자국 기업에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 선두에 화웨이 샤오미 비포 오프 등이 있었다. 그 결과 중국 브랜드의 내수 시장 점유율은 2009년 10%에서 2011년에는 35%로, 그리고 2014년은 74%로 급격히 상승했다. 결국 애플은 중국의 개발자가 되고 말았다. 최첨단 제조기술에 대한 이해를 심화하도록 도왔다. 그와 동시에 서구권의 전자제품 제조업은 점차 쇠퇴해 갔다. 애플 엔지니어들은 수천 시간을 투자해 현지 공급 업체들과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극단적인 수준의 세부 관리 방식을 몸소 보여 줬으며 전문화된 기계와 각종 소재를 활용한 문제 해결 기법까지 전수했다.”
“애플이 2012년부터 매면 매년 발표 중인 주요 공급업체 목록은 변화를 잘 보여준다. 매년 약 200곳에 달하는 핵심 공급업체 명단에서 중국 기업 수는 원래 16곳의 불과했지만 2019년에는 41곳으로 증가하며 처음으로 미국 기업 수를 넘어섰다. 2021년에는 중국 기업 수가 51곳에 이르며 대만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닛케이 아시아’는 중국 기업 수는 2012년 이후 3배로 늘어났지만 미국 기업 수는 3분의 1로 줄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제조를 국가 생존의 문제로 인식했다.
“강력한 제조 없이는 국가도 민족도 존재할 수 없다.” (중국 제조 2025 선언문) 반면 미국은 제조를 혹으로 생각했다. 특히 GE의 젝 웰치 회장이 그 출발점이다.
“웰치 시대의 성과는 주주들에게는 타고난 승리였지만 소수에게 돌아간 일시적 이익은 시간이 갈수록 그 중요성을 잃었다. GE의 대규모 오프쇼링 전략이 미국의 러스트 벨트 형성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사실이 점차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GE는 미국의 제조업 공동화를 이끄는 대표적 사례로 지목되었고 양질의 제조업 일자리는 해외로 이전되었으며 사내 청소 같은 비핵심 업무는 아웃소싱 되었다. 문제는 주주 이익을 우선하는 자본주의가 기업들이 국가의 이익을 무시하거나 심지어 훼손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고 실제로는 이를 조장하기까지 했다는 점이다. 기업 경영지들은 단기적인 이익을 얻기 위한 행동 예컨대 비용절감이나 아시아로의 일자리 외주화 같은 전략에 집중하면서, 더 광범위한 사회적 영향을 외면할 수 있게 되었다. 쿠퍼티노(애플 본사 소재지)의 이해관계는 미국의 국익과 점차 괴리를 보여왔으며 그 여파는 결국 쿡의 업적에 오점을 남길지 모른다.”
“애플이 중국에서 첨단 공정의 발전을 계속 촉진한다면 머지않아 미국인들은 중국이 첨단 전자공학, 로봇 공학, 반도체 전분야에서 자급자족하는 현실을 마주하게 될지 모른다.”
“애플 자체 추산에 따르면 2008년 이후 애플이 중국에서 훈련한 노동자 수만 최소 3천만 명에 달하는데 이는 캘리포니아주 전체 노동 인구보다도 많은 수다. 중국은 애플의 단기적 필요를 자국의 장기적 이익과 정교하게 맞바꾸는 전략을 펼쳤다. 1999년까지만 해도 애플의 제품은 중국에서 단 한 개도 생산되지 않았지만 2009년이 되자 거의 모든 제품이 중국에서 생산되었다. 기술과 노하우 이전은 베를린 장벽 분기에 비견될 만한 지정학적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애플이 2015년 한 해 동안 중국에 투자한 금액은 무려 550억 달러에 달한다. 미국의 첨단반도체 제조를 이끄는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라고 강조한 반도체 및 과학 법안은 총 4년에 걸쳐 520억 달러를 관련 산업에 쏟아붓는 것이다. 이는 애플의 10년 전 중국에서 한 해 동안 투자했던 금액보다도 30억 달러 적다. 다시 말해 애플이 지난 10년간 해마다 중국에 투자한 금액이 미국 정부가 한 번 있을까 말까한 투자라고 자부한 액수보다 최소 4배 크다는 점은 분명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애플의 중국 투자는 부메랑이 되어 애플을 흔들고, 미국을 치고 있다. 미국이 주체고, 중국은 꼬리란 ‘캘리포니아 디자인, 조립 중국’이란 말은 ‘중국 제조’(made in China)로 바뀌었다. 원청자 우위 관계가, 공급자가 원청자를 쥐락펴락하는 상황으로 역전됐다.
이런 상황에 미국도 당황하고, 서방 세계 전체가 혼란에 빠졌다. 이제는 중국 소비재가 한국 시장에 가격을 넘는 품질을 기반으로 세를 넓혀 나가고 있다. 중국 제품을 보면서 디자인이나 포장, 성능 등이 빼어나다는 호평이 자연스럽게 나오기도 한다. 그 배경에는 애플의 역할이 있었다.
중국을 이해해야 우리 나름의 대응책 마련도 가능하다. 기업 이익만이 최우선 순위가 되면 어떤 후과를 낳게 되는지 애플 사례는 잘 보여주고 있다. 기업도 사회 일원으로서 공존을 생각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이 책에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제조가 없으면 국가도, 민족도 없다는 인식을 갖고 그에 맞는 전략을 갖고 있는 나라와 개인 취향이 강조되며 나만 괜찮으면 별문제 없다는 나라가 경쟁하면 어떻게 될까? ‘애플 인 차이나’에는 파란 사과가 빨간 사과가 되는 과정이 실감나게 잘 그려져 있으며 자본주의 사회에 사는 우리들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준다. 벽돌책이지만 진득하게 볼 가치가 있다.
나노 바나나로 만든 팀 쿡 합성사진. 팀 쿡은 구매 부분의 최고 전문가로 인식된다. 재고를 없게할 정도로 공급망을 잘 짜고 효율성을 높여 이익을 극대화했다. 하지만 기업 경영에는 밝았지만 생태계 경영에는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는다.[사진= 나노바나나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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