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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서충원칼럼] 누더기 된 부동산세제, 근본적 수술 필요

우리나라 부동산세제가 누더기가 된 지 오래다. 납세자들은 헛갈리고, 전문가인 세무사조차도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하다. 압축고도 성장을 하면서, 사회 변동성이 극심했고, 사회적 양극화의 요인인 부동산에 대한 규제와 완화라는 단기 땜질식 처방만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서충원칼럼] 누더기 된 부동산세제, 근본적 수술 필요

우리나라 부동산세제가 누더기가 된 지 오래다. 납세자들은 헛갈리고, 전문가인 세무사조차도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하다. 압축고도 성장을 하면서, 사회 변동성이 극심했고, 사회적 양극화의 요인인 부동산에 대한 규제와 완화라는 단기 땜질식 처방만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진보, 보수 가리지 않고 일단 정권을 잡으면, 지지층을 위한다는 명분의 부동산 대책이 되풀이됐고, 가격 안정 혹은 경기부양 명분으로, 세제를 통해 시장을 조절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시장이 과열되어 가격이 오르면 세금을 올려 막았고, 반대로 시장이 침체하면 경기를 활성화한다는 명분으로 세금을 내리는 방식으로 말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동산 규제와 완화라는 수단은 되풀이되었고, 선거에서는 ‘부동산 표심’이라는 말까지 나돌았다. 긴 안목에서 정책을 구사하기보다는 폭등과 폭락을 오가는 ‘과열된 시장 불 끄기’에 급급했고, 어느 정권에서는 25번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시장은 통제되지 않았다.

누더기 세제의 단면은 종합부동산세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고가 주택과 다주택자를 규제하기 위해 것이었는데, 초기부터 도입 효과를 놓고 갑론을박했다. 과세표준을 산정할 때 적용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종부세의 구조적 문제이기도 한데, 공시가격을 할인하는 비율이다. 공시가격을 그대로 과세표준으로 사용할 때 발생하는 급격한 세 부담 변동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된 장치로, 60~100% 사이에서 시행령으로 정할 수 있어서, 세법 개정도 필요 없다.

정부에서 발표하는 공시가격은 시간이 지나면서 우상향하기 마련이고, 특히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거나 폭락할 때는 제대로 시세를 반영하지 못해서, 이를 조정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한 건 사실이다. 도입 당시에는 정부 공시가격이 실제 시장가격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우세했다. 2009년, 처음 도입될 당시에는 감세를 목적으로 공시가격의 60%를 적용한 바 있다. 이후 보수 정권에서는 감세 등을 목적으로 60%를 적용하고, 반대로 진보 정권에서는 가격 안정화를 이유로 80% 이상을 적용해 왔다. 참여정부에서는 95%까지 끌어 올린 적이 있는데, 이 비율이 100%에 이른다면 공시가격을 그대로 과세표준으로 사용하는 격이어서, 공정시장가격 비율 자체는 실질적인 효력이 없는 꼴이 된다.

문제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이 단순한 기술적 조정 장치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명목세율과 별개로 과세표준을 조정함으로써 실제 세 부담을 좌우하고, 세율을 바꾸지 않고도 세금을 늘리거나 줄일 수 있는 사실상의 ‘보이지 않는 세율’이다. 법률이 아니라 대통령령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국회의 세율 개정 없이도 정부가 납세자의 실제 세 부담을 직접 조정할 수 있어 조세법률주의와 법적 안정성을 훼손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공시가격과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수시로 조정되는 현행 제도에서는 납세자가 자신의 세 부담을 예측하기 어렵고, 조세에 대한 신뢰는 약화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정부가 공시가격과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모두 조정할 수 있는 구조는 동일한 과세 기반을 이중으로 통제하는 방식으로, 정부의 의지대로 국민의 세 부담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여지를 준다.

만약 공시가격을 그대로 적용하면 어떤 문제가 있는가? 2026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국 평균 9.16%, 서울은 이보다 두 배 가까운 18.7% 상승하였다. 공시가격은 정부가 조사하여 발표하는 공식 데이터임에도 불구하고, 시장 변화에 따라 변동성이 심해서 그대로 과세 표준으로 사용한다면 조세 부담은 늘어나고, 과세 효과와 납세자 신뢰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핵심은 부동산 세율이 아니라 체계에 있다. 세율이 높아서가 아니라, 원칙 없이 덧대고 고친 결과 지금의 부동산세제는 누더기가 되었다. 공시가격,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포함해서 보유세, 거래세 등 전문가도 어려워하는 부동산세제는 다음의 사항을 참고하여 재검토해야 한다.

먼저, 부동산세제는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 합리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금융자산 비중이 높아지는 상황을 고려해서 부동산 자산과 금융자산과의 과세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 부동산 거래세는 낮추고, 보유세는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선진형 세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양도소득세 체계는 중복성과 비효율성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미실현 소득에 대한 과세 문제와 끊임없이 제기되는 이중과세 문제, 그리고 조세 약자를 배려하는 세제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한다.

부동산 세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손질하는 정치 수단으로 활용해서는 안 되며, 누더기가 된 부동산 세제는 국가와 국민, 그리고 시장을 살리는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편하여야 한다.

서충원 전 강남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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