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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서울대 10개' 방향 전환…거점국립대 경쟁 유도

교육부는 지난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성장엔진 연계 지역인재 양성 방안’을 발표했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브리핑하고 있다.

'서울대 10개' 방향 전환…거점국립대 경쟁 유도

교육부는 지난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성장엔진 연계 지역인재 양성 방안’을 발표했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제공=교육부

이재명 정부의 대선 공약인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취임 10개월여 만에 윤곽을 드러냈지만, 사실상 ‘서울대 4개 만들기’로 확정돼 비판이 거세다. 당초 지역 거점국립대 9곳을 서울대 수준으로 투자하겠다는 공약의 절반에도 못미친 3개 대학에만 집중 지원하는 방안이 확정되면서 정책 후퇴 논란이 불가피해졌다.

당시 이재명 후보는 임기 5년간 연간 8천 억원 이상 규모로 총 4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했지만, 올해 3분기 중 발표될 3개 거점국립대는 연간 1천억 원씩 총 5년간 정부 지원을 받게 된다. 10개월 만에 발표한 ‘국토 대전환’의 핵심 국정과제인데, 연차별·단계적 확대 방안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점도 불필요한 의혹을 자초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15일 오전 11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실에서 ‘성장엔진 연계 지역인재 양성 방안(서울대 10개 만들기)’을 발표하고 거점국립대 가운데 3개 대학을 선정해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선정 대학에는 브랜드 단과대학과 특성화 융합연구원, 인공지능(AI) 기반 교육·연구 인프라 구축 등이 패키지로 지원된다. 반면 나머지 6개 대학은 앵커체계 등 기존 사업의 틀 안에서 제한적 지원을 이어가게 된다.

교육부는 거점국립대를 서울대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대선 공약과 괴리가 크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지역 거점국립대 전체를 동시다발적으로 육성해 수도권 대학과 격차를 줄이겠다는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확정안은 극소수 대학에 자원을 집중하는 구조로 전환됐다. 이 정도면 정책의 이름만 바뀐 게 아니라 대선공약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단 교육부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5극 3특에 따라 9개 거점국립대 전체를 고르게 지원하는 방향과 제한된 예산 때문에 단계적으로, 준비가 잘 돼 있는 곳에 집중하는 안을 길게 토론했다”며 “3개 대학에 우선적으로 해서 모범사례를 만들고 그것을 확산해 나가는 것이 맞겠다라는 결론을 맺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코 3개 대학만 하는 것이 아니고, 6개 대학도 지난해 예산에서 300~400억 원을 추가로 지원한다”고 덧붙였다.

최 장관의 해명은 공약의 축소를 사실상 인정하는 발언으로 읽힌다. 미선정 거점국립대에 추가로 지원하는 항목을 살펴보면, 대학 전반의 성장 브릿지 구축에 200~300억 원이, 지역혁신 허브화 인센티브에 100억 원이 추가 배정됐다. 성장 브릿지사업은 성과 평가를 통해 대학별로 차등 지원하는 예산인데다, 지역혁신 인센티브는 기존 앵커(옛 라이즈)체계에 배정된 예산이다.

결국 이번에 3개교에 선정되지 못한 거점국립대는 사실상 서울대 수준의 교육 기반을 조성하기 어렵게 된다. 5년 사업이라 선정대학과 격차도 그만큼 커지게 될 것이 예상된다. 한 거점국립대 총장은 “9개 거점국립대는 골고루 지원해 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제한된 예산 안에서 선택과 집중을 한다면, 아무래도 (규모 있는) 산업을 끼고 있는 지역의 거점국립대가 유리하지 않겠느냐”라고 우려했다.

이 총장은 선정대학과 미선정 대학 간 격차를 “연 500억 원에 불과하다”고 바라보고 있었다. 이 때문에 거점국립대 간 펼쳐질 경쟁구도에 대해 “일부 경쟁은 있을 수 있을 텐데, (서울대 10개 만들기라는) 이름에 비해서 전체 판도를 바꿀만한 (재정지원상) 체급은 아니라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교육부 “후퇴나 축소 아니다” 강조

최 장관이 “결코 3개 대학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 해명도 구체성이 떨어진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어떤 기준으로 몇 개 대학을 추가로 선정해 단계적으로 확대할 것인지에 대한 로드맵을 내놓지 못했다. 다만 산학연 교육을 일치시켜야 하는 탓에 지자체(지역)와 산업계가 준비가 돼 있어야 하니 1차년도 과정과 성과를 지켜본 후에 단계적 확대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주희 교육부 대학지원관은 “대학과 지역, 기업의 준비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고난도 사업”이라며 속도 조절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서울대 10개를 만들기까지 정책이 1년여 더 지체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히 연간 2조1천억 원을 투입하는 앵커체계가 지난해 이어 올해도 이어지는 상황에서 거점국립대와 지자체·기업의 준비 부족을 문제로 단계별 계획을 수립하지 않았다는 건 앵커체계의 정책 실효성까지 의심케 만드는 대목이다.

교육부의 발표대로라면, 오는 3분기에 최종 확정될 ‘2026년 3개교 패키지 지원대학’을 두고 9개 거점국립대가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기존 경쟁대학을 감안하면 얼마 남지 않은 기간에 국내 대기업이나 글로벌 기업과 교육·연구, 인재양성 공동추진에 관한 업무협약을 맺어야 하는 실정이다. 추가 선정계획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첫 회에 탈락할 경우 회복이 어려운 구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서울대 4개 만들기’로 얼굴을 드러냈다. 교육부는 이를 ‘단계적 추진’이라고 설명하지만, 공약 자체가 폐기된 건 아닌지 우려된다. 초기 3개 대학의 성과가 ‘서울대 수준의 거점국립대’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정책 전체가 동력을 잃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교육부는 그러나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차질없이 추진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해숙 교육부 고등평생정책실장은 “3개 대학이 성과를 달성하면 단계적으로 확대할 것이고, 실제로 예산도 지난해 대비 4,613억 원이 증액됐다”며 “2030년까지 4조 원을 달성하는 투자계획을 가지고 재정당국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성욱 기자 ongug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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