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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서산시 '초록광장' 여론전 점입가경… '설문조사'가 '민의'로 둔갑

본지가 입수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캡처본에 따르면, 이완섭 서산시장과 동향 선후배 사이인 서산시 A 언론협회장은 지난 2024년 6월 4일 회원사들에게 '초록광장 찬성 현수막' 게첨을 비밀리에 요구했다. A 회장은...

서산시 '초록광장' 여론전 점입가경… '설문조사'가 '민의'로 둔갑

용역업체 400명 설문치 '87.4% 찬성'을 시민 전체 의견인 양 보도하는 언론사들...행정과 언론의 '비밀 결탁' 의혹까지

충남 서산시 기획예산담당관 페이스북 화면.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충남 서산시가 추진 중인 예천지구 공영주차장(일명 초록광장) 조성 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단순한 찬반 논란을 넘어 '여론 왜곡'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시 당국과 일부 지역 언론이 객관성을 상실한 '설문조사' 수치를 마치 과학적 '여론조사' 결과인 양 포장하며 대대적인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용역사 설문조사가 '정식 여론조사'?… "시민 기만행위"

최근 서산시 기획예산담당관실은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시민 87.4%가 찬성한다"는 제목의 기사들을 게시하며 사업의 정당성을 적극 홍보했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이 수치는 통계적 유의미성을 갖춘 정식 여론조사가 아니라, 사업 용역업체가 4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단순 설문조사' 결과로 밝혀졌다.

문수기 서산시의원과 지역 시민단체들은 "사업의 부정적 측면은 숨기고 장점만 나열한 유도성 질문으로 얻어낸 수치"라며 이를 민의로 둔갑시키는 것은 18만 서산시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일보 화면 갈무리

실제로 전문가들은 용역사 설문조사와 전문기관의 여론조사 사이에는 공정성과 객관성 면에서 아래와 같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용역사 설문조사는 사업 타당성 입증 및 홍보가 목적이며, 임의 추출 방식으로 특정 집단의 의견이 쏠릴 가능성이 높다. 특히 장점 중심의 유도성 질문을 통해 사업 추진의 '면죄부'로 활용될 우려가 크다.

전문기관 정식 여론조사는 중립적 찬반 의사 확인이 목적이며, 인구 비례 무작위 추출을 통해 표본의 대표성을 확보한다. 장단점을 균형 있게 제시하여 정책 수정의 객관적 지표로 삼는다.

로컬투데이 화면 갈무리

설문의 한계 간과한 '받아쓰기' 보도… 독자 오해 불러

문제는 일부 언론사들이 이러한 설문조사와 여론조사의 본질적 차이를 간과한 채, 서산시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자극적인 제목으로 시민들을 현혹하고 있다 의혹을 사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서울일보, 대전투데이, 로컬투데이 등 일부 매체는 기사 제목에 '시민 87.4% 찬성' 혹은 '시민 80% 이상 압도적 찬성'이라는 문구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는 통계의 출처나 조사 방식의 한계를 명확히 설명하지 않아, 마치 서산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정밀 여론조사가 이루어진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시민사회단체는 "조사 대상이 누구인지, 질문이 공정했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검증도 없이 시가 제공한 수치를 제목으로 뽑아 보도하는 것은 언론의 비판 기능을 스스로 저버린 것"이라며 "이러한 보도 행태가 시민들 사이의 불필요한 갈등과 확증 편향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충남 서산시 B 언론협회 단톡방 화면 갈무리

"이 일은 절대 비밀"… 언론협회장의 '현수막 모의' 파문

행정의 감시자가 되어야 할 지역 언론의 부적절한 행태는 이뿐만이 아니다. 본지가 입수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캡처본에 따르면, 이완섭 서산시장과 동향 선후배 사이인 서산시 A 언론협회장은 지난 2024년 6월 4일 회원사들에게 '초록광장 찬성 현수막' 게첨을 비밀리에 요구했다.

A 회장은 대화방에서 "급해서--", "이 일은 절대 비밀입니다"라며 노골적으로 여론을 유도하려 시도했다. 당시 내부 회원인 B 기자가 "언론이 개입해서도 안 되고 나중에 알려지면 망신"이라며 강력히 반대해 무산됐으나, 이후 A 회장은 정산 절차도 없이 협회를 해산하고 새로운 협회를 만드는 '꼼수'를 부리며 비판적인 기자를 배제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사고 있다. 언론협회 만아니다. C 문화예술협회장은 각 지부의 의견 수렴 과정도 거치지 않고 일부 지부장들과 함께 협회명의 초록광장 찬성 현수막을 게첨해 질타를 받기도 했다.  특히 A 회장과 C 회장은 서산시 위원으로 위촉돼 시정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불통 행정에 극에 달한 시민 불신… "누구를 위한 광장인가"

이완섭 서산시장은 시민사회단체와 시의회의 정식 여론조사 요구에 대해 "이미 충분한 의견을 들었다"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심지어 6,000명의 시민이 참여한 반대 서명마저 조작 가능성을 언급하며 폄훼하는 태도를 보여 '불통 행정'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시민들은 묻고 있다. 6,000명의 반대 서명은 무시하고, 용역사의 편향된 400명 설문은 '민의'로 받드는 기준이 무엇인지 말이다. 행정이 민의를 왜곡하고 일부 언론이 그 도구가 된 현재의 상황에서, 초록광장 조성 사업은 서산시 행정에 대한 '신뢰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

진정한 소통은 유리한 숫자만 골라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불편한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서산시는 망각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공정한 보도와 객관적인 데이터만이 무너진 행정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다.

백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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