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품질 발전정보·GPU 민간 개방…전력산업 AI 생태계 구축 본격화
AX 이노베이션센터 기반 데이터 실증·창업 지원 확대
한국서부발전 본사 전경[서부발전 제공]
[에너지데일리 송병훈 기자] 전력산업의 핵심 운영 데이터가 인공지능(AI) 산업 육성의 새로운 자산으로 떠오르고 있다. 발전공기업이 보유한 고품질 발전 데이터를 민간과 공유해 AI 기술 개발과 창업 생태계 조성에 활용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한국서부발전(사장 이정복)은 정부가 추진하는 ‘데이터안심구역 지정 사업’에 발전사 최초로 참여한다고 12일 밝혔다. 서부발전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이 주관한 ‘2026년 데이터안심구역 전환지정 심사’에서 발전사 최초로 전환지정 대상에 선정됐다.
데이터안심구역은 ‘데이터 산업진흥 및 이용촉진에 관한 기본법’에 따라 기술적·물리적·관리적 보안 체계를 갖춘 환경에서 미개방 데이터를 안전하게 분석·활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특히 외부 공개가 어려운 산업 데이터라도 보안이 확보된 환경에서는 연구·실증·사업화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AI 시대 핵심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사업의 핵심은 발전공기업이 보유한 고부가가치 데이터를 민간 기업과 공유해 AI 기반 기술 개발과 사업화를 지원하는 데 있다. 발전소 운영 과정에서 생성되는 설비·운전·예측·진단 데이터는 산업 AI 개발에 매우 높은 활용 가치를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발전설비 이상 예측, 설비 수명 관리, 에너지 효율 최적화, 디지털트윈, 자율운전 기술 등은 대규모 고품질 데이터 확보가 핵심이다.
그러나 그동안 발전 데이터는 국가 기반시설 관련 정보라는 특성상 외부 활용이 제한적이었다. 서부발전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20년부터 발전공기업 최초로 ‘에이엑스(AX) 이노베이션센터’를 운영하며 중소·벤처기업과 연구기관에 발전 데이터를 제공해 왔다.
기업들은 이 공간에서 안전한 분석 환경을 기반으로 AI 알고리즘 개발과 실증 연구를 수행해왔다. 이번 데이터안심구역 지정은 이러한 운영 경험과 데이터 관리 역량을 정부로부터 공식 인정받았다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서부발전은 이번 전환지정을 계기로 AX 이노베이션센터를 데이터안심구역 체계로 고도화할 계획이다. 특히 민간 기업에 AI 개발 핵심 인프라인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 자원을 원격 공유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최근 생성형 AI와 산업형 AI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GPU 확보는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가장 큰 애로사항 중 하나로 꼽힌다. 서부발전은 발전 데이터와 GPU 인프라를 함께 제공함으로써 전력산업 특화 AI 스타트업 육성과 기술 실증을 동시에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의 ‘데이터안심구역 통합관리 시스템’과 연계해 전국 데이터안심구역 미개방 데이터를 통합 검색할 수 있는 환경 구축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공공 에너지 데이터 기반 AI 산업 생태계가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번 사업은 단순 데이터 개방을 넘어 전력산업의 AI 전환(AI Transformation·AX)을 본격화하는 상징적 사례라는 분석이다.
최근 글로벌 에너지업계는 AI 기반 발전소 운영과 예측 정비, 디지털트윈 구축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AI를 활용하면 발전설비 고장을 사전에 예측하고 유지보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발전 효율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 국내 발전업계 역시 AI·데이터 기반 운영체계 전환을 미래 경쟁력 확보의 핵심 과제로 보고 있다.
서부발전은 이번 데이터안심구역 운영을 통해 전력산업 AI 핵심 기술 관련 지식재산권 확보와 특허 출원도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창업·벤처기업 지원을 통해 관련 산업 생태계 확대와 고용 창출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이정복 서부발전 사장은 “데이터안심구역은 철저한 보안 유지와 자유로운 데이터 활용이 공존하는 에너지 AI 전환의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며 “전력산업의 디지털 표준 모델을 정립하고 민간과 함께 성장하는 AI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향후 AI 데이터센터 확대와 전력산업 디지털화가 맞물리면서 에너지 데이터의 전략적 가치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발전·송배전·수요관리 데이터를 AI와 결합한 ‘에너지 디지털 플랫폼 경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전력산업 경쟁력이 발전설비 규모에 있었다면 앞으로는 데이터와 AI 활용 역량이 핵심 경쟁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공공 에너지 데이터 개방이 국내 산업 AI 경쟁력 강화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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