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핵무기의 위협과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핵폭탄과 전쟁은 인류 멸망과 중요한 상관관계를 가진다. 핵폭탄은 전쟁에서 인류와 문명을 즉각적이고 영구적으로 파괴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다. 핵전쟁은 단순한 전투를 넘어 지구 생태계와 인류의 지속 가능성을 완전히 무너뜨릴 수 있는 멸종의 핵심 요인이다. 우선, 핵전쟁은 핵무기 폭발로 인한 즉각적인 파괴, 태양 빛의 차단으로 인한 핵겨울, 방사능 오염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로 인해서 인류 문명을 멸망시킨다. 인류 멸망 시계는 핵과학자에 의해 발표되었으며, 2024~2026년 기준으로 자정 85~90초 전을 가리키며 인류 멸망에 가장 가까운 시간을 알리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핵무기 사용 위협과 신냉전 등을 예고한다. 이렇듯 핵폭탄은 전쟁에서 사용될 경우 인류 문명의 붕괴와 지구 생태계의 파멸을 즉각적으로 초래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이고 치명적인 멸망의 요인이다.
군인의 광기와 전쟁의 광기는 비인도적인 행위와 사회적 파괴를 초래하며 심각한 위험을 가져온다. 군인의 광기는 잔혹 행위, 전투 피로, 엘리트 전력 소모, 도덕적 해이 등 개인적 윤리 상실과 전투의 피로를 이어진다. 전쟁의 광기는 비인도적 대량 학살, 사회경제적 붕괴, 질병과 장애 등 시스템적 폭력과 파괴로 이어진다. 이렇듯 전쟁의 광기와 군인의 광기는 인간성을 말살하고 단순한 물리적 파괴를 넘어 회복 불가능한 심리적, 사회적 상흔을 남기는 위험을 초래한다.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스탠리 큐브릭, 1964)는 핵무기의 위협과 인류종말의 미래를 다룬다. 미 공군의 잭 리퍼 장군(스터링 하이든)은 공산주의자들이 미국인의 고귀한 혈통을 오염시킨다는 음모론에 빠져 핵 폭격기 출격을 명령하고, 맨드레이크 대령(피터 셀러스)는 이를 저지하고자 한다. 미국 머플리 대통령(피터 셀러스)은 소련 서기장과의 소통을 통해 인류를 종말시킨 ‘심판의 무기’가 작동되지 않도록 소통하고자 한다. 스트레인지러브 박사(피터 셀러스)는 핵무기의 위협을 설명하고 인류 종말의 위기 속에서 해결방안을 마련하고자 한다.
2. R작전: 공산주의에 대한 혐오와 획일적 군사문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의 전반부에서 R작전은 공산주의에 대한 혐오와 획일적인 군사문화를 나타낸다. 우선, 공군기지는 리퍼 장군의 명령과 맨드레이트 대령의 불복종을 대비시킨다. 장군은 공산주의자 음모론에 사로잡혀 적색경보로 전시 상태를 만들지만, 대령은 훈련이냐고 반문하면서 사태를 해결하고자 한다. 장군의 진지한 명령과 대령의 가벼운 대응이 대비된다.
장군과 부하들의 관계에서, 부하들은 장군의 지시에 무조건적으로 복종함으로써 이성을 배제하는 태도를 보여주지만, 대령은 장군의 광기 어린 지시에 복종하지 않으며 계속해서 핵 폭격기의 공격을 막고자 한다. 장군은 적색경보 후 전시상태를 알리는 방송에서 3가지 규칙을 말한다. 첫째, 모두를 믿지 말고, 둘째, 경계선 내에 오면 무조건 사격하고, 셋째, 의심되면 무조건 사격하라. 3가지 규칙은 전쟁의 광기, 목숨의 경시를 통해 이성을 배제한 폭력을 강조한다. 군인들은 스스로 이성에 의해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상관의 명령에 의해서 이성을 배제한 채 살상하라는 지시에 따른다. 부하들의 정지된 동작은 경직된 행동과 긴장감으로 획일적 군사문화를 반영하고, 대령의 일상적 움직임은 획일적 군사문화에 대한 저항을 반영한다.
장군은 핵 폭격기를 출격시키고 라디오를 수거하는 명령을 내리지만, 대령은 라디오에서 민간방송을 듣고 폭격기를 귀환시키려고 노력하는 등 명령에 불복종한다. 장군은 음모론이라는 과대망상에 사로잡혀 소련이 침공한다는 거짓말로 핵 폭격기를 출격시킨다. 대령은 라디오를 수거하라는 장군의 명령을 거부하고, 라디오의 민간 방송을 들려주며 장군에게 소련의 침공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고 싶었던 말은 지난 2년 동안 제군의 사령관으로서 자랑스러웠다.’라는 장군의 마지막 말은 전시 상황에서 군사 지도자가 많이 하는 말이지만, 광기에 의한 지시라는 점에서 비정상적이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대령이 핵 폭격기 명령을 취하하는 암호를 요구하자, 장군은 문을 잠그고 총으로 위협한다. 장군은 공산주의가 물을 오염시키며, 공산주의의 침투, 유입, 파괴를 거론하며, 국제적인 공산주의 음모를 주장한다. 장군은 “전쟁은 군인의 손에 맡기기에는 너무 중요하다. 하지만 정치인에게 맡기기는 더 힘들다.”라고 주장한다. 냉전시대는 표면적으로 평화로운/차가운 공존이지만, 장군은 소련이 침공할 수도 있다는 과대망상증에 걸려 출격 명령을 내린다는 점에서 전쟁의 공포가 나타난다.
다음으로, 폭격기는 킹콩 소령과 부하들은 핵 폭격기라는 죽음과 식사라는 일상을 대비시킨다. 폭격기의 군인들은 전투에 임하는 진지한 표정과 플레이보이라는 유흥을 대비시킨다. 핵폭탄이라는 죽음의 길과 식사라는 삶의 길이 대비된다. 전투에 나서면서 소령은 ‘가족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사태가 내 짐작의 반만큼이라도 심각하다면 사태가 진정되면 모두 공평하게 표창을 받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소령은 핵폭탄이 투여되면 모두가 죽을 수 있는 상황에서 가족, 표창 등을 거론하는 것은 비이성적인 맹목적인 사고를 반영한다. 대령은 마치 서부영화의 주인공처럼 카우보이모자를 쓴 모습에서 폭력과 죽음의 이미지를 나타낸다. 폭격기 내에서 군인들은 계속 무엇인가를 먹는다. 폭격기의 죽음 이미지와 식사라는 일상의 이미지가 충돌한다.
마지막으로, 펜타곤은 터지슨 장군의 공적 업무와 비서 스캇의 사적 관계가 대비된다. 미국의 핵폭탄과 소련의 ‘심판의 무기’는 냉전시대 총성 없는 차가운 전쟁에서의 첩보전, 군비 경쟁, 이념 대립, 대리전을 보여준다. 미국과 소련은 전쟁을 하지는 않지만, 각각 무기를 개발하여 서로를 위협하면서 대치함으로써 긴장감이 고조된다. 냉전시대는 이면적으로 전쟁시대이다. 장군과 비서는 불륜의 쾌락으로 핵전쟁이라는 위기를 인지하지 못한다. 터지슨 장군의 방에서 속옷을 입은 여성이 전시 상황이라는 위급한 전화를 받으면서 비서라는 사실을 밝히고, 뒤이어 화장실에서 나온 장군도 속옷을 입고 나온다. 공적 전시 상황과 사적 불륜이 대비되면서 현실감각이 결여된 군대 상부조직을 나타낸다.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의 전반부 스타일은 어두움과 롱숏, 내려오는 카메라, 동작의 정지/움직임, 로우앵글/표준앵글를 통해 광기, 진지함/가벼움의 대비, 획일화/합리성의 대비, 광기/이성의 대비를 그려낸다. 리퍼 장군이 전투 명령 후 방의 블라인드를 내리는 장면에서 어두운 방은 전쟁의 광기를 표현하고 장군의 롱숏은 감정이입의 배제를 나타낸다. 폭격기에서 군인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장면은 카메라가 전투에 임하는 진지한 얼굴을 군인들을 보여준 후, 카메라가 내려가면 『플레이보이』 잡지를 보는 모습, 계속 음식을 먹는 모습, 카드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군인들의 진지함/가벼움을 대비시키며 희화화한다. 리퍼 장군이 방송에서 3가지 규칙을 말하는 장면은 부하들의 정지 동작과 대령의 움직이는 동작을 대비시켜 경직된 군사문화와 합리적 사고의 대비를 강조한다. 리퍼 장군이 핵무기 투하 명령을 취소하라고 요구하는 대령의 말을 거부하고 문을 잠그고 총으로 위협하는 장면은 클로즈업으로 리퍼 장군의 로우 앵글과 맨드레이크 대령의 표준 앵글을 대조적으로 그려내면서 장군의 광기와 대령의 이성을 대비시킨다.
3. 심판의 무기: 동성애 거부로 인한 광기와 냉전시대 핵무기의 위협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의 중반부에서 심판의 무기는 동성애 거부로 인한 광기와 냉전시대 핵무기의 위협을 나타낸다. 우선, 리퍼 장군은 공산주의에 대한 혐오 때문에 거짓 정보로 전투를 명령하며, 대령은 이에 저항한다. 기지 공군과 파견 군인이 서로 전투를 벌이면서 아군과 아군이 서로 무고한 생명을 죽이게 된다. 장군은 공산주의자가 물을 안 마시고 보드카만 마시고 생명의 근원인 물을 오염시킨다며 거짓 정보로 폭격기 출격 명령과 기지 전투 명령을 내린다. 이에 대령도 여러 가지 거짓말로 무의미한 전투에 참여하지 않으려고 한다.
리퍼 장군과 맨드레이크 대령의 갈등은 동성애의 거부로 인한 광기를 그려낸다. 장군은 공산주의자가 고귀한 체액을 오염시킨다고 분노하며 공산주의 음모론을 제기한다. 그는 여자들과 육체적인 사랑을 나눌 때 극도의 피로감과 공허감을 느끼고, 여자들이 자기 생명의 본질과 힘을 감지하고 가져갈 것이라는 불안감을 표현한다. 장군은 대령의 어깨에 감싼 손과 여성들과의 섹스에 대한 거부감을 통해서 동성애를 암시하지만, 자신의 동성애적 성향을 부인하게 되면서 모든 원인을 공산주의로 돌리게 되면서 전쟁을 시작한다는 점에서 광기를 드러낸다.
다음으로, 펜타곤은 머플리 대통령, 터지슨 장군, 사데스키 소련 대사의 갈등을 보여준다. 대통령과 장군은 일상/위기의 대비와 특수암호체계를 통해서 핵무기 사용 명령의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대통령만 핵무기 사용 명령의 권한이 있지만, 적의 급습 시에는 장군도 명령이 가능하다. 적의 급습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리퍼 장군의 명령은 권한 남용이다. 적의 교란 작전을 막기 위한 특수암호체계 때문에 아군도 명령을 전달하기 불가능한 상황이 된다. 터지슨 장군은 핵 폭격기 출격이라는 실수를 계기로 전쟁을 하자고 주장하자, 대통령은 “히틀러 이후 최악의 살인마로 기록되기 싫소.”라며 거부한다. 대통령과 장군은 대화와 전쟁이라는 다른 해결 방법으로 제시한다는 점에서 전쟁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를 나타낸다. 장군은 악질 빨갱이놈들의 횡포라고 비난하고, 소련 대사는 제국주의와 정보 첩보를 비난한다.
대통령과 서기장은 둘 다 정상적 양태에서 벗어나 있다. 대통령은 서기장과 연락하고자 하지만, 전화 연결이 되지 않는다. 소련 대사는 서기장이 지도자이자 남자이기 때문에 바쁘다고 말한다. 국가의 전쟁 위기 혹은 인류의 멸망 위기 속에서 소련 서기장이 여성과의 사적 관계 때문에 미국 대통령의 전화를 거부한다는 점에서 공적/사적 영역의 충돌과 부적절한 대응이 강조된다. 전화 통화에서 서기장은 시끄러운 음악 속에서 술에 취한 상태이고, 미국 대통령은 소련 서기장에게 미국 폭격기를 공격하게 돕겠다고 약속한다. 미국과 소련의 지도자들은 전쟁 위기 속에서 부적절한 대응과 실익을 위한 대응이 대비되면서 군인들의 인명피해를 신경쓰지 않는 공통점을 보여준다. 소련이 개발한 심판의 무기는 지구를 93년간 황폐화시켜 인류와 생태계를 파괴할 무기이다. 전 나치주의자이자 현 무기연구개발 국장인 스트레인지러브 박사는 최소한의 원자력만 있으면 가능한 기술이며 저지 불가능한 자동 기능이라고 설명한다. 핵무기는 다른 나라를 이기기 위한 살상 무기이며, 지구상의 인류와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점에서 무기와 전쟁의 아이러니가 나타난다.
마지막으로, 폭격기는 핵무기와 생존장비의 대비로 획일적 군사문화를 희화화한다. 킹콩 소령과 부하들은 핵 폭격기의 비치된 생존장비를 지급 는다. 생존장비는 총, 탄약, 식량, 약품, 소련어 미니북, 소련돈, 금괴, 콘돔, 립스틱, 스타킹으로 구성되어 있다. 핵폭탄을 투하하는 작전에서 대인전에 적합한 총, 탄약은 너무 미비하고, 첩보전에 적합한 식량, 약품, 소련어 미니북 , 소련돈, 금괴는 상황에 맞지 않고, 콘돔, 립스틱, 스타킹은 전투에 불필요한 품목이다. 핵무기 투하라는 심각한 상황과 부적합하거나 일상적인 생존장비가 서로 맞지 않아 부조화의 아이러니를 보여주면서 획일적 군사문화를 희화화한다.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의 중반부 스타일은 함께/단독의 미장센, 손에 대한 시선, 바스트숏/롱숏, 로우앵글/표준앵글을 통해 소통/불통, 욕망/거부감, 협력/갈등, 동성애와 광기를 그려낸다. 펜타곤에서 R작전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은 대통령과 장군을 동일한 바스트숏으로 잡아내지만, 다른 인물과 함께 있는 대통령과 혼자 단독으로 있는 장군을 대조적으로 그려냄으로써 미장센을 통해 소통/불통을 대비시킨다. 공군기지에서 장군이 대령의 어깨에 손을 얹어 감싸앉는 장면에서, 대령의 어깨를 움켜쥐고 있는 장군의 손과 그 손을 계속 쳐다보는 대령의 시선은 동성애에 대한 암시와 상관의 욕망에 대한 거부감을 함께 표현한다. 심판의 무기가 가동되면 93년간 지구를 황폐화시킬 것이라는 설명을 듣는 장면은 대통령과 소련 대사의 대화를 바스트숏으로 잡아내고, 두 사람 사이에 끼어 있는 장군을 롱숏으로 잡아냄으로써, 숏크기의 차이로 장군의 전쟁 옹호보다 대통령의 평화 옹호에 더 감정이입을 한다. 리퍼 장군이 여성들과의 섹스에서 피로감과 공허감을 느꼈다고 고백하는 장면은 대령을 내려다보는 장군의 시선과 장군을 올려다보는 대령의 시선을 각각 로우 앵글과 표준 앵글로 대비시키면서, 동성애의 욕망을 거부하는 장군의 광기와 그런 욕망을 인식하는 대령의 이성을 대비시킨다.
4. 인류멸망: 과학만능주의와 권력의 남성중심적 폭력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의 후반부에서 인류의 멸망은 과학만능주의와 권력의 남성중심적 폭력을 드러낸다. 우선, 공군기지는 맨드레이크 대령과 과노 대령의 갈등으로 군사문화의 경직성을 드러낸다. 장군은 광기로 부하들을 죽음의 길로 내몰며, 부하들의 항복에 실망하고 고문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살한다. 장군은 초반부에 부하들이 ‘자랑스럽다’라고 말하지만, 파견 군인들의 공격을 받은 부하들이 항복하자 부하들이 ‘실망스럽다’라고 말한다. 이에 대령은 ‘최선을 다했다’라며 변호한다. 부하들이 잘못된 명령으로 목숨을 버리고 죽음의 길로 나아가는데 죽지 않고 항복한 것에 실망하는 것은 부하들의 목숨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 장군의 잔혹한 부도덕성을 드러낸다. 반면에 장군 자신은 고문을 두려워해 자살한다는 점에서, 부하들의 죽음과 장군의 고문을 대비시키며 장군의 광기와 부도덕성을 강조한다.
맨드레이크 대령은 장군이 감춘 암호를 해독하고, 파견된 과노 대령의 경직된 군사문화에 저항한다. 대령은 장군이 남긴 메모, 즉 ‘peace of earth(지구에 평화를)’를 보고 세 글자의 암호가 ‘P.O.E.’의 조합이라고 유추해낸다. 장군의 전쟁 명령과 평화 암호는 부조화를 이룬다. 맨드레이크 대령은 이 암호를 대통령에게 알리고자 하지만, 기지를 진압한 과노 대령이 맨드레이크 대령을 체포하면서 저지된다. 과노 대령이 대통령과 리퍼 장군이 통화를 하게 하는 것이 최종 임무라고 말하자, 맨드레이크 대령은 리퍼 장군이 자살하였기 때문에 보좌관인 자신이 대통령과 통화해야 한다고 설득한다. 맨드레이크 대령은 전화선이 모두 끊어진 상황에서 공중전화로 대통령과 통화하는 데 동전이 부족하자, 과노 대령에게 콜라 자판기를 총으로 쏘라고 지시한다. 과노 대령이 사유재산이라고 거부하자, 대통령과 통화하지 않으면 더 큰 일이 발생할 것이라며 위협해서 총을 쏘게 만든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맨드레이크 대령과 지시를 있는 그대로 이행하려는 과노 대령의 갈등은 획일적 군사문화를 드러낸다. 콜라 자판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콜라가 뿜어져 과노 대령의 얼굴을 적시는 장면은 획일적 군사문화에 대한 희화화를 보여준다. 전쟁 명령과 평화 암호, 맨드레이크 대령 체포, 대통령과 공중전화 통화, 콜라 사유재산 등은 부조화의 아이러니로 희화화를 그려낸다.
다음으로, 폭격기는 이성을 배제한 무조건적 복종체계로 전쟁 기계를 그려낸다. 킹콩 소령이 지시하면, 부하들이 지시를 복창하며 행동으로 옮긴다. 핵무기 투하라는 위험한 명령에 킹콩 소령과 부하들은 이성을 배제한 채 전투 매뉴얼에 따라 기계적으로 임무를 진행시켜 나간다. 소령의 지시와 부하들의 반복은 기계적 반복을 통해서 전쟁 기계를 형상화한다. 기장인 킹콩 소령이 발사 회로를 고치기 위해 폭격기 하단부로 내려갈 때도 마찬가지이다. 부기장이 지시하고, 부하들은 기계적으로 실행한다. 그래서 부하들은 책임자인 킹콩 소령이 발사 회로를 고치고 있다는 사실도 망각한 채 발사 회로를 작동시킨다. 킹콩 소령이 발사된 핵폭탄 위에 앉아서 카우보이모자를 흔들며 소리를 지르는 마치 서부영화에서 카우보이가 말 위에 타고 환호하는 모습처럼 그려져 죽음을 희화화한다.
마지막으로, 평화/전쟁의 갈등, 과학만능주의, 권력의 남성중심적 이기주의를 드러낸다. 대통령과 장군은 이상적인 평화주의자와 대책 없는 전쟁옹호자로 극과 극의 대비를 이룬다. 미국 대통령과 소련 서기장은 핵폭격기를 막기 위해 협력하고, 대통령은 이상적 평화주의자의 면모로 아군/적군의 경계를 허문다. 맨드레이크 대령의 암호 ‘O.P.E.’로 34대 폭격기 중에서 30대가 격추되고 3대가 귀환하고 1대가 파손된 채 사라진다. 대통령은 서기장에게 “당신 뒤엔 항상 우리가 지키고 있소”라는 말로 안심시킨다. 대통령은 핵무기를 막기 위해 아군 폭격기를 격추시키게 하고, 결국 소련을 지키겠다는 말까지 하면서, 아군/적군의 경계를 허무는 이상적 평화주의자의 면모를 드러낸다. 킹콩 소령의 폭격기는 저공비행으로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며 아군의 실력을 자랑하던 장군은 그 결과가 인류의 멸망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경직된다.
스트레인지러브 박사는 과학만능주의를 주장하며 남성 권력자 중심의 대피계획으로 정부와 군 수뇌부를 만족시키지만, 핵폭탄으로 인해 인류의 멸망으로 끝이 난다. 박사는 수천 피트 깊이의 지하에 대피해서 1백년 동안 지내면 된다며 대피계획을 설명한다. 박사는 지하 갱도에서 1백년 동안 살기 위해서 대피할 사람을 선발하고 가축을 데려가며, 대피할 사람은 젊음, 건강, 번식력, 지성을 기준으로 선발하며, 추가로 통솔력과 전통을 위해 정부와 군의 수뇌부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펜타곤에 모인 정부와 군의 수뇌부는 박사가 젊음 등의 기준으로 선발한다고 할 때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지만, 정부와 군의 수뇌부를 추가로 언급하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젊음, 건강, 번식력, 지성 등의 선발기준은 전 나치주의자인 스트레인지러브 박사의 나치주의를 연상하게 만든다. 또한 번식이 중요하기 때문에 남성 대 여성의 비율이 1 대 10이라는 박사의 말을 듣고 전원 남성인 수뇌부들이 환호한다.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 일부일처제의 남녀 관계를 파괴되어야 하며, 남성은 중요한 일을 맡고 여성 선택은 성적 요소가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는 박사의 말에 수뇌부들이 기뻐한다.
박사가 자신의 기막힌 대피계획에 흥분하며 휠체어에서 일어나게 되고, “내가 걷다니!”라고 감격해하는 순간, 핵폭탄이 지구 전역에서 터지며 인류멸망을 보여준다. 정부와 군의 수뇌부가 권력자 남성 중심의 대피계획에 환호하는 모습은 인류멸망의 직전 수천 피트의 지하 갱도를 만들 수 없는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기쁨으로 상황에 대한 몰이해와 특권자의 이기주의를 표현한다. 핵폭탄의 버섯구름이 확산되는 장면과 베라 린의 ‘We'll Meet Again’의 결합은 인류멸망의 순간에 다시 만나자는 가사의 노래가 부조화의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인간들의 파괴와 폭력으로 인한 인류멸망의 미래는 냉전시대 보이지 않는 전쟁을 하는 군인, 정치인, 과학자를 모두 희화화함으로써 비판한다.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의 후반부 스타일은 로우 앵글, 클로즈업, 멀어지는 카메라, 편집으로 광기와 두려움, 중요한 사실의 암시, 아이러니, 극과 극의 대비를 그려낸다. 장군이 부하들의 항복 이후 체포되어 고문당할 것을 두려워하며 자살하는 장면에서 장군의 클로즈업과 로우 앵글은 고문에 대한 두려움과 광기를 표현한다. 대령이 장군의 메모 ‘peace of earth(지구에 평화를)’ 바라보는 장면에서 메모에 대한 클로즈업은 특수암호체계의 암호라는 사실을 암시하고, 전쟁 암호가 평화라는 아이러니를 강조한다. 킹콩 소령이 떨어지는 핵폭탄 미사일 위에서 카우보이모자를 흔들고 소리를 지르는 장면은 핵폭탄의 폭발 위험과 인물의 기쁜 환호성이 대비로 아이러니는 나타낸다. 핵폭발 대피계획에서 대통령의 미디엄숏과 박사의 클로즈업은 과학만능주의를 강조한다. 박사가 걸었다고 감격하는 장면과 핵폭탄의 버섯구름이 확산되는 장면을 연결하는 편집은 과학자 개인의 기쁨과 인류 전체의 멸망을 연결하면서, 군인, 정치인, 과학자의 광기가 인류멸망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를 전달한다.
5. 결론: 맨드레이크 대령: 전쟁의 광기와 지구의 멸망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는 공군기지, 폭격기, 펜타곤이라는 세 공간을 중심으로 공산주의에 대한 두려움과 광기, 군사문화의 획일성, 냉전시대 차가운 전쟁과 과학만능주의를 그려낸다. 우선, 공군기지는 장군의 광기와 대령의 이성을 대비시킨다. 장군은 자신의 과대망상증과 광기로 군인들을 죽게 만들지만, 정작 자신은 고문이 두려워 자살함으로써, 공산주의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한 광기를 나타낸다. 장군의 광기는 바로 여성들과의 섹스로 인한 공허함과 연결되며, 군대의 지도자로서 동성애적 욕망을 인정하지 못하고 거부하는 것이 광기의 원천임이 밝혀진다. 맨드레이크 대령은 장군의 비이성적 광기에 저항하며, 숨겨진 암호를 찾아내며 핵전쟁의 위기를 해결하고자 노력한다.
다음으로, 폭격기는 킹콩 소령과 부하들의 획일적 군사문화를 반영한다. 군인들의 맹목적인 복종과 소통의 부재는 잘못된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인류를 멸망시키는 기폭제가 된다. 소령과 부하들이 모두 기계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은 군인의 기계화, 전쟁 기계로 표현된다.
마지막으로, 펜타곤은 대통령의 평화주의와 장군의 전쟁옹호주의 사이의 갈등을 그려내고, 과학자의 과학만능주의에 대한 비판을 통해 인류멸망의 암울한 미래를 암시한다. 미국의 대통령은 인류멸망을 막기 위해 소련의 서기장과 소통하고 협력하지만, 핵폭탄을 막는 데 실패한다. 스트레인지러브 박사는 핵무기로 인한 인류멸망과 대피계획을 동시에 말함으로써 인류의 멸망과 구원으로서의 과학만능주의를 나타낸다. 인류멸망의 직전 상황에서도 정부와 군의 수뇌부는 권력자 남성 중심의 대피계획에 환호함으로써 극단적 이기주의를 보여준다.
이렇듯 세 가지 공간, 즉 공군기지, 폭격기, 펜타곤은 각각 다른 공간이지만 죽음의 길, 인류의 종말로 향한다는 점에서 반전 메시지를 전달한다. 배우 피터 셀러스는 1인 3역, 즉 맨드레이크 대령, 머플리 대통령, 스트레인지러브 박사를 맡음으로써 인류 종말의 비극을 막을 수 있는 세 인물을 연기한다. 셀러스는 발광한 리퍼 장군의 부관인 영국 공군 대위 라이오넬 맨드레이크 대령 역할로 획일적 군사문화 속의 이성적인 합리성을 연기하고, 미국 대통령 머킨 머플리 대통령 역할로 냉전시대 소련과의 소통으로 인류 종말을 막으려는 평화주의자를 연기하고, 전 나치주의자였던 천재 과학자 스트레인지러브 박사 역할로 과학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만 실패하는 과학만능주의를 표현한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포토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글: 서곡숙
문화평론가, 영화학박사, 청주대학교 영화영상학과 교수.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한국영화교육학회 회장, 한국영화학회 학문후속세대양성위원회 위원장, 계간지 『크리티크 M』 편집위원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부산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부천국제영화제, 대종상 등의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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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숙(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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