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한가운데]AI 무장해제, 가능한가
칼럼
새전북
2026년 06월 24일 16:56
승인
2026년 06월 24일 19:00
2026년 5월, 교황 레오 14세는 회칙 『마니피카 후마니타스(Magnifica Humanitas, 고귀한 인류)」』에서 AI인공지능은 인간 존엄과 공동선을 위해 “무장해제(disarmed)”되어야 한다고 선언했다. 무장해제의 의미는 AI 기술을 폐기하자는 뜻이 아니다. AI를 지배와 감시, 전쟁과 독점, 탐욕과 조작의 도구로 만드는 문명적 충돌을 막자는 것이다.
AI는 이미 교육·의료·금융·행정·언론·군사 영역까지 깊숙이 들어와 있다. 우리는 더 빠르게 쓰고 더 정교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편리함의 그림자도 분명하다. 인간의 사유 능력은 약화되고, 개인정보는 거대한 데이터 자본으로 축적되며, 노동은 자동화의 압력 앞에 놓이고 있다. 전쟁 또한 더 멀리서, 더 파괴적으로 수행될 위험을 안고 있다. 근대 이후 인류는 과학문명의 성취를 진보와 거의 동일시해 왔다. 더 빠른 기계, 더 큰 도시, 더 많은 생산, 더 강한 무기가 문명의 척도로 여겨졌다. 그러나 물질문명이 고도화될수록 인간의 마음과 도덕이 함께 자라지 않으면 과학기술의 발전은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된다.
AI 무장해제의 출발점은 인간을 데이터로만 보지 않고 존엄한 존재로 인식하는 데 있다. 오늘의 플랫폼은 개개인의 취향, 소비, 대화, 건강, 신앙과 정치 성향까지 데이터로 축적한다. 공공의 데이터는 의료·교육·재난 대응에 유익하게 쓰일 수 있어야 하지만, 부정적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동학의 인내천과 사인여천, 곧 “사람이 곧 하늘이며 사람을 하늘처럼 섬기라”는 가르침은 AI 시대에도 인간 존엄성에 대한 깊은 울림을 준다. 빅데이터가 인간을 분류하고 예측하는 시대일수록, 우리는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근본 인식을 더욱 견고히 할 필요가 있다.
한국 사회와 종교계는 교황의 경고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머물지 말고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방어적으로 인간을 지키는 데 머물 것이 아니라, 물질문명을 정신 성숙의 계기로 전환하는 능동적 비전이 필요하다. 필자는 문명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아인슈타인의 E=mc²에서 영감을 얻어 C=MS²라는 문명방정식으로 설명해 왔다. C는 문명(Civilization), M은 물질 수준(Material), S는 정신 수준(Spirit)이다. 문명의 질은 물질과 정신의 곱으로 결정되지만, S(정신)를 제곱하는 이유는 정신이 인류 문명의 방향과 목적을 조정하는 힘이기 때문이다. 정신이 빈곤하면 아무리 물질이 발달해도 문명은 공허해진다. 정신이 탐욕과 지배욕으로 기울면 기술은 파괴적 힘이 된다. 반대로 도덕적 책임과 상생의 정신이 깊어지면 강력한 물질문명도 생명을 살리고 평화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선용될 수 있다.
AI 인공지능 산업의 성과는 소수 기업과 기술 강대국만의 사유물이 아니다. 그것은 수십억 인류가 축적한 언어와 지식, 사회의 법과 제도, 자연의 에너지 위에서 만들어진 공동의 산물이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강자와 약자가 함께 사는 상생, 자연과 더불어 인간 공동체를 널리 이롭게 하는 홍익의 철학을 말해 왔다. AI 시대의 성숙한 인간은 인간 중심주의(Anthropocentrism)를 넘어 자연과 생명을 존중하는 생명 중심주의(Lifecentrism)로 근본적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AI 기술이 소수의 권력과 이윤이 아니라 약자와 소외자를 포함한 인류 전체를 이롭게 해야 한다는 공공의 윤리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따라서 AI의 성과는 교육 격차 해소, 약자돌봄, 장애인 접근성, 지역 균형 발전, 기후 위기 대응, 공공 의료와 같은 공동선으로 환원되어야 한다. AI 강자인 빅테크와 기술 강대국은 더 큰 독점을 향해 질주할 것이 아니라 약자의 역량을 키우고 공정한 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
AI의 미래는 인간이 어떤 마음으로 기술을 만들고, 어떤 제도로 통제하며, 어떤 공동선을 위해 사용할 것인가에 달려있다. AI 무장해제의 궁극적 의미는 AI를 약하게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알고리즘의 투명성, 데이터의 공공적 책임, 인간 최종책임이라는 원칙하에 파괴적 자율살상무기 사용 등에 대한 강력한 원천적 규제, 즉 무장해제는 인류문명의 안전장치다.
/박광수 원광대학교 명예교수·K-전통문화학술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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