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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생산적금융·증권中] 모험자본으로 이동 시작…증권사 자금 배분 구조...

반도체와 인공지능 같은 혁신 기업으로 흘러간다. 은행은 혁신 기업의 파트너가 되려 한다. 증권사는 부동산 PF에 쏠렸던 운용을 바꾼다. 모험자본 투자와 산업 중개로 빈자리를 메운다. 보험사는 기후변화와 고령화에...

[생산적금융·증권中] 모험자본으로 이동 시작…증권사 자금 배분 구조...

발행어음 조달자금 25~35% 모험자본 배분 확대 흐름

회수시장 제약·NCR 부담 지속…자금 순환 구조 한계 노출

대한민국 금융이 대전환을 시도 중이다. 생산적 금융이다. IMF 외환위기 때 금융권은 공적자금으로 살아났다. 위기는 넘겼다. 그 뒤로는 이자 장사에 치중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2026년의 금융권은 자본의 흐름을 미래 전략 산업과 자본시장으로 돌리려 한다. 금융이 국가 성장 엔진의 전략 산업으로 다시 서는 과정이다. 부동산에 묶여 있던 돈이 풀린다. 주택담보대출에 고여 있던 자금이 방향을 튼다. 반도체와 인공지능 같은 혁신 기업으로 흘러간다.

은행은 혁신 기업의 파트너가 되려 한다. 증권사는 부동산 PF에 쏠렸던 운용을 바꾼다. 모험자본 투자와 산업 중개로 빈자리를 메운다. 보험사는 기후변화와 고령화에 대비한 미래 인프라를 바라본다. 전문가들은 자본의 대이동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금융 산업이 국가 경쟁력을 견인하는 전략 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본지는 업권별로 각 3회의 기획 기사를 내놓다. 부동산에 묶여 있던 자본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바뀌는 현장을 점검했다. [편집자 주]

자본시장 자금 흐름이 모험자본으로 재편되기 시작했다. 수익성과 회수 가능성에 묶여 있던 자금이 정책 변화를 계기로 투자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에 발맞춰 증권사들이 기존 구조를 깨고 투자경로를 개척하고 있다. 사진=AI 생성이미지

자본시장 자금 흐름이 모험자본으로 재편되기 시작했다. 수익성과 회수 가능성에 묶여 있던 자금이 정책 변화를 계기로 투자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에 발맞춰 증권사들이 기존 구조를 깨고 투자경로를 개척하고 있다.

그동안 자금은 안정적인 수익이 확보되는 자산에 집중됐다. 변동성이 큰 영역은 후순위로 밀렸고, 투자 판단 기준도 회수 가능성과 단기 성과에 맞춰졌다. 자금은 충분했지만 투자로 이어지지 못하는 구조가 고착됐다.

최근 들어 이 흐름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정책 자금이 유입되면서 자금 배분 기준이 조정되고, 이에 맞춰 민간 자금의 투자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투자 대상이 제한됐던 구조가 서서히 풀리고 있다.

업계는 자금 이동이 단순한 비중 조정에 그치지 않고 운용 방식의 변화로 이어질지에 주목하고 있다. 투자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자금은 다시 기존 자산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크다. 자금 흐름 변화가 지속될 수 있을지는 운용 체계의 전환에 달려 있다는 게 공통된 분석이다.

20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주요 증권사들이 발행어음과 고유자산을 활용해 모험자본 투자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자금 운용을 조정 중이다. 일부 증권사는 조달 자금의 일정 비율을 모험자본에 배분하는 내부 기준을 마련했고, 부동산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축소하는 움직임도 병행되고 있다.

정책 자금은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국민성장펀드를 중심으로 민간 자금이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을 흡수해 투자로 연결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정책이 초기 위험을 분담하며 자금 이동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정책 유입만으로 자금 흐름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 어렵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투자 확대가 단기 전략에 그치면 자금은 다시 기존 운용 방식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 수익성과 회수 경로가 확보되지 않으면 구조 전환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자금 이동을 지속 가능한 흐름으로 정착시키려면 시장 기반 보완이 필수다. 정책이 만든 초기 물꼬 위에 민간 자금이 자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발행어음 조달 25~35% 모험자본 배분…자금 운용 축 이동

사진=AI 생성이미지

국내 자본시장에서 모험자본이 부족했던 배경은 자금 배분 구조에 있다. 연기금은 안정성을 우선한 자산운용 기조를 유지했고, 증권사는 단기 수익이 확보되는 자산에 자금을 집중해왔다. 이로써 자금은 회수 가능성이 높은 영역에 머물렀고, 초기나 혁신기업으로의 유입은 제한됐다.

연기금의 자산배분 체계도  제약 요인으로 작용했다. 해외 주요 연기금에 비해 위험자산 비중이 낮고, 전략 조정 속도도 더뎌 시장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했다. 장기 투자 여력은 있었지만 실제 투자로 연결되지 못하는 간극이 계속됐다.

증권사 역시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발행어음과 고유자산은 부동산, 크레딧, 대기업 금융 중심으로 배분됐고 벤처나 초기기업 투자는 후순위로 밀렸다. 위험을 감수하는 투자보다 수익 가시성이 높은 자산이 우선시되는 구조였다.

최근에는 자금 배분 흐름이 달라지고 있다. 하나증권은 발행어음 자금의 25%를 기업금융과 벤처 투자에 투입할 계획이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중소·중견기업 금융과 벤처 투자, 펀드 출자를 병행하며 투자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투자증권도 조달 자금의 30% 중반을 모험자본에 배분하고, 부동산 투자를 제외하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 중이다.

한국투자증권은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방향은 뚜렷하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모험자본 투자를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계열사 벤처캐피털(VC)·프라이빗에쿼티(PE)와의 연계를 통해 투자 범위를 넓히고 있다”며 “IMA 지정 이후 투자 확대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도 자체 투자 계획과 IMA 기반 운용 전략을 통해 모험자본 확대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회수시장 제약·NCR 부담 병존…자금 순환 구조 정비 과제

모험자본 확대의 제약 요인은 회수시장에 집중된다. 벤처 투자는 상장이나 인수·합병을 통해서만 자금 회수가 가능한 구조다. 회수 경로가 좁을수록 신규 투자 여력도 함께 위축되는 악순환이 형성된다.

국내 시장은 여전히 IPO 중심의 회수 구조에 의존한다. 비상장 지분이나 펀드 지분을 거래할 수 있는 2차 시장은 충분히 자리 잡지 못했다. 그만큼 투자 자금이 순환하기까지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투자 구조 역시 아직 다양화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일부 증권사는 직접 투자와 펀드 출자를 병행하며 운용 방식을 넓히고 있지만, 자금 회수와 재투자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는 여전히 약하다. 투자 확대가 곧 자금 순환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다.

규제 부담도 변수로 꼽힌다. NCR(영업용순자본비율) 규제는 비상장 투자와 벤처 투자에 높은 위험값을 적용해 자본 부담을 키운다. 부담이 커질수록 증권사는 보수적 자산 배분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발행어음의 단기 조달 구조와 장기 투자 간 만기 불일치 문제도 겹친다.

이로 인해 정책 주도의 자금 흐름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간 자금이 자율적으로 움직이기보다 정책 유인에 의존하는 구조가 고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모험자본 확대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지만, 회수시장과 규제 체계가 함께 정비되지 않으면 자금이 안정적으로 순환하기 어렵다”며 “정책이 물꼬를 튼 이후에는 민간 자금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시장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최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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