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 경신을 시도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체감 온도는 크게 엇갈리고 있다. 반도체 종목을 보유한 투자자들은 큰 수익을 거둔 반면 그렇지 못한 투자자들은 지수 상승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투자 성과 양극화가 심화하는 모습이다.
최근 증시 상승세는 반도체 업종이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한미반도체 등 주요 반도체 종목들은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 기대감에 힘입어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 최근 6개월간 국내 증시 상승세는 반도체 업종이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일과 지난 1일 종가를 비교한 결과 SK하이닉스는 53만8천원에서 236만3천원으로 339.2% 급등하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10만800원에서 34만9천원으로 246.2% 상승했다. 이 밖에 한미반도체는 140.8%, 원익IPS는 67.0%, 리노공업은 46.1% 각각 상승했다. 이들 반도체 관련 상위 5개 종목의 평균 상승률은 167.9%에 달했다.
이 같은 현상은 증권가 분석에서도 확인된다. 유진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를 제외한 코스피는 4천100~4천200 수준으로 추정된다”며 “올해 코스피 영업이익 가운데 반도체 비중이 60% 후반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반도체가 쏘아 올린 양극화와 상대적 박탈감 논란이 주식시장에서도 심화하고 있다”며 “반도체를 제외한 대부분 업종은 코스피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반도체 보유 여부에 따라 투자자들의 체감 수익률도 크게 갈리고 있다.
대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38)씨는 지난해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꾸준히 매수해왔다. 김씨는 “주변에서 AI 반도체 이야기가 계속 나와서 장기적으로 가져가자는 생각으로 샀는데 올해 들어 수익률이 꽤 올라 만족스럽다”며 “지수가 오르는 이유를 실제 계좌에서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2차전지와 바이오 중심으로 투자한 박모(34)씨는 다른 분위기를 전했다. 박씨는 “뉴스에서는 연일 코스피가 오른다고 하는데 정작 내 계좌는 몇달째 제자리”라며 “반도체를 안 샀다는 이유만으로 시장 상승을 전혀 누리지 못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어 “요즘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를 갖고 있었느냐가 수익률을 좌우하는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코스피 상승이 시장 전반의 동반 상승이라기보다 반도체 중심의 ‘선택적 강세장’ 성격이 강한 만큼 투자자들이 지수 상승만 보고 추격 매수에 나서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도체 업황과 미국 금리, 중동 정세가 향후 증시 향방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박승준 대구대 경제금융통상학과 교수는 “최근 코스피 상승은 시장 전체가 고르게 오른 상승장이 아니라 반도체 중심의 선택적 강세장 성격이 강하다”며 “AI 산업 성장 기대가 반도체 기업 실적 전망을 끌어올리면서 자금이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증시 방향은 중동 정세에 따른 국제유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경로, 반도체 업황이 핵심 변수”라며 “특히 한국 증시는 반도체 비중이 워낙 커 반도체 경기 변화가 전체 시장 흐름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개인 투자자들은 뒤늦게 상승 종목을 추격 매수하지 말고 분산 투자 원칙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유빈기자 kyb@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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