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달 착륙 경쟁..한국 2032년 달 착륙
로봇과 AI 덕에 '달 기지 건설' 현실화
우주 반도체 '신뢰성'과 '고성능' 결합해야
HBM 고도화로 '데이터 이동' 줄일 계획
'K-라드큐브'에 실린 반도체 '우주방사선' 시험
GPS 보완 'KPS' 위성 8기로 '우주 주권' 확보
K-라드큐브가 지난 1월 미국 NASA에서 아르테미스에 실린 우주선 발사관에 장착되는 모습. 연합뉴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만든 메모리 반도체가 우주로 날았다.
국산 소형위성 'K-라드큐브'에 탑재돼 2일 오전 미국 나사가 발사한 아르테미스Ⅱ 우주발사시스템을 타고 지구 궤도에 올랐다.
목표는 밴알렌대라고 불리는 지구를 보호하는 강력한 자기장 궤도를 돌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가 우주 방사선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내구성은 어떤지를 테스트 하는 것이다.
지구에서 공급 물량이 부족해, HBM 같은 고용량 메모리반도체는 올해 물량이 이미 완판된 상황에서 우주로 눈을 돌린 까닭은 무엇일까.
"우주 데이터 폭발하고 지상 데이터센터 한계"
SK하이닉스 유민수 부사장은 2일 SBSX스페이스 포럼에서 우주에서 컴퓨팅을 하고 데이터센터를 만들 필요성이 2가지로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주에 띄운 위성에서 생산하는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지상으로 보내는데 대역 폭이 한계가 있고 지연시간 문제도 발생해 우주에서 데이터를 처리할 필요가 커진 것이 첫 번째다.
AI데이터센터는 전력과 물을 엄청나게 필요로 하기 때문에, 지상에 만드는 비용이 오르고 시설을 늘리는데는 한계가 느껴지는 게 둘째다.
미국에선 주민들이 전기료가 오르고 물 사용이 줄어든다며 AI데이터센터 건립에 반대하는 지역이 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데이터센터를 만드는 기업이 그 옆에 발전소도 같이 지어 필요한 전력을 쓰라는 정책을 만들었다.
현재 위성 기술과 로켓 회수 기술로 발사 횟수만 늘리면 5년 안에 0.8기가와트급 데이터센터를 우주에 만들 수도 있다.
미중 유인 달 착륙 경쟁..한국 2032년 무인 달 착륙
미국과 아르테미스라는 이름으로 2028년에, 중국은 향아(발음 청아) 계획으로 2030년 안에 우주비행사를 달에 착륙시키겠다며 경쟁을 시작했다. 아르테미스는 그리스 신화의 달의 여신, 청아는 중국 신화 달의 여신 이름이다.
한국도 못지 않다. 2022년 달 궤도를 도는 다누리 위성이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면서 달에서 얼음이 있을만한 지역과 광물자원 지도를 탐지하고 지도를 그리고 있다.
2032년까지 우리가 만든 무인 우주선으로 달에 착륙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달 광물자원 탐사용으로 개발한 로봇카는 국내에서 이미 지하자원 탐사와 지하시설 탐색 등에 사용하고 있다. 기자 촬영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달에서 광물을 탐사할 자율주행 로봇카도 만들어, 국내에서 이미 지하자원 탐사와 지하시설 점검 등에 사용하고 있다.
아폴로 계획이 끝난지 반세기가 넘은 2020년대에 왜 지금 달 착륙 경쟁이 벌어질까.
희토류라는 단어가 2차 전지 배터리를 좌우하고, 미국의 관세협박을 중국이 단숨에 물리치는 무기가 됐다. 이란 전쟁으로 카타르 헬륨 공급이 중단되면서 반도체 생산라인을 위협하는 시대다.
기술 발달로 사용처가 늘면서 비싸고 희소한 자원 수요는 늘고 있지만 지구상의 자원은 한계를 보인다.
공상과학 같은 우주개발은 인공지능의 등장과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로 현실 가능성이 커졌다. 인간과 협업해 달에 기지를 만들고 자원 채취 공장을 세우는 것이 이제 가능하다는 가시권에 들어온 것이다.
미국 NASA가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최종 단계로 구상하는 달 기지 건설 컨셉 (NASA 홈페이지)
달에 풍부한 '헬륨3' 꿈의 에너지원 기대
달에는 에너지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것으로 기대되는 차세대 에너지원 '헬륨3'가 지구와 달리 풍부하게 분포돼 있다.
이론적으로 헬륨3를 1그램만 핵융합하면 석탄 40톤의 에너지를 낼 수 있다. 원자력 발전을 능가하고 방사능 폐기물도 거의 없는 청정 에너지원 기대주이다.
핵융합로 발전이 상용화 돼야 한다는 전제가 있지만, '헬륨3' 20톤이면 미국이 1년간 필요한 에너지를 충당할 수 있다. 미국에선 달의 흙을 가공해 헬륨3를 캐내겠다는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도 등장했다.
달에 인간이 착륙하고 기지를 만들고 자원 설비를 갖추는 것은 인류가 화성과 목성, 토성으로 더 멀리 나아가는 전초기지가 된다.
일론 머스크가 화성을 얘기하면서 인류를 지구족이 아닌 우주족으로 만들겠다고 했을 때 모두가 비웃었지만 미국, 중국 심지어 우리나라의 우주 계획 로드맵에도 이제 화성 탐사는 장기 목표로 올라 있다.
우주선을 보내는데도 로봇을 만들 때도 인공지능을 돌릴 때도 이 모든 계획에는 메모리 반도체가 꼭 필요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구상의 메모리 반도체 패권을 우주시대에도 이어가겠다는 원대한 비전에 동참한 것이고, 그 출발점이 우주 방사선을 견디는 반도체 개발이다. 아르테미스에 실린 'K-라드큐브'는 그 꿈을 시작하는 요람이다.
미국은 1968년 아폴로 8호 프로젝트에서 처음 집적회로를 대량 주문했다. 우주 반도체 시대는 이때 시작됐지만, 지금 우주선에서 사용되는 반도체는 기술적으로 20년 전 수준에 머물러 있다.
우주 방사선이 실리콘 구조를 통과하면 반도체 입장에선 폭탄을 맞은 것 같은 충격이 가해지고, 제자리에 있던 전자들이 이온화 되면서 위치가 달라진다.
우주 방사선은 하드웨어 면에서 실리콘을 손상시키고, 소프트웨어 면에선 0을 1로 혹은 1을 0으로 잘못 작동시켜 우주 항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우주 반도체가 20년 전 기술을 사용하는 것은 '방사선 내구성'과 '신뢰성' 때문이다.
한진우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 상무는 나노 기술로 세밀하게 만들수록 방사선 내구성이 커진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데이터센터 발열은 '데이터가 이동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며 메모리와 로직, 패키지를 결합해 '데이터 이동거리'를 줄이는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유민수 부사장은 2일 HBM 고도화로 우주시대 반도체를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자 촬영
SK하이닉스는 고용량 반도체 HBM 내부에서 AI 연산을 수행해 데이터 이동을 줄이고 전력과 발열 문제도 개선하는 'cHBM', 'PIM' 개념을 발전시켜 현재 HBM보다 속도는 10배, 성능은 7개 향상된 우주 반도체를 연구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술과 비용 장벽은 여전하다. 지구와 달리 우주 방사선 환경은 에러율이 수천배에서 수십만배 높아지고, 에러도 예측가능하거나 통제가능한 영역을 넘나든다.
발사비, 초기 구축비용이 엄청난 규모이고 지상과 달리 우주에선 유지보수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난관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가진 메모리 반도체가 우주시대에 필수품으로 한국에 또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김대관 본부장이 2일 SBSX스페이스 행사에서 다누리 계획과 한국형 GPS인 KPS 위성발사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기자 촬영
한국은 다누리 달 궤도위성과 누리호로 우주 접근 능력을 과시하고 운영 능력을 높여 우주기술 자립에 다가서고 있다.
길찾기와 배달 등에 매일 사용하는 지도 정보, 자동차 네비게이션 등은 미국이 우주에 쏘아올린 GPS 위성이라는 위성항법 시스템에 의존한다.
미국은 GPS 위성을 30개 운영하며 세계에 개방하고 있지만, 새로운 산업혁명 시대에 갈수록 데이터는 주권의 문제가 됐다.
러시아는 24개, 유럽연합은 27개, 중국은 무려 44개의 항법 위성을 쏘아올려 자체적으로 위치정보를 서비스한다. 이웃 일본도 미국 GPS 보완용으로 5개를 올렸다.
미국 GPS는 스마트폰에서 보통 10미터 안팎의 오차를 보이고, 고층 빌딩이 늘어선 도심에선 음영지역 때문에 오차범위가 더 커진다. 신호 지연도 물론이다.
다가올 자율주행차, 드론시대는 정밀한 위치정보가 뒷받침돼야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우주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고 서비스 품질을 미터가 아니라 센티미터 단위까지 높이고 음영지역을 없애겠다는 목표로 3조 7천억원을 투입해 2035년까지 항법 위성 8개를 발사한다.
SF 같은 우주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우주시대에 고성능과 신뢰성을 겸비한 반도체는 생존 필수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우주 개발시대에 먼저 대비하며 맨 앞줄에 설 준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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