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총파업 분수령에 섰다. 올해 임금협상에서 성과급 산정 기준을 둘러싼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노조 리스크가 다시 경영 변수로 부상했다. 이번 사안은 2020년 무노조 경영 폐기 선언 이후 달라진 삼성전자 노사관계가 제도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시험대로 평가된다.
삼성전자 노사는 18일 오전 10시부터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진행되는 2차 사후조정 회의에 참석한다. 노조가 21일 총파업을 예고한 상황에서 열리는 이번 회의는 파업 전 사실상 마지막 협상 테이블로 평가된다. 앞서 노사는 지난 11∼12일 1차 사후조정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2차 사후조정 회의 참석하는 삼성전자 최승호 노조 위원장(사진=연합뉴스)
이번 교섭의 핵심 쟁점은 임금 인상률보다 성과급 제도다. 노조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연봉 50%로 묶인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 폐지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기존 성과급 제도 틀을 유지하되 영업이익의 최대 10%를 추가 지급하는 방안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이번 갈등을 단순한 파업 이슈보다 보상 체계의 예측 가능성 문제로 본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업황이 좋아질수록 임직원들이 체감하는 기여도와 보상 기대치도 함께 커진다”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단기 파업 여부보다 노사 갈등이 실적 시즌마다 반복적으로 부각되는 구조가 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당장의 생산 차질 가능성보다 공급망 신뢰도와 인재 유출 가능성에 주목한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은 자동화 비중이 높아 단기 파업이 곧바로 대규모 생산 차질로 이어진다고 보긴 어렵다”며 “다만 HBM 등 AI 메모리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보상 체계 논란이 반복되면 핵심 인력 관리와 고객사 신뢰 모두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의 노사 갈등이 국내 대기업 보상 체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주시한다. 최근 노동계에서는 SK하이닉스처럼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삼자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성과급이 더 이상 개별 기업의 내부 보상 문제가 아니라 주요 대기업 임단협의 핵심 의제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그동안 높은 보상과 내부 인사 시스템으로 인재를 관리해온 회사였다”며 “하지만 이제는 노조와의 공식 교섭을 통해 보상 원칙을 설명하고 조율해야 하는 단계로 들어섰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안은 특정 연도의 임금협상이 아니라 삼성식 노무관리 모델이 바뀌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정 결과는 삼성전자 내부 보상 체계뿐 아니라 국내 대기업 노사관계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대가 커지는 시점에 노조 리스크가 반복적으로 부각될 경우 삼성전자는 실적 개선과 별개로 노무 관리 체계 재정비라는 과제를 안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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