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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삼성전자 파업 사태 경영진 책임론 부상···주사위 떠났지만 지금이라...

애플·퀄컴·엔비디아 같은 빅테크 고객들이 핵심 설계를 삼성 파운드리에 전면적으로 맡기는 데 신중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삼성의 현재 위기는 단순 수율 문제가 아니라 생태계 경쟁에서 뒤처진 결과로...

삼성전자 파업 사태 경영진 책임론 부상···주사위 떠났지만 지금이라...

메모리 신화 이끈 전영현 책임론

시스템LSI·파운드리 적자 원인

주사위식 위기관리 더는 안 통해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낸해 12월 1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AI 시대의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사 협상이 결렬된 가운데 경영진 책임론이 뒤늦게 부상하고 있다. 노사 갈등의 핵심이 시스템LSI·파운드리 등 장기 적자 사업부와 연결돼 있는 만큼, 경영진 역시 일정 부분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내부 구성원 설득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19일 반도체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매출 기여도도 아직 낮은 HBM에 매달리는 동안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사업부는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엑시노스는 플래그십 스마트폰에서 퇴출당했고, 서버 CPU는 존재감이 0에 수렴한다. AI NPU와 자체 AI 가속기 영역에서도 구글, 엔비디아, AMD, 퀄컴과의 격차는 벌어지고 있다.

파운드리는 TSMC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한다. TSMC는 미세공정만 파는 회사가 아니다. 설계 IP, 패키징, EDA 툴체인, 검증 레퍼런스, 고객사 협업 구조까지 생태계 전체를 장악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여전히 웨이퍼 수주 중심 사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2년 먼저 승부수를 던졌던 2나노 GAA(Gate-All-Around) 전략도 시장 기대만큼 압도적 우위를 만들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TSMC의 2나노 수율이 이미 90%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AI 시대 파운드리 경쟁은 단순한 “세계 최초 공정” 발표보다, 누가 더 거대한 생태계와 수율 안정성을 기반으로 고객의 리스크를 제거해주느냐의 싸움이다.

전영현 부회장(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은 한국 메모리 산업의 상징적 인물 중 하나다.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장 시절 20나노·10나노 D램 양산 경쟁을 이끌며 ‘K-메모리 신화’의 핵심 축으로 평가받았고, 이후 삼성SDI 대표 재임 당시 대규모 적자를 흑자로 돌려세우며 위기관리 능력까지 인정받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성공 이력은 현재 삼성 시스템LSI·파운드리 위기의 그림자를 더 선명하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 메모리와 배터리처럼 이미 경쟁력이 확보된 영역에서는 강점을 보였지만, 비메모리 생태계 전환과 파운드리 구조 경쟁에서는 결정적인 돌파구를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전 부회장이 DS부문장으로 복귀한 이후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사업에는 2조원이 투입됐지만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시장에서는 TSMC가 단순 미세공정이 아니라 설계 IP·패키징·EDA 툴체인·검증 생태계 전체를 장악한 반면, 삼성은 여전히 웨이퍼 수주 중심 사고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고 본다. 삼성전자가 2년 먼저 승부수를 던졌던 2나노 GAA 전략 역시 이미 수율 90%를 바라보는 TSMC에 크게 밀리는 형국이다.

턴키 고집에 생태계서 밀려

파운드리는 공장이 아니다

설계·IP·패키징 동맹 싸움

삼성은 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을 묶은 원스톱 솔루션을 강조하지만, 동시에 엑시노스(AP)를 직접 설계하는 사업 구조 탓에 글로벌 고객사 입장에서는 잠재적 이해충돌 우려가 컸다. 애플·퀄컴·엔비디아 같은 빅테크 고객들이 핵심 설계를 삼성 파운드리에 전면적으로 맡기는 데 신중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삼성의 현재 위기는 단순 수율 문제가 아니라 생태계 경쟁에서 뒤처진 결과로 해석된다. AI 시대 파운드리 경쟁은 극자외선노광장비(EUV) 보유 숫자가 아니라, 누가 더 안정적인 설계·검증·패키징·생산 체계를 고객에게 제공하느냐의 싸움이다.

[분석] EUV 대수 자랑해도 HBM '빈손'···삼성 57조 영업이익의 이면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2차 사후조정회의 도중 회의장 밖으로 나와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노조는 구조 겨눴는데 적당히 타협?

여론 호소 정무적 판단 돌리다 봉변

노조는 반도체 부문 내 적자 사업부인 시스템반도체·파운드리에도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원칙을 앞세워 서명을 거부했다. 문제는 이 갈등이 단순 임금 협상을 넘어 삼성 반도체 사업 구조 전체와 연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노사 협상의 교착점은 결국 적자 사업부 문제였다.  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의 장기 부진 속에서, 적자의 책임이 경영진 전략 판단과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 부회장이 메모리와 배터리 사업에서는 위기관리 능력을 입증했지만, 비메모리 생태계 전환과 파운드리 구조 경쟁에서는 뚜렷한 돌파구를 만들지 못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특히 노조가 단순 성과급 규모가 아니라 산정 구조와 책임 체계 자체를 문제 삼고 있는 만큼, 경영진 역시 일정 부분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내부 구성원 설득이 가능하다는 시선도 나온다. 단순 비용 통제 논리만으로는 장기 적자 사업부를 둘러싼 조직 내 불만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전영현 부회장이 반도체 부문장으로서 책임을 질 경우 노조 역시 적자 사업부 성과급 요구의 명분이 약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이미 갈등이 제도 문제로 번진 만큼 단순 인사 교체만으로 봉합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선도 적지 않다.

지금까지 삼성전자는 메모리 초격차와 실적 반등 기대감을 앞세워 위기를 봉합해왔다. 그러나 이번 노조는 “결국 적당한 선에서 타협될 것”이라는 삼성식 확률 게임 자체를 거부했다. 성과급 규모 조정이 아니라 산정 구조와 제도 자체를 문제 삼아 왔다. 파업이 현실화되면 이병철 창업회장에서부터 이건희·이재용 회장으로 이어진 삼성식 위기 관리의 균열로 기록될 전망이다.

☞ 시스템LSI(System Large Scale Integration) 사업부

= 스마트폰용 AP(Application Processor)·이미지센서·모뎀칩 같은 비메모리 반도체를 설계하는 조직이다. 기술적으로는 CPU·GPU·NPU·통신칩을 하나의 SoC(System on Chip)로 통합하는 고난도 설계 영역이다.

삼성전자에서 시스템LSI는 막대한 투자에도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지 못한 K-메모리 신화의 희생양으로 평가된다. 엑시노스는 갤럭시 플래그십에서 반복적으로 제외됐고, AI 가속기·서버 CPU·데이터센터용 칩 시장에서도 엔비디아·AMD·퀄컴·구글과의 격차가 크게 벌어진 상태다.

TSMC가 설계 IP·EDA 툴·패키징·검증 레퍼런스까지 묶인 거대한 협력망을 구축한 동안 삼성은 턴키 중심 사고에 머물러 위기를 초래한 것이다. 삼성의 비메모리 확장 야심이 집약된 조직이지만, 동시에 “왜 삼성 파운드리가 TSMC처럼 되지 못했는가”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상징으로 해석된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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