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AI 반도체' 생태계 구축…로봇 등 신사업 육성 가속
16조 자사주 소각 등 파격 환원…단숨에 '20만전자' 탈환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겸 DS부문장이 18일 오전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뉴시스
민주신문=이한호 기자|삼성전자가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상 최대 실적 달성을 자축하며 '글로벌 AI 선도 기업'으로의 도약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16조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까지 확정되면서 이날 주가는 대외 악재를 딛고 단숨에 20만전자 복귀에도 성공했다.
18일 오전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삼성전자의 제57기 정기 주주총회장에는 20만전자 달성에 대한 환호와 격려, 그리고 AI(인공지능) 및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자신감이 넘쳤다.
불과 1년 전 반도체 업황 부진과 주가 하락으로 무거운 분위기와 성토가 이어졌던 주주총회장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었다.
이날 주총의 가장 큰 화두는 주가 반등과 실적 회복이었다. 지난해 5~7만 원대 박스권에 갇혀 질책을 받았던 주가는 1년 만에 3배 가까이 급등해 20만 원 선을 돌파했다. 이에 한국 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1000조 원을 달성했다.
총회 의장을 맡은 전영현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한 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333조6000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며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해 시가총액 1000조 원 시대를 연 것은 주주 여러분의 굳건한 믿음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의 기술 경쟁력 부족을 반성하고 회복을 약속드린 바 있다"며 "그 약속을 실적으로 증명해낸 만큼 내년에는 더욱 차별화된 기술로 지속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하겠다"고 다짐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주총을 기점으로 AI 전환기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DS(반도체) 부문은 메모리, 파운드리, 로직 설계, 선단 패키징을 아우르는 '원스톱 솔루션'을 바탕으로 세계 유일의 종합 AI 반도체 회사로 입지를 굳힌다는 전략이다.
HBM4 등 AI 및 서버용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에 대응하며 수익성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파운드리와 시스템 LSI에서도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해 나갈 방침이다.
내부적으로는 R&D와 제조, 품질 등 전 생산 영역에 AI 기술을 도입해 개발 속도와 수율을 혁신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특히 전 부회장은 "중장기적인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사업 성장을 꾸준하게 이어가기 위해 주요 고객사들과 다년 공급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분기나 연 단위 거래에서 벗어나 3~5년 단위의 다년 계약으로 전환해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성사될 경우 수요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고객사와 공유할 수 있어 사업 안정성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18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7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갤럭시S26 시리즈를 보고 있다. ⓒ 뉴시스
DX(디바이스 경험) 부문 역시 AI 생태계 확장에 박차를 가한다. 노태문 대표이사 사장은 "2026년을 AI 전환기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도약하는 원년으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DX 부문은 고객의 일상을 바꾸는 최고의 AI 경험을 제공해 급변하는 AI 전환기에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미래 성장을 위한 준비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차세대 신성장 동력인 로봇, 메드텍(의료기기), B2B 공조 사업(HVAC)에 대한 육성 의지도 드러냈다.
사내 생산 라인에 제조용 휴머노이드 로봇을 우선 도입해 고지능 다목적 로봇으로 발전시키고, AI 기반 정밀 의료 투자를 확대해 헬스케어 시장을 선도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지난해 인수한 글로벌 공조 기업 '플랙트(Fläkt)'를 기반으로 데이터센터 등 B2B 공조 시장에 진출해 HVAC 사업을 핵심 성장 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청사진도 밝혔다.
역대급 실적에 걸맞은 파격적인 주주환원 정책도 확정됐다. 삼성전자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상반기 내 16조 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고, 1조3000억 원 규모의 특별배당을 추진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올해 (2024년~2026년) 3개년 주주환원 정책이 종료되는 만큼 이날 주총장에서는 이후 행보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렸다.
이에 대해 전 부회장은 "현재 이사회와 경영진이 제5기 주주환원 정책에 대해 심도 있는 검토를 진행 중"이라며 "2027년 초까지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대해 신규 주주환원 정책을 포함해 발표하겠다"고 답했다.
이사회 구성과 지배구조 정비 안건도 통과됐다. 개정 상법을 반영해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을 정관에서 삭제, 소수주주의 권한을 확대하고 이사회의 견제 기능을 한층 강화했다.
신규 사내이사로는 반도체 사업 전략 강화를 위해 김용관 DS부문 경영전략총괄이, 신규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는 에너지·ESG 전문가인 허은녕 이사가 선임됐다.
또한 글로벌 경쟁 심화에 대응해 성과 중심의 보상체계를 강화하고자 이사 보수한도를 기존 360억 원에서 450억 원으로 상향하는 안건도 원안대로 승인됐다.
이러한 주주총회에서의 청사진과 주주환원 정책에 화답하듯 이날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7.53%(1만4600원) 오른 20만8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주총에서 16조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과 특별배당 승인 소식이 전해진 직후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수세가 폭발적으로 유입되며 상승 폭을 키웠다.
삼성전자의 주가가 20만 원을 넘어선 것은 미국과 이란의 전쟁 발발 충격으로 글로벌 증시가 휘청이며 주가가 급락했던 지난 3일 이후 12 거래일 만이다.
이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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