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총파업 위기] "파업 막아야" 정부 부처 한목소리…주주단체도 우려 표명
김민석 국무총리가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본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 총리는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의 노사 갈등이 총파업으로 이어지지 않게 해달라고 관계 부처 장관들에게 당부했다. 뉴시스
국내 대표 기업 삼성전자의 총파업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정부도 대응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국무총리, 재정경제부 장관, 고용노동부 장관 등 정부 고위 인사들은 총파업만은 막아야 일제히 입을 모았다. 업계는 물론 주주들도 삼성전자가 국내 산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을 언급하며 우려의 뜻을 전했다.
13일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가 사후조정회의 끝에 결렬을 선언하며 오는 21일부터 18일간 총파업을 예고하자, 정부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민석 총리 주재로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정부의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과 산업부 차관으로부터 삼성전자 노사의 사후조정 결과를 보고받은 김 총리는 “국민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의 중대성을 고려해 정부 차원에서 상황을 면밀히 관리해야 한다”며 노사 갈등이 파업으로 이어지지 않게 지원하라고 관계 부처에 당부했다.
같은 날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나서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삼성전자가 정부의 사후조정으로도 노사 교섭이 타결되지 못한 데 대해 정부는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파업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썼다. 이어 “현재의 경영 상황과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노사 양측이 원칙 있는 협상을 이뤄내도록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하며 “정부는 어떠한 경우라도 원칙 있는 협상을 통해 문제가 해결되도록 끝까지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김영훈 노동부 장관도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삼성전자 파업에 관련해 언급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삼성전자 노사에 긴급조정권을 발동할 가능성에 대해 “대화로써 해결해야 한다”며 신중을 기했다. 긴급조정권 발동 시 30일간 파업이 금지되고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및 중재 절차가 진행된다. 김 장관의 신중한 입장은 긴급조정권 발동 시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과 정면으로 충돌할 여지가 크고 노동계 반발이 우려된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은 “파업하고 말고는 노조의 선택이지만, 정부는 파업까지 이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대화를 주선하고 물밑이든 물 위로든 분초를 쪼개 양쪽을 조율하겠다”며 “일거에 되는 일은 없다. 국민이 봤을 때 ‘역시 삼성이 하니 다르구나’라고 생각하게 될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어떻게든 대화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경권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 대표가 13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삼성전자가 지난달 제기한 위법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인용을 호소하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산업계에서도 우려 섞인 시선을 던지고 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는 지난 11일 “삼성전자에서 상당한 수준의 생산 차질이나 운영 불확실성이 발생할 경우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공급 병목 현상과 가격 변동성 확대, 조달 안정성, 공급망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한층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암참은 주요 기업들이 공급망 집중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생산 및 조달 거점을 다변화 하는 과정에서 경쟁국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도 거론했다.
실제로 주요 대만 언론들은 삼성전자의 노사 갈등이 대만 반도체 생태계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자유시보는 최근 보도에서 “삼성전자가 파업에 돌입할 경우 전 세계 메모리칩 공급량의 3%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면서 “이는 공급 부족에 시달려 온 빅테크 기업들이 대만 업체로 발길을 돌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주주연대도 행동에 나섰다.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는 삼성전자가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인용 탄원서를 이날 수원지방법원에 제출했다. 민경권 주주운동본부 대표는 “사업부와 정부가 즉각 대응에 나서야 한다”며 “협상 결렬에 따른 파업과 관련해 삼성전자 주주로서 깊은 우려를 표한다. 영업이익 기반의 일률적 성과급을 목적으로 하는 파업은 노동조합법이 보호하는 정당한 쟁의행위의 범위를 벗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단순한 기업이 아니라 대한민국 수출의 약 20%, 코스피 시가 총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국가 기간산업”이라며 노사 양측에 대화를 통한 해결도 촉구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