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삼성전자 주주행동 실천본부 기자회견 [출처=연합]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성과급 지급이 촉발한 IT 업계의 보상 논란이 삼성전자 내 '주주와 직원' 간의 본질적인 이익 충돌로 번지고 있다.
노조가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고정적인 성과급으로 요구하면서, 주주가치 훼손을 우려하는 주주와 갈등이 표면화되는 양상이다.
◆노조 "영업이익 15% 할당" vs 주주 "기업 경쟁력 훼손"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업을 둘러싼 갈등의 핵심은 초과이익 배분 구조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는 현행 OPI(초과이익성과금)의 상한선(연봉 50%) 폐지와 함께,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명문화할 것을 요구하며 오는 21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AI·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폭증으로 인한 반도체 호황기의 실적을 직원들과 확실하게 공유하라는 취지다.
이에 대해 주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주행동 실천본부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의 쟁의 행위가 기업의 존립을 위협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국가전략산업인 반도체 부문의 파업은 경쟁력 약화로 직결된다"며 "이공계 인재 처우 개선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이는 결국 기업의 미래 가치를 훼손하는 모순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노사 갈등을 넘어 주주와 근로자 간의 '잔여청구권' 충돌로 분석한다. 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명예교수는 이해관계자경영학회 세미나에서 삼성전자 노조의 요구를 '선배당' 성격의 '준주주화' 현상으로 진단한 바 있다.
이 교수는 "주주는 기업의 손실 위험을 전적으로 감수하지만, 근로자는 보통 손실을 지지 않고 이익만 공유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반도체 산업의 대규모 이익은 직원의 노력뿐 아니라 장기간의 자본 투자, 글로벌 경기, AI 수요 등 복합적 요인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특정 비율의 성과급 명문화는 계약이론상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결국 노조의 과도한 성과급 요구는 주주들이 향유해야 할 배당 재원을 앞당겨 가져가는 구조적 문제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23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출처=연합]
◆재무 리스크 현실화 우려…"EPS 하락 등 주주 가치 직격"
파업 및 노조 요구 수용에 따른 주주 가치 하락 우려는 실제 수치로도 제시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삼성전자가 노조의 요구안을 모두 수용할 경우, 연간 인건비 부담이 21조~39조원 증가해 올해 예상 영업이익이 7~12%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예고된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발생하는 매출 기회 손실(약 4조원 이상)까지 더하면, 연간 영업이익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최대 26조~4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JP모건은 이러한 생산 불확실성과 주당순이익(EPS) 하향 리스크가 단기적인 주가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과거 제조업 중심의 쟁의가 '기본급 인상'을 둔 사측과 노조의 대립이었다면, 현재 삼성전자의 갈등은 AI 시대 초과이익의 귀속 주체를 둘러싼 '자본(주주)과 노동(직원)'의 대립으로 프레임이 전환되는 모습이다.
이번 성과급 갈등은 삼성전자 사례에서 그치지 않고 향후 국내 산업계 전반의 이익 배분 구조와 주주-직원 간 이해관계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 개인투자자는 "직원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통해 인재를 유치하고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주주는 회사의 리스크도 함께 짊어지고 있으니 주주에게 더 많은 이익이 돌아가는 게 맞지 않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개인투자자는 "파업은 노동자의 권리이니 하지 말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다른 회사들에서도 유사한 사례들이 발생할 것이 우려스럽다"며 "회사와 노조가 타협해서 실제 회사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주주들까지 보는 상황으로 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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