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6일 수원지방법원에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다음달 총파업을 예고한 노조가 생산라인 점거 등 불법 행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를 막겠다는 취지다.
회사는 가처분 신청 근거로 노조법 4개 조항을 들었다. 안전보호시설 정상 운영 방해, 장비손상 및 원료·제품 변질 방지작업 중단, 생산라인 등 사업장 주요 시설 점거, 협박을 통한 쟁의 참여 강요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 발언이 근거가 됐다. 최 위원장은 최근 SNS에 "전 사업장 점거를 확장할 계획"이라며 "18일간 파업에 성공하면 백업과 복구까지 한 달 이상 걸려 손실이 30조원 가까이 될 것"이라고 썼다. 시설 점거와 장비·원료 변질 우려에 해당한다는 것이 회사 측 해석이다. 유튜브 방송에선 "회사를 위해 근무하는 자가 있다면 명단을 관리해 강제 전배나 해고 시 우선 안내하겠다"고 했다. 파업 불참자에 대한 인사상 불이익을 예고한 것으로 협박을 통한 쟁의 참여 강요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 노조는 오는 23일 결의대회를 연 뒤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앞서 사측은 "국내 1위 달성 시 영업이익의 10% 이상을 성과급 재원으로 쓰고 메모리 사업부에는 경쟁사 이상의 성과급을 보장하겠다"는 안을 제시했다. 노조는 이를 거부했다. 일회성 특별 포상이 아니라 성과급 상한을 폐지하고 영업이익 일정 비율을 재원으로 명문화하라는 입장이었다. 최근에는 이 재원 비율도 영업이익의 10%에서 15%로 올렸다.
반도체는 공정이 한 번 멈추면 피해가 막대하다. 2007년 기흥캠퍼스는 4시간 정전으로 약 400억원, 2018년 평택캠퍼스는 30분 미만 정전으로 500억원 피해를 봤다. 반도체 설비는 전원을 껐다 재가동하려면 수개월이 걸린다. 공정 중단 시 장당 수천만원인 웨이퍼를 전량 폐기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업계에서는 18일간 파업 시 삼성전자 피해를 5조~10조원으로 추산한다.
삼성전자의 가처분 신청에 노조는 반발했다. 전국삼성전자노조는 성명에서 "사측은 정당한 집회를 앞두고 대화와 교섭 대신 법적 압박이라는 기만적 수단을 택했다"며 "노동조합을 존중하지 않겠다는 명백한 선전포고"라고 했다. 전삼노는 "설비 및 제조 인력의 협정근로자 편입을 결단코 거부한다"라고도 했다. 협정근로자는 파업 중에도 안전과 보안을 위해 남아야 하는 최소 인력이다. 이를 거부하면 안전보호시설 정상 운영이 어려워져 노조법 위반으로 판단될 소지가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사내 보안 시스템을 악용해 임직원 개인정보를 대량 수집하고 제3자에게 전송한 혐의로 직원 A씨를 고소했다. A씨는 약 1시간 동안 사내 업무 사이트에 2만여 회 접속해 임직원의 이름과 소속, 휴대폰 번호를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0일 삼성전자는 노조 미가입자 명단이 유포된 사건을 경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회사는 이번 개인정보 수집이 명단 유포와 연관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한주엽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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