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A 깜깜이 산정 vs 영업이익 15% 명문화...성 노조, '시혜 말고 권리' 요구
(ㅍㅍㅅㅅ 남사웅 인턴기자)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성과급 산정 기준과 제도화를 둘러싼 쟁점으로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자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파업이 2024년 7월 현실화된 이후, 노사 갈등은 임금 인상 요구를 넘어 성과급 산정 기준과 보상 결정 권한을 둘러싼 논의로 확대되고 있다.
당시 세간의 시선은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에서도 파업이 가능하구나"라는 낯섦에 머물렀지만, 현재 갈등은 그 범위를 넘어선 양상이다.
노조 측의 요구는 단순히 임금을 더 받겠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누가, 어떤 기준으로, 얼마를 결정하느냐는 보상 체계의 재편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이 갈등은 경영진과 노조의 협상 테이블을 넘어 소액주주 단체와의 법리적 충돌로도 확산되고 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을 비롯한 노조 측의 핵심 요구는 크게 두 개의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는 성과급 산정 기준의 전면 개편, 둘째는 그 기준의 '제도화'다. 현행 삼성전자의 초과이익성과급(OPI)은 EVA(경제적 부가가치) 방식으로 산정된다.
EVA는 세후 영업이익에서 시설투자액과 자본비용 등을 차감하는 복잡한 회계 조정을 거친 지표로, 그 구체적 항목과 산정 기준은 오랫동안 대외비로 운용돼왔다. "회사가 수십조 원의 영업이익을 냈는데, 왜 내 성과급이 이것밖에 안 되는지 납득할 수 없다"는 현장의 목소리는 이 불신의 응축이다.
노조가 제시하는 대안은 명쾌하다. 협상 초기 '영업이익의 20%'를 요구하다 협상 과정에서 '영업이익의 15%'로 조정했지만, 핵심 방향은 일관됐다. SK하이닉스 등 경쟁사가 채택한 방식처럼 누구나 공시 자료만 보면 성과급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투명한 연동 구조를 원한다.
여기에 더해 현재 연봉의 50%로 설정된 OPI 상한선 폐지도 요구하고 있다. 회사가 역대급 실적을 낼수록 구성원의 보상도 그에 비례해야 한다는 논리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돌아왔을 때 경영진과 주주만이 그 과실을 독점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기도 하다.
그러나 노조가 더욱 절박하게 매달리는 것은 이를 '단체협약에 명문화'하는 것이다. 사측이 DS 부문 메모리 1위 탈환 조건부로 일회성 초과 지급을 제안했을 때도 노조가 이를 거부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일회성 위로금이나 경영진의 재량적 판단으로 지급되는 성과급은 다음 해에 언제든 축소·삭제될 수 있다. 반면 임단협에 명시된 조항은 노사 합의 없이는 변경할 수 없는 구속력을 갖는다. 노조는 지금 '시혜'가 아닌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소액주주 단체들도 반박에 나섰다.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 등은 노조의 요구가 상법상 자본충실의 원칙과 배당 법리와 충돌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단체는 "영업이익에 기계적으로 연동된 성과급 일률 지급 방식은 상법상 자본충실의 원칙 및 배당 법리와 충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단체 측은 영업이익이 이자 비용, 법인세 등을 차감하기 전 단계의 회계지표인 만큼, 이 단계에서 일정 비율을 노무비로 '선취'하는 구조는 주주총회 결의를 거쳐야 하는 이익 처분 결정을 사전에 우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임금 교섭은 노사의 테이블을 넘어 기업 지배구조 논쟁과 상법 해석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경영진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노조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비용 구조의 경직성이 커지고, 거부할 경우 노사 갈등이 재점화되어 생산성 저하와 대외 이미지 훼손으로 이어지는 딜레마에 놓여 있다.
실제로 법원이 노조의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을 대부분 인용하며 총파업에 급제동이 걸렸음에도, 노조는 5만여 명 규모의 총파업을 예고하며 맞서고 있다.
특히 반도체 경쟁이 미국·일본과의 국가 단위 지원 전쟁으로 치닫고 있는 현 시점에서, 내부 갈등의 장기화는 경영 전략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번 갈등의 향방이 유독 주목받는 이유는, 삼성전자의 보상 체계가 국내 대기업 전체의 준거점으로 작동해 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성과급 산정 기준을 투명화하고 단협에 명문화할 경우, 반도체·IT 업계는 물론 제조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이번 노사 갈등은 "회사의 이익은 누구의 것인가. 그 분배 기준을 누가, 어떻게 결정하는가." 등 한국 대기업의 성과주의 문화에 뿌리 깊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 협상 테이블에서 어떤 합의가 나오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국내 기업의 성과급 제도와 노사 교섭 방식 전반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ㅍㅍㅅㅅ / PPSS ) 남사웅 인턴기자 press@pps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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