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서초 사옥 전경.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가 노조의 총파업 예고에 대응해 법적 조치에 나서며 노사 갈등이 정면 충돌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교섭 중단 이후 강경 노선을 택한 노조와 생산 차질을 우려한 사측의 대응이 맞물리며 긴장 수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수원지방법원에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번 조치는 반도체 생산라인을 포함한 주요 사업장 점거 등 불법 행위를 사전에 차단해 생산 차질과 대규모 손실을 막기 위한 대응으로 해석된다. 회사 측은 헌법상 보장된 단체행동권 자체를 제한하려는 것이 아니라 법으로 금지된 행위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법적 대응은 지난달 말 교섭 결렬 이후 빠르게 악화된 노사 관계의 연장선에 있다. 앞서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는 지난달 31일 교섭 중단을 두고 '경영진 반려'를 이유로 협상이 중단됐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핵심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추가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당시 상황을 "교섭의 근본적 신뢰를 무너뜨린 중대한 사태"로 규정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갈등의 핵심에는 성과급 제도 개편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노조는 초과이익성과급(OPI) 제도의 투명성 강화와 상한 폐지를 요구하며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확보할 것을 주장했다. 자사주 지급 중심의 보상 방식에 대해서도 제도화된 보상 체계로의 전환을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쟁의행위 역시 본격적인 수순에 들어간 상태다. 노조는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93.1%의 찬성률로 파업권을 확보했고 오는 23일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이어 다음달 21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노조는 평택사업장 사무실 점거까지 예고하며 강경 대응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삼성전자는 생산시설 점거 등 일부 행위가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관련 법령은 △안전 보호시설 운영 방해 △장비 손상 방지 작업 중단 △사업장 주요 시설 점거 △협박을 통한 쟁의 참여 강요 등을 명확히 금지하고 있다. 회사는 이러한 행위가 발생할 경우 단순한 생산 차질을 넘어 안전사고와 인명 피해, 설비 손상, 원료 폐기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반도체 산업 특성상 생산라인이 한 번 멈출 경우 피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우려를 키운다. 공정 중단 시 웨이퍼 전량 폐기 가능성이 있고 재가동 과정에서도 품질 검증과 백업 절차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업계에서는 정상화까지 최소 수 주에서 한 달 이상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글로벌 공급망 측면에서도 파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반도체 수요가 인공지능 중심으로 급증하는 가운데 2030년까지 웨이퍼 공급이 약 20%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생산 차질이 현실화될 경우 고객사 대응에도 부담이 불가피하다.
한편 노조는 오는 17일 서울 서초사옥 앞에서 과반 노조 지위 확보를 공식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교섭 전략과 총파업 계획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한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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