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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삼성전자 노조 5월 총파업 예고, 주주·지역사회 '3각 갈등'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집회를 열어 내달 총파업을 공식 예고했다. 노조와 주주단체가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맞불 집회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가운데, 반도체 생산 차질과 공급망 혼란...

삼성전자 노조 5월 총파업 예고, 주주·지역사회 '3각 갈등'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집회를 열어 내달 총파업을 공식 예고했다. 노조와 주주단체가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맞불 집회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가운데, 반도체 생산 차질과 공급망 혼란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삼성전자 첫 과반 노조 지위를 확보한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조합원 4만여 명은 23일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전체 임직원 약 12만 명의 3분의 1 수준으로, 삼성전자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집회다.

왕복 8차로 약 1km 구간이 전면 통제된 가운데 조합원들이 집결했으며, 노조는 성과급 상한 폐지와 영업이익 15% 배분을 요구했다.

집회 말미, 노조는 사측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의 행동 방침을 공식화했다. 최승호 노조위원장은 "18일간 설비를 멈추면 18조 원에 가까운 공백이 생긴다. 이것이 숫자로 보여줄 수 있는 우리의 가치"라고 했다. 노조는 오는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의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노사 협상의 최대 쟁점은 성과급 재원 비율이다. 노조는 DS부문 성과급 재원으로 영업이익의 15%를 요구하며, 상한제 즉각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사측은 영업이익의 약 13%를 메모리사업부에 성과급으로 지급하겠다고 제시했으며, 이 경우 직원들은 평균 연봉의 600%인 약 5억 4000만 원을 받게 된다. 그러나 노조는 이를 거부하고 '영업이익 15% 성과급 재원 확보와 상한선 영구 폐지'를 고수 중이다.

갈등의 본질은 숫자보다 '명문화' 여부다. 노조는 영업이익 대비 성과급 비율을 매년 보장받는 제도적 틀을 원하지만, 사측은 반도체 사이클 특성상 이익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특정 비율의 고정 지급을 약속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노사는 거듭된 협상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으며, 교섭은 사실상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이날 가장 이례적인 장면은 노조 집회 맞은편에서 펼쳐진 주주단체의 맞불 집회다. 오전 10시께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 소속 회원들이 노조 집회 장소 인근에서 노조의 파업 움직임에 반대 입장을 밝히며 주주 권익 보호를 촉구했다.

주주 측은 '삼성 주주배당 11조, 삼성직원 배당 40조'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성과급은 협상 사안일 수 있지만 공장을 멈추겠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주장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지급한 전체 주주 배당금은 11조 1000억 원인데, 노조가 약 4배에 달하는 45조 원 가량을 성과급으로 요구하면서 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졌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도 1인 시위가 벌어졌다. '대한민국 미래를 망치는 노조 파업에 반대한다'는 슬로건을 든 시민이 삼성전자의 강력 대응을 촉구했다.

4만 명이 운집하면서 P4·P5팹 건설 현장 앞 8차로가 전면 막혀 지게차 등 공사 차량과 인부를 실어나르는 출근 버스 진입도 어려웠다.

평택캠퍼스 인근 지역주민들은 신규 팹 건설이 멈췄던 2023년이 재연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불황으로 P4·P5팹 건설을 2년간 중단한 바 있고, 건설근로자의 발길이 끊기면서 인근 상가 절반 이상이 공실이 된 전례가 있다.

총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충격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공정의 핵심 원재료인 웨이퍼는 일정 시간 내 후속 공정을 거치지 않으면 변질돼 폐기될 수 있고, 클린룸 환경이 유지되지 않으면 설비 자체에도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공급망 안정성에 민감한 상황에서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고객사 납기 지연과 협력사 부담 증가로 이어지고, 나아가 글로벌 공급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 측은 법적 대응 원칙을 재확인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임직원과 지역사회의 안전을 지키는 한편, 고객사 피해와 납기 차질, 글로벌 공급망 혼선, 국가 경제에 미칠 부담을 줄이기 위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사내에서도 이견이 분출되고 있다. DX 부문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적자 부서에도 성과급을 요구하는 노조 방침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어, 노조 내부에서도 도덕성과 명분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의 집단행동은 산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주 4.5일제 도입 등을 요구했으며, LG전자 사무직 노조 또한 오는 30일 여의도 LG 트윈빌딩 앞에서 집회를 예고하는 등 산업계 전반에 파업 도미노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노사 협상은 이번 결의대회를 계기로 분수령을 맞은 상황이다. 정장선 평택시장은 현장을 방문해 "삼성전자 노사가 잘 협상해 노조 파업 사태가 극단적인 상황으로 가지 않고 원만히 수습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신동립 기자 yortune@the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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