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업노조 92%·전삼노 95% 찬성
삼성전자가 주주총회를 열어 지난해 호실적을 확정짓고, 기술 초격차를 통해 기술 경쟁 우위를 지켜나겠다고 다짐한 날 삼성전자 노조가 총파업을 선언했다.
잔칫날 찬물을 끼얹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은 2024년 이후 2년 만이다.
관련업계에는 글로벌 반도체 수요 회복과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고성능 메모리 수요 증가에 한껏 고무된 삼성전자에 '노조 리스크'가 드리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조가 총파업을 선언한 만큼 자칫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실적 반등 흐름을 탄 반도체 부문의 성장세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삼성전자 서초 사옥. /연합
삼성전자는 18일 주주총회를 열고 주주들에게 기술 초격차 회복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기술 경쟁 우위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 배당, 자사주 소각 등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조치도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주주 충실 의무, 집중투표제 등의 1~2차 개정 상법에 따른 정관 변경도 했고, 새로운 이사회 구성도 완료했다.
하지만 이날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전국삼성전자노조·삼성전자노조동행 등으로 구성된 공동투쟁본부는 초과이익성과급(OPI) 기준 변경과 상한 폐지를 요구하며 총파업을 선언했다. 투표 결과 초기업노조는 92%가, 전삼노는 95%가 파업에 찬성했다.
공동투쟁본부는 지난 9일부터 전제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이날 오후 2시 종료했다. 투표 결과에 따라 본부는 5월21일부터 6월7일까지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노조가 총파업을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성과급 때문이다. 노조는 앞서 8차례 본교섭과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절차 등을 거치는 과정에서 OPI 산정 기준을 투명화하고 특히 연봉의 50% 상한 규정을 폐지할 것을 요구해 왔다. 회사의 성과를 확실한 보상으로 돌려달라는 것이다.
동종 업계 경쟁자인 SK하이닉스 노사의 성과급 합의가 삼성전자 노조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읽힌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노사 합의를 통해 성과급인 초과이익분배금(PS) 지급 한도인 기본급의 최대 '1000%·연봉의 50%'를 폐지하고 영업이익의 10% 전체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산정 금액의 80%는 당해 지급하고 나머지 20%는 2년에 걸쳐 10%씩 이연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를 기반으로 SK하이닉스는 역대 최고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연봉이 1억원인 SK하이닉스 직원은 성과급으로만 1억482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인공지능(AI) 메모리 수요 급등으로 영업이익이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성과급 규모도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반면, 삼성전자 사측은 노조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사업부 간 실적 차이에 따라 OPI 지급 격차가 커지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노조가 주장하는 OPI 상한 폐지는 사실상 반도체 사업부에만 유리한 조건인 만큼 스마트폰·가전 등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 직원들의 박탈감과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측의 설득에도 삼성전자 노조가 파업에 선언한 만큼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사측은 총파업이 발생하면 생산 차질은 물론 납기 지연, 고객 신뢰 하락 등 연쇄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우려가 나온다. 특히 초호황을 누리고 있는 반도체 사업부문의 경우 메모리 반도체는 글로벌 공급망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 단기간의 생산 감소도 시장 점유율과 가격 변동에 민감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반도체 호황이 향후 수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당분간 대규모 투자와 기술 경쟁력 강화가 중요한 시점이지만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 이 같은 중요한 일들에 대한 의사결정이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도 파업은 부정적인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으로 삼성전자 주가가 20만원대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지만 파업 리스크에 따른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은 노사 안정성을 중요한 투자 판단의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기 때문에 파업이 현실화하고 설상가상 장기화할 경우 기업 가치를 훼손됐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픈 손가락도 내 손가락이듯 사측 입장에서는 보상이 지나치게 양극화하면 사업부문간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어 조직의 결속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며 "메모리 초호황기에 삼성전자를 넘어 한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이 약화하지 않도록 극단적인 노사 대립보다는 대화를 통한 타협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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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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