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슈퍼사이클 속 내부 긴장감 고조...삼성, 고객사 신뢰 유지 총력
JP모건 "최대 40조 영향 가능"...업계선 고객사 이탈 더 우려
전영현 "성과에 안주 말라"...HBM·파운드리 경쟁력 회복 압박 커져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7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의장을 맡은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겸 DS부문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중앙이코노미뉴스 윤남웅]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을 맡고 있는 전영현 부회장 최근 임원들을 소집해 "지금의 호황을 근원적 경쟁력 회복의 마지막 골든타임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AI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올리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총파업 리스크와 기술 경쟁력 약화 우려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가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을 예고한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재계에서는 삼성 반도체가 AI 공급망 핵심 축으로 자리한 시점에서 총파업 리스크까지 현실화할 경우 단순 생산 차질을 넘어 글로벌 고객사 신뢰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전 부회장은 최근 DS부문 임원 대상 경영현황 설명회에서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지금의 호황을 근원적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으로 여겨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부회장은 메모리 호황기에 취하지 말고 사업 전반의 수익성과 기술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황 회복에 따른 실적 개선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를 삼성 반도체의 구조적 경쟁력 회복으로 단정해선 안 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 삼성전자 DS부문은 올해 1분기 53조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사 영업이익의 약 94%를 책임졌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범용 D램·낸드 가격 상승, AI 서버 투자 확대 등이 실적을 끌어올렸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올해 연간 영업이익 300조원 돌파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지만 삼성 내부 분위기는 오히려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전 부회장의 이번 메시지를 단순한 내부 독려가 아닌 사실상 '위기 경고'에 가까운 발언으로 해석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준 데 이어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 회복도 예상보다 더디다는 평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노조의 총파업 변수까지 겹치며 내부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전 부회장이 임원들에게 "항상 을의 자세로 고객 사업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한 부분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AI 반도체 시장이 공급 부족 국면으로 들어서며 삼성전자 역시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공급자 우월주의나 자만심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AI 반도체 시장은 잘 만드는 회사보다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회사가 더 중요하게 평가받는 분위기"라며 "삼성 내부에서도 생산 차질이나 공급 불안이 고객 신뢰 문제로 번질 가능성을 상당히 민감하게 보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근 글로벌 고객사들의 움직임도 삼성 내부 긴장감을 키우는 배경으로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일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삼성 측에 반도체 생산 안정성과 공급 차질 가능성을 직접 문의하고 있으며, 상황 변화에 대한 업데이트도 지속적으로 요청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AI 서버 투자 확대와 데이터센터 증설 경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공급망 변수 자체를 민감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이 노동조합 집회를 계기로 실제 가동 차질을 빚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노사 갈등이 임금 협상을 넘어 ‘생산 압박’ 국면으로 확전되고 있다. 특히 과반노조 지위를 확보한 초기업노조가 생산 감소 수치까지 공개하며 협상 수위를 끌어올리자, 시장과 주주 반발까지 겹치며 논란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경기 평택사업장 앞에서 ‘투쟁결의대회’중인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사진=삼성전자 초기업노조]
'40조 손실'보다 무서운 고객사 이탈 우려
현재 삼성전자 DS부문 내부에서는 총파업 장기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가 예고한 대규모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단순 생산 감소를 넘어 글로벌 공급망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가 노조 요구안을 상당 부분 수용할 경우 연간 영업이익이 최대 40조원 이상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노조 측 역시 생산 차질에 따른 피해 규모가 20조~30조원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단순 손실 규모보다 더 심각한 문제로 '고객사 이탈 가능성'을 꼽는다. 반도체 산업 특성상 한 번 공급망 신뢰가 흔들리면 고객사들이 SK하이닉스나 마이크론, TSMC 진영으로 물량을 분산할 가능성이 크고, 잃어버린 물량을 되찾는 데 수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AI 반도체 시장은 물량 자체보다 안정적 납기와 공급 지속성이 더 중요하게 평가받는 구조라는 점에서 삼성 내부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실제 대만과 해외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노조 총파업 가능성을 AI 공급망 변수로 해석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전 부회장이 임원들에게 "회사가 어려운 상황이고 시장의 조명을 받고 있지만 경영 활동은 유지돼야 한다"고 당부한 것도 이 같은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총파업이라는 초유의 변수 속에서도 생산라인 가동과 고객 대응만큼은 흔들려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 삼성전자는 단순히 실적이 잘 나온다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AI 반도체 경쟁, HBM 주도권, 파운드리 수율, 고객 신뢰 회복까지 동시에 풀어야 하는 시점인데 총파업 변수까지 겹치면서 내부 긴장감이 상당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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