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조 성과급 거부한 삼성 노조
23일 집회 열고 강경투쟁 초읽기
내달 총파업선 협정 근로도 거부
요구 관철 땐 8년치 성과급 챙겨
올 수익 대부분 범용 D램 호황덕
영업익 15% 성과급 명분 떨어져
“수십조 돈잔치 주주들 납득 못해”
17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과반노조 공식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005930)
공동투쟁본부를 이끌고 있는 초기업노조가 17일 기자회견을 통해 총 45조 원 규모의 성과급 쟁취를 위해 국가경제적인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파업에 돌입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이달 23일 총결기대회에 3만~4만 명의 조합원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18일 동안 파업을 진행했을 때 설비 백업을 고려하면 최소 20조 원에서 30조 원 규모의 손실이 회사 측에 있을 것으로 파악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 위원장은 삼성전자의 총파업이 국가경제와 지역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4개월간 성실히 사측과 교섭에 임했지만 바뀐 것이 없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라고 강변했다.
사측은 전날 법에서 금지하는 쟁의행위로부터 경영상 중대한 손실 등을 예방하기 위해 수원지방법원에 불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하지만 하루 만에 노조 지도부가 기자회견에 나서 사측이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선(연봉의 50%)을 폐지하고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지 않으면 5월 21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을 대외적으로 못 박은 것이다.
심지어 이날 과반노조를 선언하며 교섭대표권을 확보한 초기업노조는 다음 달 예고된 총파업에서 ‘협정 근로’마저 거부하며 사측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노조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파업 시에도 인명 피해나 막대한 재산상 손해를 막기 위해 필수 근무로 지정된 협정 근로를 해야 한다. 그런데 이마저도 거부하겠다는 뜻이다. 핵심 공정 인력까지 파업에 동원해 사측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주겠다는 위협으로 해석된다.
노조 지도부가 국가경제적인 파장과 여론의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얻어낼 이익이 손실보다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금융투자 업계는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으로 지난해에 비해 10배로 뛴 범용 D램 가격으로 인해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이 약 3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노조 요구안이 관철되면 약 45조 원, 조합원 7만 7000명이 1인당 5억 8000만 원을 수령하게 된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평균 연봉(1억 5800만 원)에 반도체 부문의 OPI 47%를 대입하면 성과급은 약 7400만 원 수준이다. 노조 입장에서는 1년 만에 7배 넘는 성과급을 얻기 때문에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 된다. 최 위원장이 이날 “과반의 힘은 곧 교섭의 힘”이라며 권익 쟁취를 선언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사측은 노조의 성과급 요구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삼성전자의 DS부문의 지난해 최대 성과는 2023년 이후 뒤처졌던 AI의 핵심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과 개발에서 경쟁사를 추월한 것이다. 문제는 올해 전체 D램 매출에서 HBM의 비중은 10%도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올해 매출 630조 원, 영업이익 300조 원으로 예상되는 실적 대부분은 ‘슈퍼사이클’로 인해 가격이 폭등한 범용 D램으로 인한 수익이다. 그런데 노조는 HBM 개발팀도 아닌 모든 조합원에게 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균등하게 분배하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냉정하게 보면 삼성전자의 올해 이익은 슈퍼사이클로 인한 운이 크게 작용했다”면서 “앞으로 수백조 원을 투자해야 하고 이런 상황에서 모든 조합원에게 수십조 원을 뿌리면 주주들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실제로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은 지난해 주주배당(11조 1000억 원)의 4배 이상이고 연구개발(R&D) 투자비보다 7조 원 이상 많다.
한편 이날 최 위원장은 노조가 파업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노조 미가입자를 색출하는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불법행위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최 위원장은 “이런 부분은 분명히 잘못됐고 회사가 수사 의뢰를 한 만큼 잘 마무리됐으면 좋겠다고 회사에 선제적으로 전달했다”고 말했다.
17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과반노조 공식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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