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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살 좀 쪘네” “집 장만 아직?”…반가운 추석상 ‘선 넘지 않는 법’

“결혼은 언제 하니?” “요즘 누가 그렇게 해?” “살이 좀 쪘네.”

“살 좀 쪘네” “집 장만 아직?”…반가운 추석상 ‘선 넘지 않는 법’

가족이 함께 식사하고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명절에 무심코 던진 결혼·취업·외모 관련 질문이 가족 간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결혼은 언제 하니?” “요즘 누가 그렇게 해?” “살이 좀 쪘네.”

추석에 오랜만에 만난 가족에게 관심을 표현하려 꺼낸 말이 상대에게는 부담이나 평가로 들릴 수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명절 갈등을 줄이려면 “요즘 어떻게 지내?”처럼 상대의 삶을 묻는 말부터 시작해보라고 조언한다.

홍민석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동아닷컴에 “이런 표현들의 공통점은 ‘지금쯤은 이래야 한다’는 기준과 규범을 세운다는 것”이라며 “말하는 쪽은 관심을 전한 것이지만 듣는 쪽에서는 ‘나는 그 기준에 못 미친다’는 생각이 자동으로 떠오른다”고 설명했다.

● “요즘 어떻게 지내?” 한마디면 충분하다

그렇다면 오랜만에 만난 가족에게 무엇을 물어야 할까.

홍 교수는 상대의 결혼이나 취업, 외모를 평가하기보다 지금 어떻게 지내는지 묻는 게 낫다고 했다. “요즘 어떻게 지내?” 정도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체중이나 외모에 관한 말도 “살이 좀 쪘네” 대신 “얼굴 보니까 좋다”처럼 평가를 반가움의 표현으로 바꿀 수 있다.

명절에 가족끼리 유독 부딪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평소 서로 다른 지역과 직장, 생활환경에서 각자의 방식대로 살던 사람들이 짧은 기간 한자리에 모이기 때문이다.

홍 교수는 이를 ‘작은 문명의 충돌’에 비유했다. 기성세대에게 “결혼은 언제 하니?”가 안부일 수 있지만 젊은 세대에게는 사생활에 대한 압박으로 들릴 수 있다. 반대로 젊은 세대가 예의를 갖춰 보낸 명절 메시지를 윗세대가 성의 없다고 받아들이는 식이다.

문제는 불편한 말을 들었을 때다. 무조건 참는 것도, 그 자리에서 감정적으로 맞서는 것도 정답은 아니다.

홍 교수는 “원칙은 길게 해명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짧게 답한 뒤 다른 화제로 돌리고, 같은 질문이 계속된다면 상대방을 비난하기보다 자신의 상태를 전달하는 방식이 낫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왜 자꾸 그런 걸 물어보세요”라고 상대를 공격하기보다 “그 얘기가 나올 때마다 제가 좀 힘들어요”라고 말하는 식이다. 관계를 크게 틀어지게 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경계는 분명히 할 수 있다.

● 명절 스트레스, 언제까지 가면 진료 받아야 할까

명절 스트레스는 연휴가 끝난 뒤 충분히 쉬고 평소 수면과 식사 리듬을 되찾으면서 대부분 완화된다. 그러나 우울감이나 불면, 무기력 등이 일상생활에 영향을 줄 정도라면 단순한 명절 피로로만 넘기지 않는 게 좋다.

홍 교수는 일반적으로 2주 정도를 하나의 기준으로 볼 수 있지만 기간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잠이나 식욕, 흥미 저하, 무기력 때문에 출근이나 집안일처럼 평소 하던 일을 며칠이라도 계속하지 못한다면 전문가를 찾아가 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두통이나 소화불량 같은 신체 증상이 이어지지만 검사에서는 뚜렷한 이상이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홍 교수는 “불편한 말을 들었을 때 그 해석을 사실로 단정하기 전에 한 걸음 물러나 ‘정말 그런 뜻이었을까’를 한번 따져보는 것이 공감의 출발”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내가 무심코 한 말이 상대에게 어떻게 들렸을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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