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조원 규모...지자체 예산·미국 텍사스 투자와 맞먹는다
슈퍼사이클 전제한 계산...미래 잠식하는 구조될까 '우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성과급 논쟁이 ‘37조원’이라는 숫자가 논쟁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최근 직장인 익명게시판에 올라온 삼성전자 반도체 직원의 성과급 시뮬레이션이 계기가 됐다. 해당 글은 연봉 8000만원 수준 직원을 기준으로, 연간 영업이익 250조원과 성과급 배분 비율 15%를 가정해 계산한 것이다.
자료에 따르면 메모리 사업부(약 2만7000명)는 1인당 약 5억6000만원, 총 15조원 규모의 성과급이 산출됐다. 공통 조직(약 2만8000명)은 1인당 약 4억5000만원, 총 12조6000억원, 파운드리 사업부(약 2만3000명)는 1인당 약 3억4000만원, 총 7조7000억원 수준으로 계산됐다.
이를 모두 합산하면 삼성전자 반도체 인력 전체 약 7만8000명 기준 1인당 평균 성과급은 약 4억8000만원, 총 지급 규모는 약 37조원에 달한다.
단순 가정이지만 숫자의 규모가 워낙 커 업계에서도 관심이 빠르게 확산되는 분위기다. 논쟁의 초점도 단순 보상 수준을 넘어 기업 구조 문제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37조원 규모...지자체 예산·미국 텍사스 투자와 맞먹는다
블라인드 캡쳐.
37조원은 일반인이 쉽게 체감하기 어려운 규모다.
비교를 붙이면 의미가 분명해진다. 경기도의 1년 예산은 약 39조원 수준이다. 국내 최대 광역지자체 하나를 1년 동안 운영할 수 있는 금액과 맞먹는다.
기업 투자 기준으로 보면 의미는 더 커진다.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반도체 공장 투자비는 약 250억 달러, 한화 약 37조원 수준으로 거론되는 반도체 성과급과 금액이 비슷하다. 그룹의 미래를 좌우할 대형 공장 투자비와 맞먹는 수준인 것이다.
성과급으로 37조원 정도가 실제 지급될 경우, 삼성전자의 전략적 투자 하나를 통째로 포기하는 것과 같은 의미가 된다. 말 그대로 ‘공장 하나냐, 성과급이냐’를 선택해야 하는 수준이다.
또 삼성전자가 2017년 인수한 하만의 인수 금액은 약 9조원이었다. 37조원이면 하만급 인수를 네 차례 이상 진행할 수 있는 규모다.
삼성전자의 지난 수년간 영업이익과 비교하더라도 37조원이란 숫자는 가공할 만한 의미를 가진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2023년 6조원, 2024년 32조원, 2025년 43조원 수준이었다. 시뮬레이션상 성과급 규모로 제시된 37조원은 최근 수년간 삼성전자 연간 영업이익을 크게 웃돌기도 하는 수준이다.
슈퍼사이클 전제한 계산...미래 잠식하는 구조될까 '우려'
이 시뮬레이션이 전제하고 있는 조건은 올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250조원을 낼 것이란 전망치다.
올해 AI발 역대급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몰아치면서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에만 57조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연간 250조원을 넘어 300조원 이상까지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제는 반도체 산업이 사이클을 많이 탄다는 점이다. 반도체 산업 특성상 이 같은 호황이 매년 반복되기란 불가능하다. 연간 영업이익을 250조원에서 300조원 내는 상태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 아무도 예측하기 어렵다.
특정 시점의 ‘슈퍼사이클’ 실적을 기준으로 보상 구조를 고정할 경우, 업황이 꺾이는 순간 기업이 감당해야 할 부담은 급격히 커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삼성전자 노조는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주고 있는 SK하이닉스보다 많이 주겠다"는 사측의 요구에 불응하고, 파업 카드로 회사를 압박하고 있다. 삼성전자 성과급 ‘한도’는 대표 성과급 제도인 OPI(초과이익성과급)에서 ‘연봉의 최대 50%’로 정해져 있다. 최근 노조는 이 ‘50% 한도’를 해제해 초과이익이 발생하면 한도 없이 지급하자는 개선안을 제시했고, 사측은 이를 검토 중인 상태다.
50% 한도를 해제하는 것은 영업이익의 15% 이상을 성과급으로 달라는 얘기와 일맥상통한다. 그래서 시뮬레이션도 15%를 상정한 것이다.
성과급 확대 요구 자체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흐름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직원들이 그동안 경쟁사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보상을 받아왔다는 문제 제기는 꾸준히 이어져 왔다.
다만 요구가 너무 과도하다는 것이 문제다. 성과를 낸 만큼 보상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 기준이 일시적인 초호황에 맞춰질 경우 기업의 중장기 전략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영업이익의 15% 이상을 성과급으로 배분하는 구조는 투자와 직접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일정 비율을 고정하는 순간, 이익이 늘어날수록 보상 규모도 함께 커지고, 그만큼 투자 재원은 줄어드는 구조가 된다.
37조원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보상 규모가 아닌, 그 돈을 어디에 쓰느냐에 따라 기업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는 수준의 막대한 금액이다.
결국 이번 논쟁의 핵심은 ‘얼마를 더 줄 것인가’가 아니라, 보상과 투자 사이에서 어느 수준까지를 감당 가능한 구조로 설정할 것인가에 있다.
성과급은 한 번 주면 끝나는 돈이지만, 투자는 다음 사이클의 성과를 만들어내는 자금이다. 지금의 초호황을 기준으로 보상을 끌어올리는 선택은 당장은 만족을 줄 수 있지만, 다음 호황을 만들 기반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성과를 나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성과를 다시 만들어낼 힘을 남겨두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런 지나친 요구가 현실화될 경우 성과를 나누는 구조가 미래를 잠식하는 구조로 바뀌지 않을까 삼성의 앞날이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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